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표 카레라이스, 제일 맛있다는 손자들

2014. 8.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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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현순 기자]

▲ 손자들이 맛있다고 한 카레라이스

...

ⓒ 정현순

"할머니, 엄마가 만든 카레라이스하고 맛이 달라."

"어떻게 다른데?"

"신기하고 고소한 것이 더 맛있어."

"신기하게 맛있냐?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훨씬 맛있지."

"형아 진짜 맛있지?"

"응 진짜 맛있어. 지금까지 먹어본 카레 중에 제일 맛있어."

두 손자가 엄지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우진아 우협아 정말 맛있어? 다행이다. 맛이 없게 되었으면 어쩌나 하고 할머니는 걱정했는데."

그래도 난 그냥 맛있어서 할머니 기분 좋으라고 하는 말정도로 알아들었다.

"할머니 그런데 왜 엄마가 한 것보다 할머니가 한 것이 더 맛있어?"

작은 손자 우협이의 질문이다. 녀석이 볼 때에는 똑같아 보이는데 맛이 다른 것이 이상했나보다. 난 "엄마보다 할머니가 음식만드는 것이 더 오래돼잖아"라고 한다. 그러면 "아~~ 그렇구나"라고 한다.

지난주 손자들이 방학이면 꼭 열리는 행사가 찾아왔다. 큰손자가 올해 6학년, 작은 손자가 3학년이지만 외할머니 집에 오는 것을 좋아하니 내 입장에서는 그저 고맙기만 하다. 우리 집에 와도 제집과 다를 것이 별로 없는데 말이다.

하여 녀석들이 평소 잘먹고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기로 새삼 마음먹었다. 올해까지는 저희들이 오고 싶어서 왔지만 내년에는 큰손자가 중학교에 가면 과연 오고 싶어할까?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두그릇째 먹던 작은 손자가 말했다.

"할머니 그런데 마늘냄새가 나."

"야 우협이 정말 대단한데. 마늘을 아주 조금 넣었는데 마늘 맛을 알겠어?"

"응 난 알 수 있어."

작은 손자는 큰 손자에 비해 약간 예민하고 까다롭고 깔끔을 떠는 아이이다. 그 녀석이 카레라이스에 들어간 마늘 맛을 느낀다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작은 손자의 말처럼 난 카레라이스에 마늘을 넣곤 한다.

버터에 돼지고기를 볶는다. 그리곤 감자, 당근, 양파를 넣고 조금 더 볶다가 물을 넣고 끓여준다. 그런 후 분말 카레를 물에 풀어 돼기고기, 감자. 당근 양파가 끓는 것에 넣고 끓여준다. 돼지고기가 들어가서 마지막에 마늘을 조금 넣고 한번 더 끓여준다.

손자들 입에 정말 맞았는지 큰 손자는 세그릇째 먹고 다음날 아침에도 카레라이스를 달라고 한다. 뒤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카레라이스를 주면서 물었다.

"맛이 어때?"

"응 먹을만한데."

남편이 말한다.

"아니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고."

"그래그래 맛있다고."

난 손자들에게 응원을 청해 보았다. 손자들은 "할아버지 정말 맛있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 하니 남편은 "할머니가 그말이 다시 듣고 싶었나보다"하며 마지 못해 "그래 아주 맛있다"라고 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 추게 한다고 하더니 손자들에게 그런 칭찬을 듣고 나니 괜스레 신이 났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난 손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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