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 온 독일 여자 배구선수들이 동네 농구코트서 연습한 사연은

민수미 기자 2014. 8. 1.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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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동네 공원 농구장에서 금발의 미녀 군단이 배구를 하고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시겠죠.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014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위해 세계 각국의 여자배구선수들이 경기도 화성에 모였습니다. 세계 랭킹 9위인 독일 국가대표팀도 29일 입국해 짐을 풀었죠. 이날 독일 배구팀 코치는 자신의 트위터에 짤막한 글과 함께 독일 선수들이 숙소 근처 농구 코트 위에서 연습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는 "한국에 도착했다"며 "체육관을 안 준다고, 훈련 못 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했죠. 웃기려고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이 글은 '대한민국 독일에 망신'이란 제목으로 둔갑해 인터넷에서 공분을 낳았습니다. 댓글을 보실까요? "초대를 했으면 손님 대접을 해야지" "대회 운영할 능력이 없으면 하지를 말아라" "국격이 이렇게 나타난다…"

친절한 쿡기자 정신이 발동했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를 수소문해 봤습니다. 선수단은 한국 입국 다음날부터 조직위가 제공하는 공식 연습장에서 연습을 합니다. 그런데 남성들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머쥔 독일팀은 여자 배구에서도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입국 당일부터 연습을 하겠다며 조직위에 훈련장 제공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조직위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 시간엔 한국팀의 연습과 경기를 위해 훈련장 정비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독일팀은 숙소 근처 공원으로 가 몸을 풀었고 코치는 트윗을 남긴 겁니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독일팀이 유난히 대회운영 스케줄에 잘 따르지 않고 요구사항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조직국에서 조율한 스케줄을 따르는 것이 국제 스포츠의 관례"이며 "모든 나라의 요구를 들어줄 순 없다"고도 했습니다.

혹시 영어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협회와 독일팀 모두 영어로 말할 수 있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번 정한 일정이 바뀌면 팀 미팅, 식사 시간, 장소 확보 등이 모두 바뀌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한국이 개최하는 국제경기에서 준비가 소홀했다면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대한배구협회는 그랑프리 국제배구대회를 세계적 축제로 만들기 위해 성실히 준비했고, 독일팀은 트위터로 유머를 선사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만을 보고 마음대로 국격 비하까지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네티즌 여러분, 만일 배구협회가 잘못했다면 나중에 회초리를 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민수미 기자 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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