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여건상 가장 탐나던 선수, 키슬링

김태석 2014. 7.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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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DNA가 틀린 것 같다. 다양한 각도에서 슛할 수 있는 능력은 팀에 승리를 가져다 주는 요인이다. 키슬링의 움직임이 그랬다. 반 박자 빠른 위치 선정과 슈팅 템포를 보면 독일에서 인정받고 있는 까닭을 잘 알 수 있다."

바이어 04 레버쿠젠 최전방 공격수 슈테판 키슬링을 바라본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현역 시절 골잡이 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TV로 접했던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베테랑 공격수의 실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도 '저만한 공격수가 한국 축구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을 정도로 키슬링은 대단히 탐나는 존재였다.

지난 30일 저녁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서울-레버쿠젠 친선 경기에서 키슬링이 맹활약한 레버쿠젠이 2-0으로 승리했다. 레버쿠젠은 전반 24분 카림 벨라르디의 선제 결승골로 앞서 간 후 후반 14분 키슬링의 쐐기골로 원정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장기인 질풍 같은 드리블 돌파는 물론이며 동료의 움직임을 살리는 플레이에도 눈을 뜬 모습을 보여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현재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해 보이는 선수가 따로 있었다. 두 번째 골을 넣은 키슬링이다.

키슬링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다. 분데스리가에서 특출 난 득점력을 뽐내고 있어도 어찌 된 영문인지 요아힘 뢰브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표팀 승선 여부와 별개로 키슬링은 분명히 뛰어난 골잡이였다. 발이 다소 느리긴 해도 문전에서 누구보다도 위협적 면모를 뽐낸 데다 동료와 연계 플레이도 매우 뛰어났다. 직접 골망을 흔든 장면에서 볼 수 있듯 빠른 판단과 절묘한 위치 선정 이후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마무리 능력까지 돋보였다. 골을 만들어 내는 능력만큼은 정말 탁월한 선수임이 틀림없었다.

키슬링이 탐난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최근 한국 축구를 대표할 만한 전문 골잡이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2014 월드컵에서 한국이 굴욕을 맛본 이유 중 하나는 최전방 골잡이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잡음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이 박주영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은 "그렇다면 박주영 말고 도대체 누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명확히 해답으로 제시할 선수가 마땅찮아서였다.

사실 골잡이 부재라는 이유로 고민에 빠진 한국 축구의 현실은 어색한 모습이다. 한국 축구에는 이른바 계보라는 게 있었다. 키슬링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 최 감독도 그 계보의 한 축이며, 이번 월드컵에서 팬들의 원성을 샀던 박주영도 그 계보의 적자로 수년간 평가받으며 국가대표팀 내에서 입지를 다진 선수다. 하지만 그 다음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는 딱히 대답하지 못하는 현실은 향후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챌 요소가 될 게 분명하다.

제로 톱이 유행하고 전형적 골잡이 유형의 선수들이 설 자리를 잃어 가는 형세가 최근 전술적 흐름이긴 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탁월하게 득점을 만들어 내거나 찬스를 제공하는 공격수 존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여지없는 결정력을 과시하는 선수는 골로써 승패를 가르는 축구에 있어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 축구에 있어서도 승승장구할 때는 언제나 이런 골잡이들의 존재가 있었다는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그래서일까? 키슬링은 지금 한국 축구에 없는 존재여서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한 방이 없는 한국 축구, 키슬링의 확실한 마무리 능력은 너무도 탐났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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