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서울 교육감) "일반高 교과편성 자율성 크게 늘릴 것"

김연주 기자 2014. 8. 1.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0일 오전 집무실에서 만난 조희연(58) 서울시교육감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공약 이행 태스크포스(TF)와 회의를 끝낸 직후였다. 집무실 앞에는 공무원 4~5명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고, 오후엔 자사고(자율형사립고) 학부모 간담회, 혁신학교 교장 간담회가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조 교육감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한 달간 교육 행정이라는 낯선 영역에서 모든 것을 새로 배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교육감은) 많은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치명적인 선택과 결단을 반복하며 절대다수의 공익을 가장 이상적인 균형 지점에서 추구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여서 책임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국영수 줄이고 예체능 확대"

사회학자이자 성공회대 교수였던 조 교육감은 진보 학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6·4 지방선거 당시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덜 알려진 후보였다. 인지도가 낮아 내내 고전하다가 막판에 '고승덕 후보 친딸 글 파문'이 터지면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7월 1일 취임한 이후 한 달간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매달려 왔다. 조 교육감은 "우리나라 부모들은 본인이 못살더라도 자식은 남들과 똑같이 좋은 교육을 받는 '교육 평등'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며 "그런 교육 평등에 대한 열망을 수용하는 제도와 질서를 구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예컨대 전체 학교의 5% 정도는 특목고(과학고·외국어고 등) 같은 수월성 교육 기관을 두되, 이 학교들이 나머지 95% 학교와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25개 자사고를 폐지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은 '제2의 고교 평준화'를 이루겠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라고 조 교육감은 주장했다. 조 교육감은 "이런 교육 체제가 '동아시아형 교육 복지 사회'"라며 "평등 교육과 수월성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교육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고 폐지를 비판하는 분도 있지만, 옳다고 지지하는 분이 더 많다"며 "취임 전 진행된 자사고 평가가 타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를 연장한 것이며, 하반기 입시 전까지 (취소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고교 평준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智)·예(藝)·체(體)'를 겸비한 '삼원적 인간'을 기르는 창의 교육으로 학교 교육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학교들이 99% 국·영·수 중심 교육을 하고 있다면, 이를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는 체육과 예술을 가르치자는 것"이라며 "특히 입시와 떨어져 있는 초·중학교 교과 운영을 그렇게 바꾸겠다"고 말했다.

◇"일반고의 교과 자율성 확대"

조 교육감은 또 "자사고 폐지 말고 일반고를 살리는 대책을 4가지 정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일반고에도 자사고 수준으로 교육 과정의 자율성을 주는 것이다. 학교들이 반드시 가르쳐야 할 '필수 이수 단위'가 정해져 있는데, 이것이 적을수록 학교가 마음대로 커리큘럼을 짤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정한 일반고의 필수 이수 단위는 86단위로, 자사고(77단위)보다 많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교육부와 협의해 일반고 필수 이수 단위를 낮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또 "일반고에서도 원하는 학생들은 모두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직업 과정을 늘리겠다"고 했다. 지금은 취업을 원하는 일반고 학생들이 외부 학교에서 직업 위탁 교육을 받을 수 있는데, 정원이 적어 다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직업 위탁 교육 기관을 늘리거나 일반고에 제과·미용 등 거점학교를 만들어 원하는 학생들이 다 직업 교육을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셋째, 위스쿨(기숙형 대안학교), 단기 돌봄 과정 등을 확대해 일반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 문제를 해결하고, 마지막으로 은퇴한 교사들이 일반고 학생들과 결연을 맺어 돌봐주는 제도도 검토 중이라고 조 교육감은 밝혔다.

◇"무상 복지엔 찬성하지만, 기존 예산 잠식하면 안 돼"

조 교육감은 과도하게 늘어난 무상 복지 예산으로 재정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돌봄의 국가책임화'라는 무상 복지의 큰 방향엔 찬성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상 보육(누리 과정)과 무상 급식으로 인해 예산이 1000억원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조 교육감은 "하지만 기존의 교육 예산을 잠식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은 예산 부족으로 8월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사 2386명 중 120명 정도만 수용할 예산을 확보한 상태다. 조 교육감은 "명예퇴직은 교사 수급 문제에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명퇴가 가능하게 예산을 차입해 10년간 갚아나가는 방법을 교육부 등과 협의해볼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