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더블' 관행에 시민들 짜증도 '더블'

한국일보 2014. 8. 2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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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부른 후 장시간 대기, '더블' 부르면 몇 분 안에 콜

일부 운전자 기다리다 못해 운전대 잡다가 단속 걸리기 일쑤

대리운전기사는 눈 앞 수익에 웬만하면 '더블' 기다려

최근 음주 후 목적지까지 자가용 운전을 대신해주는 대리운전업계에 요금을 배로 받는 '더블' 관행이 퍼지면서 시민들의 짜증을 유발하고 있다. 일부 음주자들은 대리운전을 부른 후 장시간 오지 않는 기사를 기다리지 못해 음주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어 올바른 대리운전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

대리운전 '더블' 유도하는 못된 풍토…홧김에 음주운전도 수두룩

지난 14일 오후11시쯤 대구 남구에 사는 권모(32)씨는 동구 신천시장 인근에서 술을 마신 후 D대리운전업체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20분이 지나도 오지 않자 여러 업체에 동시에 대리운전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가까이 술집에서 대리운전을 기다리던 그는 그제서야 "요금을 배로 주겠다"고 다시 전화했고, 5분 후 차량 뒷자리에 앉아 귀가길에 올랐다. 권씨는 "결국 대리운전 기사가 없어 못오는 것이 아니라, 더블을 부르지 않아 안오는 것이었다"며 "차를 몰고가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고 말했다.

음주운전자 중 상당수가 대리운전을 부른 후 오랜 대기시간을 참지 못해 운전대를 잡은 경우도 허다하다. 한 교통경찰관은 "음주운전에 적발된 시민 중 열이면 일곱이 대리운전기사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며 "물론 음주운전자의 잘못이지만, 장시간 응답없는 대리운전의 탓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업계에서 '더블'은 공공연한 비밀

개인사업자로 일하는 대리운전기사들은 '더블'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리운전 1건 당 회사에 3,100원을 내는 기사들은 운전 한 번에 1만원을 받으면 6,900원, 2만원을 받으면 1만6,900원이 남으니 웬만하면 더블을 기다리게 된다. 특히 대리운전 신청이 몰리는 금요일 오후 10시∼다음날 새벽 1시에는 더블이 관행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콜이 좀 몰리는 날 더블 사인이 뜨지 않으면 기사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조금 기다렸다가 지치면 더블을 부르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에는 3개의 큰 대리운전업체 아래 1,000여 개의 중소 콜센터가 영업하며, 등록된 대리운전기사만 4,500여 명에 이른다. 대구에는 하루 평균 2만여 건의 대리운전이 이뤄지며 금요일에는 평일보다 5,000건 정도가 더 많다. 수치로 따지면 대구시민 4명 중 1명이 한 달에 한 번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셈이다.

대리운전기사는 업체와 콜센터 등과 고용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계약에 따라 일하는 개인사업자다. 이에 따라 대리기사가 정상 요금에 손님 콜을 받지 않더라도 업체 측에서 제재할 방법은 없다. 업체 측은 오히려 경쟁 차원에서 더블 요금을 부른 손님이 생길 경우 즉각 전상상에 '더블' 혹은 'W'자를 띄워 기사를 빨리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더블' 암시 문구 삭제 추진했으나 콜센터 무한경쟁으로 흐지부지

대리운전업체에 따르면 영세한 업체의 경우 단골을 확보하기 위해 대리운전을 자주 부르는 식당 홍보는 물론 청소와 설거지를 돕는 경우도 있고, 심한 경우 부족분을 자신들이 메꾸는 방식으로 '더블'을 부르기도 한다. 대구대리운전협회는 더블 관행을 없애기 위해 콜센터가 대리운전기사에게 보내는 전산 표시에 '더블'을 암시하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기도 했으나 콜센터간 무한 경쟁으로 사문화되기도 했다.

한 시민은 "대리운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 장기적으로는 아예 차량을 놔두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문화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며 "대리운전업계가 현실성있는 개선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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