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싱크홀 공포'..82곳 푹 꺼졌다

양희동 입력 2014. 8. 20. 06:31 수정 2014. 8. 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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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서울서 115개 발생
강남 싱크홀 원인'자연침하'65%
서울시 겨우 14곳 파악 그쳐

△서울에서 2008년 이후 100건이 넘는 싱크홀이 발생했지만 서울시는 원인분석은 물론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경복궁역, 광화문, 태릉선수촌 앞, 보문로, 한국외국어대 앞 등에서 생긴 싱크홀 모습. [사진=북부도로사업소]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서울에서 지난 5년여간 발생한 싱크홀(땅꺼짐)이 10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최근 석촌지하차도 인근에서 연이어 대형 동공(빈 공간)이 발견된 송파구를 비롯해 인접한 강남구·강동구·서초구 등 강남권 4개 구에서 생긴 싱크홀이 전체 '3분의 2'에 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달 석촌지하차도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싱크홀의 원인분석은 물론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도로위에 발생하는 도심형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해 땅속 지도를 만드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싱크홀 자료 있는데도 수년째 방치한 서울시

19일 서울시와 산하 도로사업소 등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 발견된 싱크홀은 총 115개에 이른다. 특히 싱크홀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권 4개구에서 발생한 것만 82곳에 달한다. 이 수치는 서울의 권역별 도로사업소가 관내에서 발생한 싱크홀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달 국회에 보고한 싱크홀 현황 자료에는 14건만 기록돼 있다.

북부·동부도로사업소 자료를 보면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일대는 2008년 8월과 2010년 9월, 2012년 6월, 지난 5일까지 모두 4번에 걸쳐 폭0.5~2m, 길이 0.5~3m규모의 싱크홀(지하철 공사 영향)이 발생했다. 북부도로사업소는 경복궁역 일대를 '지속관찰'지역으로 분류했지만, 서울시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2012년 1월 21일 고려대병원방향 안암동5가 1~3차로에서 발생한 폭 8m, 길이 18m규모의 싱크홀(상수도 누수 원인)과 올해 5월 24일 미아동 현대백화점 앞에 생긴 폭 12m, 길이 40m규모 싱크홀(상수도 누수 원인)등도 서울시 자료에는 누락돼 있다. 지난 5일 싱크홀이 발생해 서울시가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간 석촌지하차도 일대도 2008년 이후 인근 송파대로와 백제고분로, 중대로 등에서 폭0.5~2m, 길이 0.5~7m규모 싱크홀이 12번이나 발생한 상태다. 동부도로사업소 관계자는 "싱크홀 발생과 관련해 서울시가 대책 마련을 주문하거나 보고 및 협의를 요청한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최근까지 서울 북부·동부도로사업소가 분석한 96개 싱크홀의 발생 원인. [자료=북부·동부도로사업소]

서울시는 각 도로사업소에서 파악한 내용이 단순 도로 함몰이나 침하로 싱크홀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대책 수립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도로상에서 발생한 침하와 함몰은 석회암 지대에서 지질적 문제로 생겨나는 싱크홀과는 다르다"며 "석촌호수 등에서 침하가 나타난 지난 5월 이후에는 첨단 레이저 탐지 장비 등을 동원해 예방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싱크홀이 지반 침하 현상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도로의 침하 및 함몰은 제외된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송원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도로 침하 및 함몰과 석회암 지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은 지반 침하란 측면에서 학술적으로 의미가 같다"며 "화강암 및 편마암 지반으로 이뤄진 서울에서는 지하수 유출에 의한 대형싱크홀은 발생하지 않지만, 토목공사 부실 등이 원인인 도심형 싱크홀이 생겨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북·강남의 싱크홀 원인 달라

강북과 강남지역은 싱크홀 발생 원인도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부·동부도로사업소가 분석한 96개 싱크홀의 발생원인을 보면 강북권은 상·하수도 손상, 강남권은 자연침하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강북권에서 발생한 23개 싱크홀은 상·하수관 파손 및 누수가 원인인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11개였다. 이어 지하철공사 영향이 4개, 자연침하 3개, 기타 1개 등이었다. 반면 강남권의 73개 싱크홀에서는 오랜기간 토사가 밀리면서 생겨난 자연침하가 48개로 65.7%에 달했다. 이어 상·하수도 파손 및 누수 원인이 18개, 지하철공사 영향이 2개 등의 순이었다. 서울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 상·하수도 및 지하철공사로 인한 싱크홀 발생은 강남권에선 전체의 30%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강북과 강남권의 싱크홀 발생 원인이 다른 이유로 지질 차이를 꼽고 있다. 이 때문에 싱크홀 예방을 위한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북은 모래질이 많아 상·하수도 파손 및 누수로 인한 빠른 침하가 나타나지만, 강남은 점토층이 두꺼운 편마암 지대라 부실한 토목공사로 인해 장기간 진행되는 자연 침하가 많다"며 "이제부터라도 지질 및 땅속 지도 등 지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싱크홀에 대비할 수 있는 통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강남구·송파구·강동구에서 발생한 싱크홀 위치도. [자료=동부도로사업소]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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