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주 한옥마을> ②지나친 상업화 우려(끝)

2014. 8.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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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커피숍 '우후죽순'..'슬로시티' 정체성 되살려야

대형 프랜차이즈·커피숍 '우후죽순'…'슬로시티' 정체성 되살려야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 가슴 깊은 어딘가에 우리를 영원히 남기는 거예요.(All I can do is try to hold on to us somewhere inside of me.)"

중년의 절제된 사랑을 그린 오래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후반에서 여주공인 메릴 스트립은 나흘간의 짧지만 운명적인 사랑 후에 떠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품에 안겨 읊조린 말이다.

'오래된 미래'를 만나는 여정으로서 전북 전주 한옥마을의 덕목 중 하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절제 미학'에 가깝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한옥마을의 정체성이자 본질이기도 하다.

전주 한옥마을은 1천년을 이어온 전통 가옥이라는 옛 건물과 이를 대대손손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골목 풍경이 어우러진 곳이다.

2009년부터 매달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는 일본인 고구레 마코토(54·여)씨는 그의 블로그 '전주, 첫눈에 반하다(http://ameblo.jp.jeonju)'를 통해 "어린 시절 뛰놀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자주 온다"고 했다.

이처럼 한옥마을이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를 조망하는 공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10년 이후 전주시가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고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정치·경제논리에 휩쓸렸다.

한옥은 사라지고 원주민이 떠나는 등 심한 몸살을 앓는 것이다.

"한옥마을에서 장사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한옥은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하고 힘없이 하나둘씩 잇달아 허물어졌다.

대신 그 자리는 어김없이 거대 자본을 앞세운 대형 음식점의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상업시설들로 차곡차곡 채워졌다.

'슬로시티'로 지정될 당시인 2010년 전주 한옥마을 일대의 상업시설은 총 100여곳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360개를 넘어섰다. 최근 몇 년 사이 3배가량 늘었다.

이 일대 전통 한옥이 600채가량이니 두 집 건너 한 집이 상업시설로 채워진 셈이다.

동네 할머니가 소일거리 삼아 간판도 없이 운영하던 국밥집은 대형 음식점의 프랜차이즈로 둔갑했고 한약방 골목은 커피숍 거리로 '상전벽해'했다.

한옥마을의 한 축인 완산구 교동 일대의 주거용과 상업용 토지의 표준공시 가격도 덩달아 2010년보다 각각 3배가량 폭등했고 실거래가는 그 이상이다.

원주민들은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재산세 증가로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고 있고, 일부는 정점에 다다른 부동산을 자본가에게 내주고 아예 마을을 떠나고 있다.

토착민 위주의 한옥마을이 점차 상가로 변질하고 상가마저도 국적불명의 음식들을 취급하는데다 간판도 외래어 일색이어서 정체성 소멸은 시간문제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주시가 한옥마을에서만이라도 박제화된 '전통적 장식물'이 아닌 '보존을 위한 전통의 집'으로 한옥을 재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과거를 들려주는 자연적 재료인 나무, 기와, 마당, 담은 사라지는 추세다.

이는 행정기관과 정치인들이 연간 3천억원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경제적 유발 효과를 선전하면서 정체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는 것이지만 결국은 둘 다 놓치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구레씨는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옥마을이 유명해지면서 깔끔하고 편리해졌지만 정감 넘치는 풍경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하면서 지나친 상업화를 우려했다.

종착역을 향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상업시설과 함께 부족한 콘텐츠, 특색 없는 음식 등도 슬로시티 재인증(2015년)을 앞둔 한옥마을을 위태롭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지공예, 다도를 비롯해 전통문화나 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이 들어서 가족단위 관광객과 수학여행단의 발길을 붙잡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중장년층이나 여성을 겨냥하고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동선 확대나 다양한 볼거리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한정된 공간에 놓여 있는 한옥마을을 보존하는 주요한 방책이기도 한 동선 확대는 좁게는 야시장이 들어서는 남부시장을 포함해 인근의 전라감영, 노송광장, 전주천까지를 보고 먹고 쉬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넓게는 '창포와 연꽃의 화원'으로 불리는 덕진공원을 전통 공원으로 재구성하고 천호성지를 둘레길이나 순례길로 조성해 한옥마을과 촘촘히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호 전주시 관광홍보담당은 "한옥을 건축할 때 지하층이나 2층을 짓지 못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등 지나친 상업화를 억제하고 있다"며 "관광의 품격과 만족도를 높여 다시 찾고 싶은 방문지로 만들기 위해 부족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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