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본능 부활' LG, 후반에 더 무섭다

2014. 7. 30.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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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윤세호 기자] 강팀이 되려면 마운드가 높아야하고 타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한다.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작은 부분부터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 선수층이 두터워 페넌트레이스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때문에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은 필수다.

그렇다. 이것들은 너무나 당연하고 재미없는, 누구나 다 아는 조건들이다. 마치 구구단처럼 자연스레 외워지는 야구 공식들이다. 이런 따분한 것들 말고 강팀을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붙어보면 안다.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마주하거나, 정말 몰입해서 야구 경기를 시청해보면,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혹은 얼마나 형편없는지 느낄 수 있다. 강한 상대와 만나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한다. 상대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방심하는 순간 곧바로 당한다. 즉, 경기 후반에 무서운 팀이 진정한 강팀이다.

LG가 그렇다. 역전 본능이 살아나고 있다. 2013시즌 35번의 역전승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드라마를 연출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최근 13승 중 6승이 역전승이며, 6월 29일부터 한 달 동안 역전승 7회, 넥센과 함께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다. 막강 불펜진과 갈수록 단단해지는 타자들의 응집력으로 짜릿한 뒤집기가 계속되고 있다.

▲ 필승조·추격조 구분 없는 불펜진, 2013보다 강하다?

뒷문이 강해야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지난해 LG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3.40으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필승조와 추격조가 명확했고, 자연스레 필승공식을 완성했다. 추가실점하지 않았기에 역전도 가능했다.

올 시즌 LG 불펜진은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가 모호하다. 좋게 보면 불펜투수들 전체의 기량이 높다는 뜻이고, 나쁘게 보면 불펜투수들 모두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LG 불펜은 전자다. 양상문 감독이 정의한 불펜투수들의 역할만 봐도 그렇다. 나올 타이밍이 분명한 것은 마무리투수 봉중근 뿐이다. 다른 투수들은 2, 3가지 경우에 맞춰서 나간다. 그동안 양 감독의 말을 토대로 정리하면 이렇다.

정찬헌: 7, 8회 셋업맨으로 나올 수 있다. 1, 2이닝은 던져야하는 연장전 투수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봉중근이 2, 3일 연투를 해서 쓰지 못할 때에는 마무리투수로 나온다. 패스트볼 구위만 놓고 보면 LG 투수 중 최고. 시즌이 흐를수록 제구력과 변화구도 나아지고 있다.

신재웅: 좌투수지만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는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롱맨으로 언제든지 투입한다. 선발진이 조기에 무너지면, 경기 초반부터 중반까지 끌고 갈 수 있다. 만일 불펜진이 이미 과부하에 걸려있으면 7회부터 경기 마지막까지 맡긴다. 정규이닝에 불펜진을 소진했다면, 연장전에 올린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LG 투수진 MVP다.

윤지웅: 신재웅처럼 우타자에게도 강하지는 않다. 그래도 원포인트 릴리프로서는 손색이 없다. 지난 2년 동안 경찰청에서 선발투수부터 마무리투수까지 거의 모든 보직을 소화해봤다. 만일 불펜진이 과부하라면, 2이닝 정도는 충분히 던진다.

유원상: 그날 컨디션에 따라 어디든 배치할 수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추격조, 좋은 날에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린다. 보통의 경우, 7회 혹은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으로 쓰면 된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다. 때문에 노림수는 좋지만 배트 스피드가 느린 베테랑 타자들을 잡아내기 좋다.

이동현: 8회를 책임지는 셋업맨. 유원상과 쓰임새가 비슷하지만 유원상보다 정교하고 기복도 적다. 정찬헌과 함께 봉중근을 쓰지 못할 경우 마무리투수로 기용이 가능하다. 연투에 능하며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잡아내는 자신 만의 공식이 있다. 제구력만 놓고 보면 LG 불펜진에서 가장 뛰어나다.

보통 26인 엔트리 중 투수 파트에 12명 혹은 13명을 할애한다. 위에서 나열한 불펜투수가 5명, 봉중근을 포함하면 불펜진 6명에 선발진 5명으로 이미 11명이 찬다. 남은 한 자리, 혹은 두 자리에 추격조가 배치된다. 필승조로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추격조 투수보다 월등히 많다. 언뜻 보면 복잡해 보이는 등판공식이지만, 막상 경기가 진행되면 투수들이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 준비한다.

봉중근은 "불펜투수 모두가 자신이 언제 나가야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요즘에는 벤치에서 사인이 나오기 전에 미리 몸을 풀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들어가며 불펜투구에 임한다. 시즌 초반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며 "준비하지 않으면 질 수밖에 없다. 시즌 초 우리는 자신이 나갈 타이밍을 모른 채 허둥거렸고, 누구와 어떻게 상대해야겠다는 마음도 없이 얻어맞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불펜 투수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안다"고 말한다.

