'매직아이' 김구라, 솔직한 걸까 지나친 걸까

이만수 2014. 8. 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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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아이', 공격형 예능인 김구라 활용 딜레마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SBS < 매직아이 > 는 김구라가 진행했던 '숨은 얘기 찾기' 코너를 없애고 대신 이효리의 테이블에 김구라를 함께 앉혔다. 김구라는 이런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12시 넘어 꺾이는 시청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효리가 "그게 단지 시간 때문일까요?"라고 물었던 것처럼 그 코너는 < 매직아이 > 라는 프로그램의 정체성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사족 같은 느낌이 강했다. MBC < 황금어장 > 에서 < 무릎팍도사 > 에 더부살이하던 < 라디오스타 > 를 염두에 둔 경향이 짙지만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다.

김구라는 "불협화음도 화음"이라는 얘기로 < 매직아이 > 라는 토크쇼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드러냈다. 그는 토크쇼에 "불협화음이 조금 있어야" 하고 그 스스로를 "어디 가든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아마도 자신이 독자적으로 진행했던 코너가 사라지고 들어온 자리기 때문에 뭔가를 보여야한다는 부담감과 의욕은 더 컸을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런 부담감과 의욕은 김구라가 토크를 하고 있다기보다는 시종일관 짜증을 내고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들었다.

지난 한 주에 있었던 뉴스 중 하나를 선정해서 얘기하는 코너에서 은지원이 "꼭 지난 한 주여야 되요?"하고 물었을 때 김구라는 퉁명스럽게 "언제부터 그렇게 제작진 말 잘 들었어?"하고 쏘아붙였다. 또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승승장구한다는 로리 맥길로이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은지원에게 "헤어지고 난 다음에 일 잘되죠?"하는 당혹스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어색한 분위기에 문희준이 나서 "내 친구한테 왜 그런 질문을 해요? 아픔을.."이라고 말하며 슬쩍 넘어가려 하자 "너한테 물어봐야 돼 그럼?"하고 되쏘는 김구라는 아예 독해지기로 작정한 듯 보였다. 은지원은 진짜 어색한 표정을 드러냈다.

팬들 때문에 결혼을 못한다는 문희준의 이야기에도 다소 과한 김구라의 표현들이 나왔다. "너가 박제가 돼. 그러면 걔들한테."라고 하거나 팬들을 잘 달래야 한다는 문희준에게 "왜 달래?"라며 정색을 하는 모습은 표현이 과하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한편 은지원이 비행기가 그 무게로 나는 게 신기하고 또 두렵다고 말하자 "야 그럼 아파트에는 어떻게 사냐. 아파트에는."하고 추궁하는 모습에 문희준은 "아니 게스트가 뉴스 얘기하는데 혼나야 되요? 그럴 거면 형이 다 뽑아주지 우리 것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구라는 아예 악역을 맡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가 악역을 하자 그걸 받아주는 문희준은 '문보살'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사자와도 친구가 된 사람의 뉴스를 얘기하면서 김구라를 껴안아주는 모습은 그의 포용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이것은 김구라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는 스스로 욕을 먹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을 주목시키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선이 필요한 법이다. 과하면 자칫 김구라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후폭풍과 비난이 나오기도 하니까.

문희준이 꺼낸 유재석과 서경석의 이야기는 김구라와는 대비되는 것이었다. 즉 한 겨울에도 추운데 내복 하나 입고 뛰어다니는 그 방송하는 자세를 보여줘 자신이 아이돌이라는 틀을 깨는 데 도움을 줬다는 유재석의 이야기나, 자신이 예능에 적응하기 힘들 때 등을 토닥여주었다는 서경석의 이야기는 그들이 하는 예능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하지만 김구라의 스타일은 다르다. 그는 이런 부드럽고 감동적인 표현보다는 문희준이 그들에게 결혼식 축의금으로 300만원을 했다는 얘기에 발끈하며 속내를 드러내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김구라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부드러운 말에서만 정을 느낀다. 그가 던지는 퉁명스런 표현방식은 건성으로 듣거나 때로는 저 사람이 왜 저러지 하는 불쾌감마저 느끼게 만든다. 서경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할 때 김구라가 스토리 필요 없고 액수가 중요하다며 "그래서 얼마를 (축의금으로) 넣었냐"고 묻는 대목은 정확히 김구라 스타일의 토크 방식이 가진 장단점을 드러낸다. 서경석이 문희준에게 조언해줬다는 "공격 받을수록 더 좋은 것"이라는 요즘의 예능 판에서 김구라는 몇 안 되는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김구라는 '진정한 친구의 기준'에 대해서 '의리가 아니라 실리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누굴 도와주기보다는 주변사람에게 걱정을 안 끼치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것. 그러니 그가 문희준에게 "당신이 예능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된 게 누구 때문이야?"라고 생색을 내는 건 그의 솔직한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바로 이 솔직함이 때로는 지나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것은 과도한 부담감과 의욕이 드러날 때이다. 그럴 때면 김구라의 솔직함이란 장점은 단점으로 바뀌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독설이나 직설이 예전만큼 힘을 발휘하는 화법이 더 이상 되지 못하는 시대다. 대중들은 쏟아지는 사건사고와 무수한 듣기 싫은 이야기들 속에 지쳐있다. 그들에게 현실만을 자꾸 드러내는 지나친 솔직함은 피로감만을 더 만들어내기도 한다. 조절이 필요한 때이다. 김구라의 솔직함이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하려면.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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