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냉면 '맛'보고 싶으세요?

헬스조선 편집팀 2014. 7. 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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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냉면은 싫다?

살얼음이 동동 뜬 물냉면은 시원하고 감칠맛 나서 좋고, 혀를 자극하는 매콤달콤 비빔냉면은 떨어진 입맛을 돋우니 좋다. 여기까지는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 [헬스조선](사진=헬스조선DB)

하지만 냉면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 다시 더워진다. '진짜 냉면은 메밀이 100%다', '전분을 쓰는 함흥냉면은 아류다', '육수를 낼 때 꿩고기가 빠져선 안 된다' 등 냉면에 대한 논란에서부터 '어느 집이 맛있는 집인가' 하는 언쟁까지 열기가 뜨거워지기 일쑤다.

감히 이 뜨거운 언쟁에 시원히 길을 내보고자 한다. 냉면에 얽힌 많은 얘기부터, 어느 집 냉면을 선택해야 좋은지에 대한 가이드까지. 올여름, 시원한 냉면의 참맛을 등줄기 서늘해지게 즐길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수육 메뉴 없는 집 육수는 조미료 맛

나는 옥석을 가리기 위해 냉면이 아닌 다른 메뉴 살피는 일부터 시작한다. 일단 수육이나 제육 메뉴가 없는 곳이라면 맛깔스러운 냉국을 기대하기 힘들다. 고기를 직접 삶지 않고 조미료를 써서 맛을 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삶아서 육수 낸 곳이라면 삶은 고기를 그냥 내칠 수는 없는 일. 손님상에 돈 받고 올리는 게 정상이다. 김치 맛도 평가한다. 동치미 국물을 더하든 김치 국물을 더하든 김치가 맛이 없으면 육수와 섞은 냉국 맛도 좋을 리 없다.

냉면육수, 정답은 없고 취향만 있을 뿐

물냉면의 참맛은 육수에 있다. 그런데 이 육수가 참 다양하다. 고기를 끓여낸 국물이 있는가 하면, 김치 국물도 냉면육수로 활용된다. 꿩고기 육수가 진짜라는 설도 있다. 하지만 냉면육수에는 사실상 정답이 없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엔 주로 동치미 국물을, 겨울엔 김장 김치 국물을 사용했다. 넉넉한 양반가에서는 소고기를 동원해 말아 먹는 호화 냉면을 즐겼고, 금전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은 산과 들에 흔한 꿩을 잡아 육수를 우려내 썼다. 물론 바닷가에서는 다양한 해산물로 육수를 만들기도 했다.

100% 메밀면을 찾아다니십니까?

냉면 국수는 '메밀이 100%냐, 아니냐'를 따지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따질 필요 없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메밀 함량을 안 따졌다. 모두 100%였을 테니 오히려 함량이 낮길 바랐는지 모른다. 구황작물인 메밀이 지겨웠을 건 뻔한 이치다. 한국전쟁 이전엔 흰 밀가루가 오히려 귀했다. 요즘에야 메밀의 본맛을 즐긴다느니 하며 너스레를 떨지만 적당히 혼합돼 있어도 냉면 맛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100% 메밀국수는 면 뽑기도 어렵고, 식감도 좋은 편이 아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메밀의 혼합비, 예를 들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메밀의 혼합비가 '50 대 50(메밀가루 50에 밀가루 50)'이라면 이런 냉면집을 찾아서 먹는 게 냉면을 맛있게 즐기는 비법 중 상(上)비법이다.

제대로 된 냉면 먹으러 북한 가고 싶다?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꼭 유명하다는 지역에 가서 먹고 싶어 한다. 이들은 늘 "북한에 가서 제대로 된 냉면 한 사발 먹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냉면 하면 '평양'이냐 '함흥'이냐를 따진다. 평양은 '물냉(물냉면)'이고, 함흥은 '비냉(비빔냉면)' 혹은 '회냉면'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평양냉면집이든 함흥냉면집이든 어딜 가도 '물냉', '비냉' 둘 다 판다. 좀 의아한 점이다. 보통 음식 앞에는 전통 있는 지역 이름이 붙는 법인데 왜 어디서나 둘 다 파는 것일까.

물론 냉면은 평양과 함흥에서만 먹은 것은 아니다. 서울, 강릉, 진주에서도 먹었다. 일반 서민도 먹고,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 이 땅의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여름철이면 더위를 식히려고 찬 국수를 찾았고, 겨울철엔 별미 메뉴로 냉면을 먹었다는 걸 가늠케 하는 기록은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다.

↑ [헬스조선]유지상의 추천 냉면 맛집(사진=헬스조선DB)

조선의 마지막 임금인 고종은 배를 많이 넣어 담근 동치미 국수를 밤참으로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1891년 왕실과 관청에 그릇을 납품하던 지규식이 쓴 《하재일기》에선 냉면을 사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시대 말기에 이미 한양엔 냉면 가게도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냉면이 평양식과 함흥식으로 양대 산맥을 이루면서 이북의 대표 음식인 것처럼 자리 잡은 이유는 뭘까.

한국전쟁의 여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쟁 중에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수도인 서울로 몰려들었고, 그들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음식점을 열어 함께 나누던 고향의 맛이 남쪽 사람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게 된 것이란 얘기다. 남쪽의 '진주냉면'까지 제압하면서 말이다.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으로 만든다?

냉면의 면발은 주로 메밀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있지만,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은 면이 다르다. 함흥냉면은 쫄깃하고 잘 끊어지지 않는 맛이 일품이고, 평양냉면은 툭툭 잘 끊어져서 시원하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 함경도 지방에는 메밀 농사보다 감자 농사가 더 잘 됐다고 한다. 그래서 감자를 갈아서 면을 만들었는데 질기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그래서 고춧가루, 식초, 가자미식해 등을 얹어 질긴 면의 맛을 상쇄시킨 것이 함흥냉면인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감자전분을 쓰는 함흥냉면집을 찾기 어렵다. 대부분 고구마전분으로 대체됐다고 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자전분값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고구마전분으로 뽑은 면도 질기고 맛없긴 마찬가지라고 하니, 이 역시 '감자 타령'하며 찾아다닐 건 아니다.

유지상

음식전문기자 출신의 음식칼럼리스트.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해태제과, 한국소비자원에서 근무한 현장 중심 전문가다. 저서로 《유지상의 테마맛집》, 《내 남자의 앞치마》 등이 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이다.

기고자: 유지상 , 월간헬스조선 7월호(196페이지)에 실린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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