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공연 10분 전 취소된 뮤지컬.. 수입작품 의존증이 부른 사고

김미나 기자 2014. 7. 31.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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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1812∼1870)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아시지요.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두 도시(파리와 런던)에서 벌어지는 자유와 평등,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대작입니다. 역사상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린 단행본이라는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뮤지컬과 연극 등으로 재탄생 돼 전 세계 수많은 관객도 만났죠. 한국에서는 2012년 초연한 뒤 매년 톱 배우들이 출연하면서 호평을 받아왔습니다. 현재 제작사 비오엠코리아가 무대에 올린 공연의 라인업에는 서범석 이건명 한지상 소냐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8시.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모인 1500여 관객들은 공연을 불과 10여분 앞두고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배우는 등장하지 않고, 비오엠코리아의 최용석 대표가 대신 무대 위에 오른 겁니다. 그는 "제작사의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29일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고 전하더니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습니다. 지난 6월 25월 시작된 공연은 총 8회가 남아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작사는 공연 취소의 배경을 명쾌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5시간이 흐른 뒤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죄송하다. 환불 처리 하겠다"는 짤막한 사과문을 게시했을 뿐입니다. 이후 정상 공연 여부에 대해서도 어떤 언급이 없다가 30일 낮 공연 3시간여를 앞두고 예매자에게 '정상 공연을 진행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연결되지 않고 제작사의 대표 전화도 불통이었습니다.

문제는 책임감 없는 제작사의 행태 너머에 있습니다. 단순히 한 회 차의 공연을 올리지 못해 관객들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 뒤에는 국내 뮤지컬 산업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처럼 라이선스 형태로 국내에 들어오는 작품은 원작자에게 총 수입의 7∼10%에 달하는 개런티를 내야합니다. 제작사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출연료 높은 톱스타를 기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정된 시장과 관객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작품이 쏟아지다 보니 산업은 기형적으로 커지지만 제작사는 힘겨워집니다. 지난 6월에는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 장르 뮤지컬을 중심으로 제작해온 중형 제작사 '뮤지컬해븐'이 워크아웃 신청을 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었죠.

뮤지컬 업계에선 비교적 소규모인 비오엠코리아가 공연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속사정으로 재정 문제를 제기합니다. 임금 체불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갈등은 다행히 봉합돼 30일 오후 3시와 8시 공연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만의 해프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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