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성 스캔들..CCTV는 저우융캉의 후궁이었나?

임상범 기자 입력 2014. 7. 31. 13:57 수정 2014. 7. 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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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는 '中央電視臺'로 표기하는 CCTV, 즉 중국 중앙TV는 잘 아시다시피 중국을 대표하는 국영 방송국입니다. 산하에 22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2만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거대 방송국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영국의 BBC, 일본의 NHK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 세계 3대 국영방송국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CCTV의 앵커나 기자로 입사하는 것은 중국 젊은이들의 선망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중국 서점가에 [央視後宮(CCTV는 후궁!)]이란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책이 등장했습니다.

후궁은 황제로 상징되는 최고 권부의 권력자들을 위해 은밀하게 봉사하는 여성들을 일컫습니다. 권력의 지근거리에 있다보니 그 성은을 입어 벼락출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권력을 좇는 부나방들이 모여들기도 합니다. 자타공인 최고의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CCTV의 여성 방송인들을 '후궁'으로 표현한 도발적이기 짝이 없는 이 책의 등장 배경은 이렇습니다.

지난 6월, CCTV의 경제 채널 앵커인 어우양즈웨이가 공안당국에 소환됐습니다. 그녀에게 적용된 혐의는 당정의 실력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그 댓가로 출세를 보장받았다는 겁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와 관계된 유력인사들 가운데 단연 눈에 띄었던 사람이 바로 '부패 호랑이'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입니다. 사생활이 문란하기로 유명한 저우융캉의 성상납리스트에는 어우 말고도 6명의 다른 CCTV 여성 앵커들의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은 지난해 말 베이징 시내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저우융캉과 부적절한 행위를 가졌다는 낯 뜨거운 보도까지 흘러나왔습니다. 추문의 주인공인 누구인지를 놓고 이런저런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리스트에 오른 앵커들이 저우융캉의 낙마와 함께 줄줄이 체포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누가 갑자기 방송을 중단했는지가 호사가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궁금하시겠지만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는 만큼 거론되고 있는 여성방송인들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저우융캉은 알려졌다시피 조강지처를 버리고 28살이나 어린 CCTV 수습앵커 츨신의 자샤오화(賈曉燁)와 2001년 재혼한 바 있어 CCTV와 질긴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자샤오화의 CCTV 입사동기가 왕샤오야(王小Y)라는 앵커인데, 그녀는 저우융캉의 측근으로 최고인민법원장을 지낸 차오젠밍(曹建明)과 결혼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차오젠밍도 CCTV앵커들의 주된 성상납 대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CCTV 여성방송인들이 정가의 실력자들과 이렇게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 데는 그녀들의 출세지향도 있었지만 CCTV 고위층들의 채홍사 역할이 주효했습니다. CCTV 부사장을 지낸 리둥성(李東生)은 저우융캉의 든든한 뒷배에 힘입어 공안부 부부장에 올랐고 리둥성의 후배로 경제 채널의 총 감독이었던 궈전시(郭振璽)는 권력의 비호 아래 광고 영업에 직접 개입해 20억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천3백억 원의 엄청난 뇌물을 챙겼습니다. 모든 것이 채홍사 역할에 대한 보상이었습니다. 리둥성이나 궈전시은 CCTV 내부에서 엄선한 여성앵커들을 저우융캉 등 권력자들에게 소개하고 성상납을 알선해 온 것으로 중국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당국에 체포돼 사법 처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중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 저우융캉 사건이 공개되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대로 CCTV가 정말로 중국 권부의 후궁이었는지에 대중들의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저우융캉 스캔들이 어디까지 드러날 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추문으로 얼룩진 CCTV의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CCTV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함께 중국 권력층들의 성 윤리에 대한 각성 없이는 중국판 '황색 권언유착'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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