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0%대.. 직장인 노후 걱정

김문호 2014. 7. 2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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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생보사·손보사 46곳 안전자산 위주로 투자확정급여형 수익률 저조 고객 "대체투자처도 없어"

5년차 직장인 김연금씨(30)는 퇴직연금 명세서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몇 해 전 연 4.8%로 가장 높은 금리를 준다는 금융인 친구의 말을 철석같이 밑고 가입했지만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올 들어 분기수익률이 1%를 넘은 적이 없다. 김씨는 "당장은 직장을 다니고 있어 문제가 안 되지만 이대로라면 노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개인연금과 함께 3대 연금 중 하나인 퇴직연금 수익률이 0%대로 바닥을 기고 있다. 퇴직연금 특성상 안전자산에 연금이 몰려있는 데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29일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혐회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2·4분기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은행.생보사.손보사 46곳(13개 은행, 13개 생보, 6개 손보, 13개 증권) 가운데 확정급여형(DB) 수익률이 1% 넘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했다.

확정급여형은 가입자와 적립금이 가장 많은 퇴직연금제로 올 1·4분기 기준 전체 적립금의 약 70%가 확정급여형이다. 확정기여형(DC) 까지 포함한다 해도 수익률 1%를 넘은 곳은 한 곳밖에 없다.

가장 수익률이 저조한 곳은 은행이다. 퇴직연금을 다루는 시중은행 13개 중 2·4분기 수익률이 1%(DB형, 원리금 보장 기준)를 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이들 은행의 평균수익률은 2·4분기 0.76%에 불과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적립금이 가장 많은(5조709억원) 신한은행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0.76%다. KB국민.우리.하나·외환·산업·농협·기업은행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수익률 역시 0.73~0.81%에 그쳤다.

가입금액이 가장 큰 생명보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4분기 평균 수익률은 0.85%에 그쳤다.

적립금이 10조4653억원으로 가장 많은 삼성생명의 1·4분기 DB형 수익률은 0.8%다. 적립금 기준 생보사 2위인 교보생명 역시 1·4분기 수익률은 0.83%에 그쳤다. 생보사 중 가장 높다는 IBK연금도 0.94%에 불과하다. 비원리금 상품에서 1.75%의 수익률을 기록한 흥국생명과도 별 차이가 없다.

6개 손해보험사의 평균수익률도 0.80%에 머물렀다. 삼성화재가 1·4분기 DB형 수익률 0.75%로 전체 손보사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DB형 수익률도 0.84%에 불과했다.

증권사 평균은 0.87%다. 동양증권이 유일하게 1.05%의 수익률로 턱걸이했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와 증시 부진을 퇴직연금 수익률 급감의 주요인으로 분석했다.

국내 은행의 한 퇴직연금 담당 임원은 "은행들로서는 현재 금리가 너무 낮아 기금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은행들이 수수료도 떼어가기 때문에 수익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코스피가 2000 선에 정체된 것도 수익률 저하의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안전자산에 치우친 운영전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실제 3월 말 현재 적립금은 85조2837억원 가운데 DB형이 60조856억원으로 전체의 70.5%를 차지했다. DC형은 21.2%(18조893억원)로 상대적으로 가입이 저조했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액 중 92.6%가 예금이나 저축성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치우쳐 있다.

노후가 불안한 퇴직연금에 맡겨야 하는 월금쟁이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직장인 이모씨(45)는 "당장 꺼내 쓸 돈이 아니어서 수익률을 잘 들여다보지 않은 편"이라며 "더 큰 걱정은 마땅한 대체투자처가 없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은행, 보험사 등 퇴직연금의 사업자 역시 저금리 시대에 제 살을 깎아먹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과거 고금리 출혈경쟁에 대한 부작용 우려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고금리 경쟁이 금융사들의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자칫 고객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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