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무늬만 국가대표' 하승진에 대한 아쉬움

입력 2014. 7. 30. 11:07 수정 2014. 7. 30. 14: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국농구의 대들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하승진(29, KCC)은 기대대로 커주지 못했다.

지난 2006년 8월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월드바스켓볼챌린지(WBC)가 개최됐다. 2006년 일본 세계선수권에 참여하는 농구강국들이 한국에 모여 실전 평가전을 갖는 대회였다. 주최국 한국을 비롯해 미국,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터키 등 세계적 강호들이 한국을 찾았다.

당시 한국은 현역 NBA선수였던 하승진의 가세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221cm의 하승진은 포틀랜드에서 2시즌 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밀워키로 트레이드된 상태였다. 하승진은 김주성, 김민수 등과 함께 한국 골밑을 지켰다. 한국은 터키와의 첫 판에서 67-70으로 역전패했다. 하승진은 10점, 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한국은 세계 4위 리투아니아에게 81-83으로 석패했다. 다리우스 송가일라 등 NBA선수들이 버틴 골밑에서 하승진은 분투했다. 경기 후 하승진은 탈진할 정도로 열심히 싸웠다. 한국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서니, 드와이트 하워드, 크리스 보쉬, 크리스 폴 등이 버틴 미국과도 붙어 63-116으로 졌다.

이후 하승진은 한국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2007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하승진의 기량은 절정이었다. 하승진은 평균 17.3점(대회 7위), 9.1리바운드(대회 3위), 1.0블록슛(대회 2위)으로 대활약을 펼치며 한국이 3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주요 외신기자들이 하승진을 하메드 하다디(29, 이란)와 함께 아시아 최고센터로 꼽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직행티켓획득이 좌절되자 하승진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비록 당장의 성과는 얻지 못했지만, 하승진이 있기에 한국농구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2008년 프로농구에 전체 1순위로 데뷔한 하승진은 4년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1회로 국내무대를 평정했다. 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항상 비시즌에 부상에 시달리며 대표팀에 뽑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설령 뽑히더라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기여도가 높지 않았다. 하승진은 2008년 이후 하다디, 왕즈즈, 이젠롄 등 아시아 라이벌 센터와의 대결에서도 완패를 당했다. 적어도 높이를 믿고 수비를 기대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유재학 감독은 하승진의 몸 상태를 점검하길 원했다. 2년 간 공익근무를 하면서 체중감량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하다디 등과 붙어 수비에서 10분 정도만 버텨줄 수 있어도 하승진은 충분히 뽑을 만한 카드였다. 하지만 직접 하승진을 본 유 감독은 기대를 접었다. 하승진 역시 태극마크에 별다른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병역문제까지 해결된 마당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역시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허벅지 부상을 입은 하승진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는 몸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뛰는 대표선수 12명 중 크고 작은 부상이 없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특히 맏형 김주성의 경우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가장 열심히 뛰고 있다. 39세의 문태종도 아무런 불만 없이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 선수들 중 병역혜택을 바라볼 수 있는 선수는 김선형, 오세근, 이종현, 김종규 네 명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인천에서 한다지만, 아시아 챔피언 이란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 중국 역시 농구월드컵 출전까지 미루면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NBA센터와 귀화선수가 판을 치는 전쟁터에 우리는 제대로 된 방패도 없이 임하고 있다.

하승진에게 억지로 국가대표를 강요할 순 없다. 또 지금의 하승진은 국가대표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하승진이 유망주시절부터 좀 더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할 수는 없었을까. 하승진은 축복받은 신체조건을 갖고 NBA에 입성했다. 휴식기에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을 만드는 NBA선수들과 달리 하승진은 살이 찐 모습으로 프리시즌에 임해 코칭스태프의 눈 밖에 났다. 하승진이 그 때부터 피나는 노력을 했다면, 한국농구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8년 전 그에게 주어졌던 기대치를 감안하면 지금의 하승진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그는 위력적인 프로농구선수는 됐지만, 대표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계륵'이 됐다. 한국농구는 이제 하승진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접어야 할 것 같다.

jasonseo34@osen.co.kr

[OSEN앱다운로드]

[야구장 뒷 이야기]

[Copyright ⓒ 한국 최고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OSEN(www.osen.co.kr) 제보및 보도자료 osenstar@ose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