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주 한옥마을> ①부족한 인프라 개선 시급

2014. 8. 1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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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곳·이동수단이 부족하다..숙박·교통시설 늘려야

잘 곳·이동수단이 부족하다…숙박·교통시설 늘려야

<※편집자 주 = 추억과 낭만이 흐르는 전북 전주 한옥마을이 절정기를 맞았습니다. 연간 관광객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하지만 교통·숙박 등 허술한 인프라와 극심한 상업화·콘텐츠 부재로 고유의 정취가 사라지면서 정체성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닥친 위기와 대처방안을 두 편으로 나눠 짚어봅니다.>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지난 주말 1박2일 전주 한옥마을 투어에 나섰던 전모(44·회사원·광주광역시)씨는 "한번은 와볼 만 하지만 두번은 글쎄…"라며 머무적거렸다.

아내, 두 딸과 함께 온 전씨는 "마치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파도 몰려오듯 전진하는 모습과 흡사했다"며 한옥마을의 중심 거리인 태조로와 골목 구석구석까지 빼곡히 들어찬 관광객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그의 표현대로 한옥마을은 인기 절정이다.

하지만 한옥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전씨의 시간을 거슬러 좇다 보면 '두 번은 오지 않겠다'고 말한 배경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고 싶었던 전씨 가족은 집에 자가용을 두는 대신 고속버스를 선택했다.

전씨는 등에는 족히 20㎏나 될 것 같은 큼지막한 배낭이 걸쳐졌고, 전씨 아내의 양손은 아이들의 고사리 손들이 차지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가벼운 걸음으로 인근 시내버스 승강장으로 향했다.

기다린 지 20분이 지나 40분이 다 되도록 '한옥마을'이라는 표지판을 써 붙인 시내버스는 한 대도 오지 않았다.

행인에게 물어 한참을 걸은 후에야 가족은 가까스로 한옥마을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배낭을 멘 어깨는 이미 내려앉았고 발걸음은 이내 무거워졌다.

전주 고속·시외버스터미널이나 전주역에 내린 외지인이 한옥마을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두 터미널과 역대합실에 제대로 된 안내문은커녕 곧장 연결되는 버스승강장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가용이 없거나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젊은 층의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시내버스 노선체계다.

"30분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1시간마다 전주역-터미널-한옥마을을 순환버스가 없는 것이 무척 아쉽네요. '천천히 걷는 것이 제맛'이라는 전주시의 홍보에 차를 놓고 왔다가 아이들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 낭패 본 기분"이라고 그는 전했다.

그렇다고 자가용으로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편안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한옥마을의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은 도로 곳곳을 극심한 지·정체에 시달리게 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뒤덮게 한다.

한옥마을로 진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설령 진입한다 하더라도 주차하는데 또 한번 애를 먹기 일쑤다.

전주시의 한 공무원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른바 '딱지'를 떼지 않을 뿐 규정대로 하면 대부분이 불법 주·정차에 해당된다"며 "느슨한 단속에서 벗어나 법대로 과태료를 물리면 관광객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한옥마을 이미지도 나빠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기차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외지인을 위해 간편한 시내버스 노선만 갖추면 고질적인 교통 지·정체와 주차문제를 손쉽게 해결하고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전주시의회 김윤철 의원도 "주차대란을 해결하려면 한옥마을 인근 승암산이나 대성동에 대형 주차장을 설치하고 셔틀버스나 레일바이크를 운행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이 다소 편리해진다 해도 한옥마을에서 안락한 방을 구하는 것이 또 하나의 숙제다.

한옥마을 일대를 비롯해 전주지역 호텔 규모로는 주말마다 한꺼번에 밀려드는 5만명 안팎의 관광객들을 감당하기에 벅차고 옹색하다.

한옥마을에는 10실 안팎의 소규모 한옥체험시설이 총 235실, 전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근의 르윈호텔(옛 전주코아리베라호텔)이 166실, 시내 곳곳에 있는 총 10개의 관광·일반 호텔이 500실이다.

하루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 객실 수가 1천실도 되지 않는 것이다.

두 딸이 초등학생인 전씨는 "지난달 이미 예약이 끝나 어쩔 수 없이 인근 여관에서 자야 했다. 지은 지 오래된 탓인지 곰팡내 같은 퀴퀴함이 코를 찌르고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이래저래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그는 허름한 여관방 하나에 10만원의 '바가지 숙박료'를 낸 것도 이번 여행의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숙박시설의 부족과 노후화, 품격 낮은 서비스가 한옥마을 여행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인 셈이다.

도시기획자인 김병수씨는 이에 대해 "전주의 대표적인 집창촌인 선미촌 일대를 도시재생지구로 지정, 건물들을 해체하고 문화·숙박시설로 고쳐 여행객들이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숙박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전주시와 한옥마을 주민, 나아가 인근 시민이 빈방들을 나눠쓰는 '시민 민박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숙박 대란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이 같은 불만들은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외형 확대에만 치중해온 결과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천년을 이어온 한옥마을의 고즈넉함을 선사하고 삶의 여유를 안겨주는 한옥마을에 켜진 '빨간 불'을 지속가능한 '파란 불'로 바꾸는 것은 온전히 행정기관과 시민의 손에 달렸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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