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메추 교훈'..협상 수완에 달렸다

2014. 8. 1.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태극호의 선장 공고에 가닥이 잡혔다. 푸른 눈의 이방인이다. 네덜란드 출신 핌 베어벡 감독 이후 7년 만에 외국인감독 체제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확정된 건 아니다. 그저 한국의 바라보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능력 있는 외국인 지도자를 모셔오기 위한 주요 관건은 역시 '협상 능력'이다.

기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파주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밤샘 토론 끝에 홍명보 감독의 후임에 대한 윤곽을 잡았다. 내국인 17명과 외국인 30명 등 총 47명의 후보 가운데 3명의 우선 협상 대상자를 추렸는데 모두 외국인 감독이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준우승으로 이끈 베르트 반 마르바이크 감독을 비롯해 호르헤 루이스 전 코스타리카 감독, 프랑크 레이카르트 전 바르셀로나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우선 협상 대상자 3명에 대해 함구했다.

기술위원회의 후보 선출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다. 비공개 속에 다음 주부터 후보 3명과 접촉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의사를 물으면서 연봉 등 협상을 진행한다.

대한축구협회의 과거 외국인 감독 계약 사례를 고려하면, 3명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두고 차례로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 시일이 촉박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앞서 10월 A매치를 겨냥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기술위원회다.

이제 '칼'은 대한축구협회가 잡았다. 외국인 감독 선임 과정은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능력에 달렸다. 우선적으로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태극호의 선장 직을 맡을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교감을 나눴다고 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외국인 감독의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라는 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우선 협상 대상자 3명을 압축하는데 연봉은 고려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의 몫이고 앞으로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과거 외국인 감독의 연봉은 옵션을 제외하고 100만달러(약 10억4000만원) 안팎이었다. 이 금액으로는 입맛에 맞는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 힘들다.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생각보다 높은 연봉을 줘야 할 후보도 있다"라고 했다.

일본은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영입하는데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였고, 연봉 180만유로(약 25억원)에 계약했다. 대한축구협회 예산에서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연봉을 책정하는데 한계가 있다. 현실적으로 아기레 감독 수준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

뒤통수를 맞았던 아픈 기억도 잊어선 곤란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금껏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때 우선 협상 대상자 후보와 계약한 경우가 많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 딕 아드보카트 감독 등이 그러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명장과 협상에 성공했다. 하지만 브루노 메추 감독과는 협상이 결렬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004년 코엘류 감독을 경질하고 후임 감독을 물색하다가 당시 알 아인의 메추 감독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메추 감독도 대한축구협회와 면접에서 구체적인 코칭스태프 구성을 논의하는 등 수락 의사를 밝히는가 싶었지만, 막판 연봉 협상에서 진통을 겪더니 고사했다. 알 아인의 위약금 요구에다 알 이티하드와 양다리 협상을 한 메추 감독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지만 공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대한축구협회의 '실수'도 결정적인 이유였다.

대한축구협회가 선호하는 명망 있는 지도자는 다른 협회나 클럽에서도 구미가 당기기 마련이다. 서로 모셔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그 감독도 좋은 대우를 받고자 이리저리 잴 게 뻔하다. 경쟁자를 제치고 후보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마지막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받아내기까지, 이 모든 게 대한축구협회의 협상 능력에 달렸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MK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