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수학교육> '수학' 없는 수학 평가..창의성 저해

2014. 8. 1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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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연속기획, 오늘은 평가의 문제를 짚어봅니다. 왜곡된

평가는 학교수업을 일그러뜨리고, 학생들이 수학을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진정한

수학 실력을 기르는 데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겁니다.

이윤녕 기자입니다.

[리포트]

학생들에게 수학 내신을 잘 받으려면

무엇이 제일 중요한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이지현 / 중학생

"문제를 많이 푸는 거랑 풀이랑 공식을 외우는 거요."

인터뷰: 한동진 / 초등학생

"수학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게 중요한 것 같고요.

그다음에 검토를 많이 해보는 거…"

인터뷰: 이아현 / 초등학생

"수학을 풀 때 중요한 것만 일단 외워두고 공식 같은 걸

잘 외워놔서 기초 문제 많이 풀어봐야 될 것 같아요."

학교 내신에서의 수학은 대개

빨리 푸는 경쟁을 해야 하는

단순 반복식의 문제입니다.

정답을 찾는 데에 급급하다보니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나

생각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이른바 '속도 경쟁'을 해야 하는 겁니다.

실제 한 대학의 연구팀이

고등학교 1학년 수학교과서를 분석했더니,

94%가 수학적 사고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

낮은 수준의 문제라는 분석결과도 있습니다.

인터뷰: 안상진 부소장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적 지식, 공식, 개념을 단순하게 익히고 그것을

확인하는 문제들, 또 그것을 그냥 적용하는 문제들을 풀다 보니까

그런 문제가 굉장히 대다수가 되면서 수학교육과정은

배워야할 양이 많아지는 것이고요. 실제로 그것을 다 하고 나서도

도대체 이걸 우리가 왜 배우느냐…"

그나마 풀이과정이나 논리를

평가할 수 있다는 수행평가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필시험이 주가 되는 내신에서

사실 수행평가의 비중은 크지 않은 데다,

이미 일선 학교에선 수학 수행평가가

아이들에게 기본 점수를 주는

수단으로 전락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A중학교 수학교사

"시험을 보면 교과서를 거의 그대로 내다시피 해도

애들이 점수를 못 받아요. 그러니까 어느 정도 수행에서는

애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이면 어느 정도는

점수를 주려고 하죠, 선생님들이."

사고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수능 수학 역시 수학적 사고력과는

동떨어진 시험이라는 비판도 많습니다.

100분에 총 30개의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수능 시험은

태생적으로 충분한 수학적 생각이나

고민을 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겁니다.

인터뷰: 류희찬 교수 / 한국교원대 수학교육과

"평균적으로 나누면 1문항당 3분 정도에 풀어야 됩니다.

그러니까 3분 정도에 푼다는 것은 학생들의 고등사고능력을

측정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순발력을 측정하는 그런 문항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지나치게 어려운

대학들의 수리 논술 문제는

본고사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게끔 설계된 까다로운 문제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지나친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수학 평가 방식은

아이들에게 재미없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수학적 능력도

기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EBS뉴스 이윤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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