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의 혁신..'우리만 옳다' 반성에서부터

2014. 8.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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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7.30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당 개혁과 혁신을 놓고 백가쟁명이 한창이다.

안철수, 김한길 대표의 사퇴와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은퇴 파문으로 내홍을 겪을 것 같던 새정치연합이 새 활로 모색을 놓고 중론을 모아가는 모습이다.

1일엔 권노갑, 김원기, 정대철, 김상현, 정동영 상임 고문 등이 참석하는 상임 고문단 회의가 열렸다.

상임 고문들은 박영선 대표 직무대행에게 '사심 없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당을 혁신적으로 바꾸라고 주문했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에는 중진 의원들과 선거 참패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으며 2일엔 초재선 의원, 3일엔 시도당 위원장들과 모임을 갖고 비대위 구성과 당을 혁신할 방안을 협의한다.

박영선 직무대행은 오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상임고문단과 중진 의원, 초재선 의원, 시도당 위원장들과의 회의에서 나온 안을 모든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비대위 구성을 포함한 당의 진로 문제를 논의한다.

상임 고문단과 중진 의원들이 진단한 새정치연합의 문제점은 당이 민심과 동떨어지게 움직였으며 흑백논리와 운동권 체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이 최대 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혁신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비대위로 하여금 당 개혁과 혁신을 주도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

조경태 의원은 "당을 새로운 인물로 대폭 물갈이해야 하며 전면적인 창조를 위해 파괴적인 수준의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은 인물 수혈과 창조를 위한 전면적 파괴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가능할까? 인물 수혈은 쉽지 않다.

◈ 정당의 인적쇄신은 선거 때만 가능하다

정당의 인적 개편과 수혈은 근본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한다.

2016년 4월 총선까지는 선거가 없다. 선거가 없는 인적 개편은 불가능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정당의 새로운 인물로의 물갈이란 국회의원들과 당직자들의 얼굴을 바꾸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의 배지를 뗀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근본적인 인적 개편은 선거 때나 할 수 있는 만큼 당장은 비대위원회 구성을 운동권과 친노 중심에서 탈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2012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비상대책위원회에 중도 진보 성향의 인사들을 배치하며 당의 색깔을 다양하게 채색했다.

김종인 박사와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 이준석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등을 영입해 비상대책위원회에 포진시켰다.

그들은 정당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면서 수구 정당의 이미지를 탈바꿈시켰고 박근혜 후보의 독선적인 당 운영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였다.

◈ 2012년 초 새누리당을 벤치마킹하라

새누리당이 지금은 2012년 초 총선을 앞둔 비상대책위원회 탄생 이전의 모습으로 회귀 했지만 그땐 개혁과 전진의 움직임을 보였다.

새정치연합이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과 지지자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초 시도했던 혁신의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의 인물의 면면이 더없이 중요하다.

중도성향이거나 좀 우익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얼치기 진보 이념에 찌든 당의 이념적 크리크(가늠자)를 좌에서 중도적이고 민생 중심으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라면 그만이다.

그런 외부 인물을 찾기가 어렵다면 중도 성향으로 소속 계파가 없으며 가장 혁신적이고 추진력을 가진 당 내 인물 중에서 발굴해야 한다.

백가쟁명식 난상토론을 하더라도 때론 야당을 일사분란하게 끌고 가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력이 요구된다

새정치연합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면 카리스마가 넘치는 강력한 리더십의 지도자를 찾아야 할 때다.

또한 비대위원에 보수적인 정책과 기존의 대북정책의 변화를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 인물이 요구된다.

이상돈 교수와 이준석 위원이 비대위 회의에서 야당의 주장과 논리를 전개하며 새누리당의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새누리당의 수구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새정치연합은 이와 반대로 하면 그게 거짓말로 끝날 것임을 알면서도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저들이 왜 저러지'라며 쳐다보긴 한다.

그러면서 운동권 체질에 찌든 당의 색채를 조금씩 탈바꿈하는 것이다.

정당개혁도 혁신도 사람이 알파이자 오메가다.

지금과 다른 사람이 주요 회의에 참석해 다른 목소리를 내야, 때로는 새누리당과 비슷한 의견을 개진해야 당이 달라지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박근혜 정권이 청와대와 정부 부처 인사에서 '지역적, 이념적 동종교배의 인사'만 한다며 비판하는 것도 '그들만의 리그'에 따른 폐해가 자심하기 때문이다.

야당이 486운동권이나 전대협 출신 중심으로, 친노 성향 중심으로 모이고 당을 끌고 가는 것도 또 다른 '동종교배 인사'다.

◈ 朴 정권 '동종교배 인사' 폐해…야당에도 그대로

인적 수혈, 인적 개편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나만 옳고 너희들은 틀리다'는 선민의식을 반성해야 한다.

486 의원들은 30년이 지난 작금에도 여전히 80년대 독재에 항거하고 주체사상을 학습하던 그 시절의 '나만 옳다'는 선민의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년이라는 성상이 그들에겐 정체해 있다.

물론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상당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듯하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을 주도한데 대한 '훈장'이 국회의원 한 번이면 됐지 두 번, 세 번까지도 학생운동 출신이라는 이름으로 차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80년대 대학생치고 전투경찰을 향해 돌멩이 하나 던져보지 않은 학생이 없고, 87년 6월 시청앞 광장에서 스크럼을 짜고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지 않은 대학생이 있던가?

1980년대에 '전대협 회장이었다', '어느 대학 총학생이었다'는 경력은 2014년 8월 1일부터는 '훈장'이 아니라 '짐'이라는 사고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의 경력이 훈장이 되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자랑스런 경력이 된다.

내 삶만 옳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은 것만이 아니듯이 그들도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는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이 항상 잘못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인식, 바야흐로 '그들이 다르구나'라는 생각과 판단이야말로 새정치연합 혁신의 출발점인지도 모른다.

◈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시작

상대방이, 상대당이 정의롭지 못하고 사심이 많으며 꼼수를 부린다고 할지라도 '다르다'는 전제 아래 비판도, 비난을 해야 국민을 향한 공신력과 설득력이 높아진다.

새정치연합이 진정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되찾고자 한다면 무슨 무슨 대책이니 하는 혁신 방안들을 거론하기 보다는 '과거의 독선적 관행을 반성하고 다름을 인정하겠습니다'로 새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혁신의 구호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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