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의 백태클] "한국행 원한다"는 감독, 어디까지 믿어야하나?

풋볼리스트 입력 2014. 7. 30. 16:15 수정 2014. 8. 8.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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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환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직이 공석이다. 외국인 감독들에게는 관심이 갈만한 자리다. 특히 8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외국인 감독 사이에서는 "한국은 최소 본선에 나가는 팀"이라는 인식이 강해 인기도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이미 일부 감독들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원한다"고 구애를 펼치고 있다. 에이전트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의 의사를 확인해보려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수많은 감독들의 발언을 어디까지 믿어야할까?

그들의 관심을 폄하해선 안된다. 그렇다고 모든 걸 믿을 필요도 없다. 몸값을 올리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의 생각을 가진 감독도 있다.

네덜란드 공격수 출신의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측은 최근 국내 에이전트 회사를 통해 대한축구협회에 감독 이력서를 넣고 싶다고 연락을 했다. 클루이베르트가 유명 선수 출신이나 아직까지 감독 경력은 없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다.

이 내용을 전달 받은 국내 에이전트 A씨는 "진정성이 부족해 제안을 거절했다. 구체적인 내용 없이 무작정 클루이베르트를 협회에 추천해달라고 하더라"고 했다. 클루이베르트의 대리인이라고 연락 온 알제리계 스페인인 에이전트는 전화가 아닌 휴대폰 메신저로 의사를 타진했다. 결국 관련 서류도 보내지 않았다.

클루이베르트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에 보도가 되면 해당 감독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유럽 내에서 감독직을 알아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에이전트 B씨도 "찔러보기 식의 제안이 많다. 한국 감독직을 맡기 위해선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클루이베르트가 현재 유럽에서 진행 중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가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말 마음이 있었다면 전화를 통해 서류를 빨리 제출했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한국 감독직을 간절하게 원하는 경우도 있다. 라도미르 안티치 감독은 최근 한국으로 대리인을 보내 협회에 이력서를 제출하게 했다. 스페인에서 일하는 한 에이전트가 직접 한국에 와서 이력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력서를 성의 있게 제출했다고 해서 감독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축구협회 쪽에서 원하는 감독은 따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행을 진정으로 원하는 감독이라면 어느 정도의 성의를 보여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메신저를 통하거나 해외에서 언론 플레이를 통해 '떠보기'식의 감독직 지원은 옳지 않다.

2011년 12월, 조광래 감독의 후임을 결정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 감독 지원자들의 이력서가 대한축구협회에 대거 몰렸다. 특히 루이스 스콜라리 감독이 에이전트를 통해 연봉 100만 유로(당시 15억원)면 한국에 가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원하는 연봉은 3배 가량 높았고, 조건도 매우 까다로웠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 진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이유다.

대표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K리그에 오기 위해 직접 나서는 외국인 감독도 많다. 하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애초에 원했던 연봉보다 월등히 높은 조건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인 감독이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해가 간다. 프로 감독으로서 당연히 협상은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언론 앞에서의 모습과 뒤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다른 건 옳지 않은 행동이다.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다"라면서 언론 플레이를 하며 뒤에서는 자신의 뱃속을 채우려는 감독들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8월이면 신임 대표팀 감독이 발표된다. 이용수 신임 기술위원장은 지난 2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도 이메일을 보내는 외국인 감독들이 있지만, 그분들에 대해서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내국인 15명 이내, 외국인 15명 이내 리스트 만들어서 기술위원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다"고 했다.

감독의 능력이 최우선이 돼야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감독의 속마음과 평소 행실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감독이 축구대표팀에 와선 안된다. 정말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은지, 한국 축구를 진심으로 발전시키고 싶은지 파악하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 김환은 '할말 다 하는' 풋볼리스트의 '돌직구' 기자다. 너무 솔직해서 손해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성격이 이런데. 그래서 칼럼의 제목은 < 김환의 백태클 > 이다. 레드카드를 받더라도 할 말은 하고 떠나자는 게 이 칼럼의 모토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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