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예능 편성전쟁, KBS의 불편한 마이웨이

이만수 입력 2014. 7. 31. 16:17 수정 2014. 7. 31.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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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KBS 말대로 편성은 방송사 자율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개인적으로 편성은 방송사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BS 박태호 예능국장이 주말예능 편성 전쟁에 대해 꺼내놓은 말이다. 어찌 보면 상식적인 얘기처럼 들린다. 방송사가 자신들의 방송 편성을 스스로 하겠다는 것이 뭐가 틀렸단 말인가.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 얘기는 나 혼자만 살면 된다는 식의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편성은 당연히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방송계가 지켜야 될 선은 있기 마련이다.

만일 박태호 국장 말대로 방송사의 편성 자율권을 내세워 드라마 시간을 마구 늘리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거기에 맞춰 타 방송사도 시간을 늘릴 것이고 그러면 또 다른 방송사도 거기에 가세해 상황은 더 복잡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렇게 편성전쟁에 돌입하다보면 당연히 콘텐츠의 질에도 영향이 미치게 된다. 양은 질과 무관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드라마들이 저마다 시간을 과거처럼 늘리지는 않는 추세다. 거기에는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주말 예능의 고무줄 편성과는 정반대의 시각이 들어있다. 한때는 시간을 늘려 시청률도 어느 정도 가져가고 또 광고도 그만큼 하는 꼼수가 통했을지 몰라도 요즘은 시청자가 단박에 그 늘어난 만큼의 지루함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최근 장르 드라마들은 거의 60분 안쪽으로 만들어져 오히려 그 압축적인 완성도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고무줄처럼 늘어난 주말예능을 생각해보라. 거기에 압축적인 재미가 과연 존재하는가. 녹화 분량이 많다고 해서 방송 분량이 충분히 확보된다는 이야기는 제작자로서는 게으름의 소산에서 나온 이야기다. < 무한도전 >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프로 레슬링 같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한 시간 분량을 찍기 위해 1년을 준비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많이 찍고 많이 내보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안에 얼마나 압축적인 완성도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그간 말을 아꼈던 SBS도 이 주말예능 편성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SBS-MBC가 한 목소리로 KBS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KBS는 '자기 길을 가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며 마미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양상이다. "시청자들의 사랑이 중요하다"고 단서를 단 것을 보면 KBS가 최근 주말예능에서 MBC의 시청률을 조금 앞서고 있다는 것에 고무된 인상이다. 하지만 이 편성의 문제는 시청률과는 무관하게 따로 다뤄져야할 사안이다.

방송사 간의 경쟁은 콘텐츠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시청자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경쟁이 지나치면 전쟁이 된다. 전쟁은 무조건 이기지 않으면 피를 흘리게 되는 승자 독식의 세계다. 그저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정당화되기 마련이다. 당연히 거기에서 시청자들을 위한 배려나 노력은 배제되고 대신 시청자는 자신들의 전쟁에 호명되는 도구로 소외된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말하지만 그 어떤 시청자도 주말예능의 편성전쟁을 원하지는 않고 있다.

게다가 KBS는 공영방송이다. 상업방송사라면 이익 창출을 위한 선택에 뭐라 하기 어렵지만 공영방송은 그래도 자사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체 방송계의 이익도 생각해야 하는 위치다. 그런 공영방송이 모두가 원하는 합의에 대해 '독자노선'을 가겠다고 하는 건 어딘지 독선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언제 시청자가 4시간 주말 예능을 보고 싶다고 했던가. 4시간이라면 그냥 보고 있어도 지치게 되는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MBC와 SBS는 모두 한 목소리로 "KBS의 욕심"을 말하며 이제 이 주말 예능 편성 전쟁의 공을 KBS로 넘겼다. KBS는 과연 어떤 대응을 할까. 아니 어떤 대응이 올바른 것일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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