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도로가 무너진다..'싱크홀' 공포 확산

전준범 기자 2014. 7. 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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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난개발로 지하수 고갈이 원인 공포 확산에도 정부 차원 방재시스템 먼 얘기

이달 28일 저녁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신명스카이뷰 인근 도로 측면이 붕괴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땅이 6m 깊이로 내려앉으면서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근처 신호등이 쓰러졌다. 이보다 4일전 경기도 신곡동의 한 아파트단지 부근에서는 인도가 2m가량 주저앉아 보행자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땅이 주저앉는 현상인 '싱크홀(sink hole)'이 최근 서울, 인천 등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하는 일이 잦아졌다. 국토 대부분이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진 한국도 더 이상 싱크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부차원의 싱크홀 통합관리시스템도 아직까진 마련되지 않고 있다.

◆ 물에 잘 녹는 석회암 지대에서 주로 발생…376m 깊이의 싱크홀도 있어

싱크홀은 지하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보통 땅 밑은 2.5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한다. 250m만 내려가도 100기압에 짓눌리는 셈이다. 엄청난 압력을 지탱해주던 지하수가 여러가지 이유로 수위(水位)가 낮아지거나 사라지면 땅이 그 빈 공간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빈 공간의 규모에 따라 싱크홀 깊이도 수 미터에서 수백 미터까지 다양해진다.

원래 싱크홀은 석회암으로 이뤄진 자연지대에서 주로 발견됐다.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석회암 특성상 물이 표면을 흐르면 쉽게 녹아내려 와지(窪地)의 일종인 '용식 돌리네'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석회암 속에서도 지하수에 의한 '함몰 돌리네'가 형성된다. 이것들이 무너져 내리면 싱크홀이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깊은 싱크홀인 멕시코 제비동굴(Cave of Swallow)은 지름 50m에 깊이가 무려 376m에 달한다. 지름 100m, 깊이 202m의 딘스블루홀(Dean's Blue Hole)이라는 싱크홀은 바하마와 접한 바닷속에 있다. 물속 깊은 구멍의 짙은 푸른빛에 매력을 느낀 프리다이버 1000여명이 이 싱크홀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 "도시 싱크홀은 인재(人災)…통합관리시스템 작동해야"

최근 들어 자연 경관으로만 각광받던 싱크홀이 도시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부쩍 늘어났다. 2007년 과테말라에서 100m 깊이의 싱크홀이 발생해 집 20여채가 빨려 들어간 이후 여러 국가의 도시 지역에서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경우 단단하고 수분에 강한 편마암과 화강암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싱크홀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2012년 2월 인천 서구 지하철 2호선 공사장에서는 지름 12m에 깊이 27m의 대형 싱크홀이 갑자기 발생해 인부 1명이 매몰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앞 도로에서도 지난달과 이달 두 차례 2~3m 정도의 싱크홀이 발생한 바 있다. 직장인 조성준(남·29)씨는 "업무차 종종 여의도를 지나가는데 관계사 직원에게 싱크홀 발생 소식을 듣고 난 뒤부터 괜히 찝찝해 국회와 멀리 떨어진 도로로 운전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대부분은 인재(人災)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산업화 이후 꾸준히 진행돼온 도시 개발의 부작용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지오인프라연구실 박사는 "노후화된 상·하수도관에 균열이 생겨 물이 새어나오는 현상이 도시 싱크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지하수 과다 사용에 따른 고갈이나 지하공간 개발에 따른 지반 약화 역시 큰 원인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부근에 싱크홀이 빈번하게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송원경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하공간연구실 박사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싱크홀 발생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도시를 지탱하는 지반 아래 지하수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송 박사는 "이 같은 일은 범위가 넓고 예산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주도로 진행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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