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어찌 강동원 원맨쇼를 탓할 수 있으랴

듀나 입력 2014. 7. 29. 13:02 수정 2014. 7. 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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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그나마 강동원 얼굴이 영화를 살렸다고?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배우 강동원에게 < 군도: 민란의 시대 > 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선택이었음이 입증됐다. 처음에는 윤종빈/하정우의 차기작으로 홍보됐고 관객들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던 영화였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모두 강동원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이 정도면 지난 몇 년간의 공백이 완전히 잊힐 정도이다.

강동원에 대해서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한다. < 군도: 민란의 시대 > 는 일반 관객이나 그 배우의 팬이 기대하는 강동원 이미지를 최대로 뽑아냈다. 여전히 억양이나 대사 톤이 지적되었지만 관객들이 그에게 어떤 명연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악역이었지만 그는 이전에도 악역이나 수상쩍은 회색 인물들을 여러 차례 연기했으니 모험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가 한국 관객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비주얼의 소유자이며 그것을 자신의 캐릭터에 효율적으로 녹여냈다는 것이었다.

이는 냉소적인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배우의 일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작품과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배우는 가지고 있는 게 다르고 영화가 필요한 것도 다르다. 연기력이 뛰어나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연기력이 좋은 배우가 언제나 그 작품에서 좋은 배우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그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작품을 망치는 경우도 흔하다. 영화의 경우 배우들에게 무대 보다 더 다양한 가치를 기대한다. 단순히 연기력 몇 점으로 배우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스타 배우들은 연기력보다는 이미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활용이 더 많이 요구된다. 이것이 '명연기'보다 손쉬울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 역시 착각이다. 톰 크루즈는 매 영화마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라는 자신의 이미지를 반복해 써먹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남자이다. 강동원 역시 이 영화에서 날로 먹었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정당하게 일해서 관객들의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영화를 위해 옳은 일이었는지는 의심스럽다. 강동원이 무언가를 잘못 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동원의 존재감이 과연 < 군도: 민란의 시대 > 라는 영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까? 누군가는 망해가는 영화를 강동원의 얼굴로 살렸다고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 군도: 민란의 시대 > 에 대한 비평과 관객 반응은 기대만 못하지만 이 영화는 나쁜 영화도, 재미없는 영화도 아니다. 액션도 풍부하고 배우도 좋으며 캐릭터도 쏠쏠하다. 문제가 있다면 이 영화가 존재할 수도 있었던 상당히 좋은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의 편집본처럼 보인단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뭔가 더 재미있는 인간 드라마가 편집 과정 중 희생되었고 그 때문에 스토리의 균형도 깨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마 관객 대부분은 주인공 하정우의 비중이 이상할 정도로 작다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다음 문제는 강동원인데, 이게 좀 까다롭다.

우선 악역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는 건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단지 대부분 사람들이 이를 단점이 아니라 영화를 살리는 유일한 장점으로 본다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강동원 팬의 입장에서 보면(이 영화를 보고 팬이 된 사람들도 포함된다) 이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강동원은 잠시 잊고 영화만을 보자. 철종 당시 의적들을 다룬 이 영화에서 과연 강동원이 그런 캐릭터로 나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사연이 있을 필요는 있을 것이다. 비중이 큰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의 강동원처럼 이질적인 이미지로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가버리면 정작 '흩어지면 도둑, 뭉치면 백성'이라는 주제가 날아가 버린다. 그냥 모든 것이 '강동원 엘라스틴 쇼'를 위한 배경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많은 관객들이 그 엘라스틴 쇼에 만족했다는 건 답변이 되지 못한다. 영화가 여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강동원이 그 이야기를 가로 막고 있다는 사실은 달라진 게 없다. 이 이야기엔 보다 현실적인 캐릭터와 배우가 더 어울린다.

강동원이 빠졌다고 해도 < 군도: 민란의 시대 > 의 완성도엔 큰 개선이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지나치게 짧은 러닝타임 안에 압축된 이야기라는 핸디캡은 남아있다. 차라리 강동원이 주제에 벗어난 길로나마 관객들을 사로잡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점을 무시하고 넘길 수는 없다. 강동원이야 스타로서, 배우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작업을 한 것이니 뭐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존재감이 자신의 작품에 어떤 불균형을 유발하고 주제를 망칠 수 있는지를 놓치고 지나갔거나 알면서도 그를 극복하지 못한 감독의 책임은 크다. 영화 감독들은 종종 스스로 만들어낸 창조물들과도 싸워서 이겨야 할 때가 있다. < 군도: 민란의 시대 > 는 아쉽게도 그의 승전기록이라 보기는 어렵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외부필자의 칼럼은 DAUM 연예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진=영화 < 군도: 민란의 시대 >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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