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집 열어보니.. 부패한 시신 2구 있었다

유명식 2014. 7. 3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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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빌라서 지적 장애 8세 발견

시신은 아이의 아버지·형 추정…경찰, 별거 부인을 용의자로 추적

경기 포천시의 한 빌라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8세 남자아이가 부패한 시신 2구와 2주 넘게 혼자 있다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신은 아이의 아버지와 형으로 추정된다.

30일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29일 오후 9시40분쯤 포천시내 56㎡(17평) 빌라 2층 박모(51)씨의 집에서 '아이가 악을 쓰며 우는 소리가 난다'는 아랫집 이웃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주민은 경찰에 "이전에는 쿵쿵 뛰는 소리만 가끔씩 들리더니 30여분 전부터 아이가 심하게 울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현관문이 잠겨있자 119 사다리차의 도움을 받아 창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했다. 악취가 진동하는 집 안에서는 남자아이가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 상태로 TV가 켜진 큰방에서 소리를 지르며 울고 있었다. 작은 방에는 높이 80㎝, 지름 84㎝ 크기의 고무통이 놓여 있었고 경찰이 고무통 뚜껑을 열어 심하게 부패한 남자 시신 2구를 발견했다. 모두 옷을 입고 있었으나 얼굴에 랩이 감긴 채 이불로 덮여있어 타살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시신 한구의 목에는 붉은색 계열의 여성용 스카프가 3번 둘러져 있었다. 스카프 양쪽 끝을 조여 맨 흔적도 보였다.

경찰은 시신의 부패 정도로 미뤄 숨진 지 2주 이상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집주인 박씨와 박씨의 큰아들(28)로 추정하고 정확한 신원과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박씨 어머니의 DNA와 시신의 DNA를 비교할 계획이다.

경찰은 종적을 감춘 박씨의 부인 이모(50)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이씨와 박씨가 별거하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웃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씨가 박씨 등과 다투다 질식사시켰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여성 한 명이 성인 남성 두 명을 제압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약물을 이용했거나 제3자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포천시에 따르면 박씨의 막내아들로 추정되는 아이는 부모가 취학유예 신청을 해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고 있었다. 경찰은 집안에 라면과 빵, 과자 등의 봉지가 널려 있는 것으로 미뤄 아이의 끼니를 걱정한 이씨가 밤에 몰래 드나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가 다소 말라 있는 등 건강이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충격이 워낙 커 진술할 수 없는 상황"라며 "대략 20일 전부터 주민들에게 목격되지 않은 이씨를 잡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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