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록으로 본 커쇼, '매덕스+랜디 존슨'을 합친 완전체

정재호 2014. 8. 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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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조정평균자책점(ERA+)이라는 게 있다. 기존의 평균자책점(ERA)에다 보편적인 성적에 구장 유·불리 등의 다양한 변수를 두루 고려해 보정한 야구에서 쓰는 투수 지표 중 하나다.

ERA+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는 투수는 잘하는 투수, 100 아래로는 잘 못 하는 투수로 나뉜다.

1994년 매덕스와 2014년 커쇼 '닮은꼴'

지난 1994년이다. 야구공에 마치 탁구공처럼 스핀(회전)을 먹인다는 또 다른 의미의 '괴물투수' 그렉 매덕스(48)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때다.

그해 매덕스의 ERA+는 역사에 길이 남을 무려 271(25경기 16승6패 ERA 1.56 156탈삼진 이닝당주자허용 0.896)을 찍었다. 이듬해 역시 ERA+ 260(28경기 19승2패 ERA 1.63 181탈삼진 이닝당주자허용 0.811)으로 리그를 호령했다.

작년 제법 잘했다는 류현진(27·LA다저스)의 ERA+가 119였고 이미 12승(5패 3.44)을 거두고 있는 올해 103인 점을 감안할 때 1994년 매덕스의 271이라는 숫자는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23년 매덕스의 메이저리그 커리어(355승227패 ERA 3.16 3371탈삼진 등)를 통틀어 ERA+가 200을 넘었던 단 두 시즌이다.

클레이튼 커쇼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류현진의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가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끝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홈 3연전 최종전에 선발등판, 투구수 111개(스트라이크 84)로 시즌 5호 완투승(9이닝 9피안타 1실점 무볼넷 9탈삼진)을 신고했다.

13승(2패 ERA 1.71)째를 수확한 커쇼는 다저스의 2014년 최다 6연승을 견인했다.

아울러 개인 10연승으로 지난 1958년 다저스가 프랜차이즈(연고)를 LA로 옮긴 뒤 다저스 투수로는 역대 6번째 두 자릿수 연승을 맛봤다.

구단 기록은 버트 후튼이 1975년 세운 12연승이다. 앞으로 커쇼는 1승만 더 추가하면 오렐 허샤이저(1985년)-샌디 쿠팩스(1964년, 1965년)-돈 드라이스데일(1964년) 등이 이룩한 11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다저스 자체 기록들만 넘보는 건 아니다. 스포츠통계전문업체인 '일리어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지난 7월말을 메이저리그 최저 ERA 1.87로 마감한 커쇼는 앞서 1994~95년 매덕스(7월 종료기준 1.69-1.64)에 이어 7월말을 기점으로 2년 연속 ERA 2.00 이하를 찍은 첫 선수가 됐다.

커쇼를 보면서 최전성기 시절 매덕스가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랜디 존슨의 '힘'에도 도전장을 내민 커쇼

2013시즌 커쇼의 ERA+는 194(33경기 16승9패 ERA 1.83 등)였고 올해는 이날 경기 전까지 201이다. 200대 중반을 훌쩍 넘겼던 그때의 매덕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둘의 차이는 완투횟수에서 갈린다. 매덕스의 경우 1994~95년에 걸쳐 2연속 완투 10번에 완봉 3번의 시즌을 치렀다. 커쇼는 지난해 완투 3회-완봉 2회, 올 시즌은 이날로 완투 5회-완봉 2회로 많이 모자라다.

대신 커쇼는 다른 부문에서 만회한다. 역대급의 탈삼진 능력으로 작년 232개와 올해 141개로 각각 156개-181개의 매덕스보다 압도적이다. 이닝당주자허용(WHIP)은 백중세인데 커쇼는 2년 동안 '0915, 0.810' 페이스를 달리고 있다.

여세를 몰아 이날로 커쇼가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랜디 존슨(51)의 전매특허 같던 탈삼진 관련 기록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3경기 연속 '3실점 이하와 7탈삼진' 이상 행진을 이어가며 지난 100년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이 부문 1999년 존슨이 세웠던 14경기에 -1개차(1986년 마이크 스캇 12회, 2002년 커트 쉴링 11회 순)로 바짝 다가섰다.

1999시즌 존슨은 무시무시했다. '35경기 17승9패 ERA 2.48 364탈삼진 ERA+ 184 완투 12회 완봉 2회' 등을 거두며 4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의 첫 걸음을 뗐다.

두 전설의 최전성기 때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커쇼는 마치 매덕스와 존슨을 합쳐놓은 듯 동시에 둘의 대기록을 넘보거나 넘어서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

매덕스와 존슨같이 하나에 특화된 1등은 아닐지 모르나 두뇌와 파워로 대변되는 매덕스와 존슨의 장점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완전체' 커쇼의 탄생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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