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짜리시계·작은차·입맞춤..사람냄새 나는 '젊은오빠'

김고금평|김유진 기자 2014. 8. 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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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소탈한 희망 전도사 교황에 젊은이들 "천주교 개종하고 싶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기자][[교황방한]소탈한 희망 전도사 교황에 젊은이들 "천주교 개종하고 싶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서울공항에서 주한 교황 대사관으로 가기 위해 기아차 '쏘울'에 탑승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세계 최고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방한을 묻히게 한 월드스타 프란치스코 교황. 지난 14일부터 4박5일 동안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다. 방탄차를 버리고 가장 작은 차를 택하고, 한글로 트위터를 날리는 '쿨'한 교황에 젊은이들은 그동안 바티칸이 보여준 권위주의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잊고 열광적인 사랑을 보냈다. '권위 할배'에서 '젊은 오빠' 이미지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교황을 향한 젊은이들의 사랑은 사실 예견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도 교황의 젊은이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이번 방한의 목적 또한 지난 13일부터 시작해 17일 폐막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해 축복하는 것이었다. 교황은 17일 아시아청년대회의 폐막 미사에서 6000여 명의 청년들과 3만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을 만나 "여러분의 젊음은 세상과 예수님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축복했다.

◇ 열광할 수밖에 없는 '깨어있는 행보'

교황이 방한 기간 동안 기아차 '쏘울'을 탄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부터 젊은이들은 교회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없애기 시작했다.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교황의 바람을 경호팀의 여건과 최대한 맞춰 선택한 차량이었다.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 구두' 대신 고향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작은 구둣방에서 산 '검은 구두'를 신은 교황은 손목에 14년 전 50달러(한화 5만1000원)를 주고 산 플라스틱 스와치 시계를 차고 한국에 왔다.

'이웃을 사랑하자'며 말로만 외쳐온 종교에 질린 젊은이들에게 교황은 실천으로 보여줬다. 지난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겉으로는 가난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부유한 삶을 사는 성직자들의 위선 때문에 교회가 상처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전의 어떤 교황보다도 개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교황은 옷차림이나 의전을 넘어 잘못된 천주교의 폐단을 개혁하는 데도 적극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1942년 설립된 바티칸은행이 돈세탁 등 각종 부패에 연루되면서 지탄받자 교황은 은행의 모든 경영진을 해고하고 투명한 경영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 정이 '새록새록' 솟는 귀여운 꽃미소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봉행되는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며 환영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스1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권위 대신 미소와 접촉했다. 교황의 표정과 손짓에서는 정이 새록새록 솟아올랐다. 아기들을 볼 때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하며 이마에 키스했고, 차로 이동하던 도중에 시민들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이런 교황의 시민들과의 접촉에 경호팀이 당황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사람냄새'가 나는 교황의 모습은 유머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난 16일 방문한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한 장애아동이 교황과 껴안은 뒤 머리 위로 팔을 뻗어 '하트'를 그리자 교황은 크게 미소짓더니 바로 같은 동작을 따라했다. 같은 날 오후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에서 진행된 한국 수도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지체된 시간때문에 기도가 생략되자 아쉬워하는 수도자들에게 "우리는 방금 전에 함께 기도하고 멋지게 노래도 부를 뻔 했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교황은 우리나라 각지에서 벌어지는 아픔에 진심으로 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은 교황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해 희생당한 순교자들을 2분의 묵념으로 기억했다. 이어진 서울 광화문광장 시복식을 위한 퍼레이드에서는 한 달 넘게 단식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 고 유민군의 아버지 김영오씨(47)를 보자 퍼레이드 도중 차에서 내려 손을 잡고 위로하기도 했다.

◇ 생의 시작점에 있는 젊은이, 당신은 희망이다

아시아청년대회를 통해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교황은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난 뒤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냈다.

교황은 17일 아시아청년대회 폐막미사에서 "여러분은 젊은 시절의 특징인 낙관주의와 선의와 에너지로 충만해 있다"며 "이를 희망과 사랑으로 변화시켜 주시도록 하느님께 여러분을 맡겨 드려라"고 말했다. 15일 대전 솔뫼성지에서는 "그리스도께서는 일어나 깨어있으라고, 또 삶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으라고 여러분을 부르고 계신다"며 "뿐만 아니라 세상 밖으로 나아가 다른 이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라고 초청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나라 청년들이 맞닥뜨린 시대적 상황과 아픔을 이해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했다. 교황은 폐막미사에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과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있다"며 "이런 세상에 하느님의 자리는 더 이상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 것처럼 그 말씀 안에서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행보 때문인지 교황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에 참석한 청년들은 '지금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한 목소리로 "교황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현경씨(여·23)는 "다른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젊은 행보를 보고 난 뒤 '천주교로 개종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후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봉행되는 가톨릭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입장하며 잠시 차를 멈추고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를 축복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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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고금평기자 da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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