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여성 "쌍둥이 확률 높이자" 난임치료용 시술.. 윤리 논란에 부작용 우려도

2014. 7.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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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배란주사 좀 놔주세요"
경력단절 꺼리는 전문직 주로 찾아.. 태아 수 인위적 조절 비난 여론
정상난소 자극, 몸에 무리 갈수도

[동아일보]

"쌍둥이를 갖고 싶어요."

국내 공공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정모 씨(35)는 7월 들어 서울의 한 산부인과를 찾아 쌍둥이를 낳기 위해 난임 여성이 주로 맞는 과배란유도주사를 처방받았다. 의사는 아이를 갖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건강한 자궁을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정 씨가 쌍둥이를 원했기 때문이다. 불임 시술의 한 방법인 이 주사를 맞으면 대개 쌍둥이를 가질 확률이 높아진다. 정 씨는 "외자녀는 너무 외로울 것 같고 둘은 낳고 싶은데 임신 출산을 두 번 하기는 더 싫다. 그래서 생각한 게 한 번에 쌍둥이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씨처럼 임신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20, 30대 직장 여성들이 난임 치료용 과배란유도주사를 맞고 쌍둥이를 낳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서울, 경기 지역 산부인과 10곳을 취재한 결과 지난해보다 과배란유도주사를 맞는 정상 여성이 늘어난 곳이 8곳이나 됐고 평균 20%가량 과배란유도주사 처방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A산부인과에 따르면 이러한 처방 건수가 2011년 한 달에 10건 정도였는데 올해엔 한 달에 20건 정도로 2배가량으로 늘어났다.

본보가 만난 직장인 여성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로는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육아휴직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남성 동료와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쌍둥이를 원한다는 것. 5년 차 대기업 연구원 최모 씨(32)는 "육아휴직을 1번은 쓸 수 있는데, 아직 2번 쓴 사례가 없다. 이 때문에 출산을 두 번 할 생각을 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며 "이럴 바에는 한 번에 두 명을 키우는 게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B산부인과 관계자는 "지난해는 관련 문의가 한 달에 5건 정도였는데 올해엔 한 달에 10건 이상 문의가 들어온다"며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쌍둥이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대기업 직장 여성, 고소득층 며느리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배란유도주사는 말 그대로 난자 배출을 촉진하는 약이다. 정상적으로 배란이 이뤄지지 않는 여성이 맞으면 수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배란유도주사를 맞고 한 임신 중 30% 정도가 쌍둥이 세쌍둥이 등 다태아 임신이다.

하지만 과배란유도주사를 정상 여성에게 처방하는 것이 비윤리적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아의 수를 부모가 조절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생명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출산 전 성별을 미리 알아내 원하지 않는 성별일 경우 유산시키는 행위와 뭐가 다른가"라고 지적했다.

부작용 우려도 높다. 대개 과배란유도주사를 맞으면 두통, 복통, 피로감 등 가벼운 증상만 느낀다. 하지만 난소과자극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난소가 자극돼 크기가 커지면 복수가 차고 체중이 증가하며 소화기관에 무리를 준다. 1% 미만의 가능성이지만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심해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상 여성에게 과배란유도주사를 처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현재는 없다. 오진희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의료법상 불법으로 규정할 근거 조항이 없다"며 "하지만 관련 학회와 논의해 생명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검토해 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강기준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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