양 감독이 부임하자마자 의도한 것도 이 부분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 27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LG를 맡기 전부터 LG가 최소 최하위에 자리할 팀은 아니라고 봤다.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정리만 해준다면, 분명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었다"며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았고 7월부터는 팀에 균형이 잡혀가는 듯하다. 지고 있어도 라인업 자체에서 힘을 느낄 수 있다. 선수들의 눈을 보면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 7·8·9회 팀 타율 3할5푼9리...경기 후반 헐크로 변하는 타자들

뒷문이 강해도 점수를 뽑지 못하면 역전할 수 없다. 6월 29일부터 지금까지 LG 타자들은 헐크가 되고 있다. 초반에는 비실거려도 후반에는 괴력을 발산했다. 1회부터 3회까지 팀 타율 2할6푼2리로 리그 8위, 그러나 7회부터 9회까지는 팀 타율 3할5푼9리로 리그 1위다.

그냥 얻어지는 결과는 아니다.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베테랑 라인에 이병규(7번)가 추가돼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이들 넷은 자신만의 기술,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림수로 어느 투수의 공도 칠 줄 안다. 나머지 타자들은 벤치에서 족집게 사인이 나온다. 물론 100% 확률은 아니다. 그래도 역전 결승타를 친 선수들의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대부분이 김무관 타격코치의 지도에 따라 구종과 코스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다고들 한다.

LG에 홈런타자는 없다. 브래드 스나이더가 홈런타자가 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대신 LG 타자들은 정교한 컨택 능력과 작전수행능력으로 점수를 뽑는다. LG 경기를 보면 한 경기에 두 세 번은 히트 앤드 런이 나온다. 올 시즌에 이미 스퀴즈와 홈 스틸도 2번 이상 성공했다. 타자와 주자가 이렇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면 상대 배터리와 수비진은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괜히 히트 앤드 런이 나오지는 않을까 공 한 두개를 빼게 되고 볼카운트는 유리해진다.

쉽게 담장을 넘기는 타자가 없어도, 도루 성공률 90% 이상의 주자가 없어도 LG는 점수를 낸다. 홈런 10개·도루 30개를 기록한 이는 없지만 팀플레이로 득점한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더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서 상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LG 타선은 올 시즌 7·8·9회 볼넷 118개, 고의4구 8개를 얻어내 이 부문 1위에 있다. LG 타자들의 한 방이 무서워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노림수와 작전이 두려워 상대가 하나씩 공을 빼고 수비진을 당기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야구는 심리전이다. 상대의 고민이 깊어질수록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 경기 후반 강세,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될까?

불펜진을 비롯한 마운드는 청신호다. 필승조가 많은 만큼, 적절한 체력안배를 통해 구위를 유지 중이다. 무엇보다 양 감독의 철저한 계산속에 투수진이 돌아가고 있다. 혹사에 대한 걱정은 제로에 가깝다고 봐도 된다. 일례로 양 감독은 불펜진 소모를 막기 위해 지난 28일 잠실 롯데전서 통산 1군 경험이 10이닝도 안 되는 신동훈을 투입했다. 마냥 끌려가는 상황도 아니고 경기 중반 3점차,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데 신동훈이 등판했다.

그러나 신동훈은 1⅓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마운드를 지켰고, LG는 7회말 대역전에 성공, 신동훈은 프로 통산 첫 승을 따냈다. 양 감독은 9연전 세 번째 경기임을 염두에 뒀고, 동시에 두둑한 배짱까지 선보이며 최상의 결과를 냈다. 29일 대구 삼성전에는 롱맨으로 편성하려 했던 임정우를 다시 선발투수로 올렸다. 기존 선발투수들에게 5일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서 였다. 임정우와 김재민을 선발 배터리로 배치했을 때만해도 '지고 가는 경기'인 듯 했다. 그러나 LG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또 역전승했다.

관건은 타자들이다. 작전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라운드 위에서 움직이는 횟수도 잦아지고 체력소모도 커진다. 타자 입장에선 자신의 타격을 하는 것보다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게 힘들다. 히트 앤드 런 사인이 났는데 상대 투수가 완전히 빠진 볼을 던지면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한계에 닿는 시즌 막바지 작전 위주의 야구는 위험할지도 모른다.

결국 장타력이 필요하다. 즉, 스나이더가 중심타선에서 꾸준히 한 방을 날려줄 필요가 있다. 때로는 타자와 투수의 일대일 대결로도 재미를 봐야 한다.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이병규(9번)의 합류 역시 중요하다.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이전까지 보여줬던 클러치 능력을 재현한다면, LG 타선은 두려울 게 없다. LG가 페넌트레이스의 마침표를 '기적'으로 찍기 위해선 스나이더와 이병규가 제몫을 해줘야 한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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