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올 장마 끝..20년 만의 마른장마로 남을 듯

공항진 기자 2014. 7. 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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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축축했던 공기도 많이 뽀송해졌습니다. 전국 곳곳에 이어지던 장맛비가 그쳤기 때문입니다. 일기도를 들여다보니 흔히 장마전선이라고 부르는 정체전선을 찾을 수 없습니다. 올 장마가 끝난 것입니다.

올 장마는 지각장마에 마른장마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습니다. 시작이 무척 늦었죠. 서울에 장마가 시작된 날은 지난 3일입니다. 오늘 장마가 끝나면 장마기간은 26일로 기록되는데요. 일반적으로 장마기간이 32일 정도니까 중부지방의 올 장마는 평년보다 6일가량 짧았습니다.

장마기간이 짧은 것도 짧은 것이지만 장마가 시작된 뒤에도 한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마른장마라고 불린 것도 올 장마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서울의 경우 장마가 시작된 뒤 보름이 넘는 21일까지 이렇다 할 비가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4.5mm밖에 안 됐습니다. 그러니까 장마라고는 하는데 비는 내리지 않는 별 볼일 없는 장마가 보름이 넘게 이어진 것입니다.

그나마 지난주 화요일부터 나흘 동안 150mm가 넘는 비가 내려주면서 사상 최악의 마른장마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아직 기상청의 분석이 나온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수치는 전해드리지는 못하지만 올 장마의 전국 평균 강수량은 150mm를 조금 넘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비의 양이면 장마철 비로는 무척 적은 양입니다. 평년값이 350mm를 넘으니 평년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양이죠. 특히 영남내륙 일부의 강수량은 채 50mm도 되지 않는 곳도 있어서 가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면 역대 가장 마른장마는 언제였을까요?

기상청의 기록을 보면 1973년 장마가 가장 짧고 강수량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1973년 장마는 6월 26일 시작돼 일주일도 안 된 6월 30일에 바로 끝나버렸습니다. 장마기간이 불과 6일에 머문 것인데요. 강수량도 매우 적어 중부는 86.3mm, 남부는 61.4mm, 제주도는 30.9mm에 그쳤습니다.

1973년 이후에는 장마철 강수량이 100mm를 넘지 못한 해가 아직 없습니다. 200mm이하에 머문 해도 많지 않은데요. 1976년과 1977년, 1982년, 1992년, 1994년, 1999년, 이렇게 여섯 해가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단 한 번도 장마철 강수량이 200mm이하로 내려간 적인 없는데 올해 새로운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여섯 해 가운데 올해 강수량보다 적은 해는 1976년과 1994년뿐입니다. 1976년은 장마철 강수량이 104mm에 불과해 가뭄이 심각했고 가장 더운 해 가운데 하나인 1994년에도 강수량이 130.4mm밖에 되지 않아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러니까 강수량으로 보면 올 장마는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마른장마인 셈입니다.

마른장마가 위험한 것은 비가 와야 할 때 내리지 않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장마철 강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나 되기 때문이죠. 아직 8월과 9월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체계적인 비가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은 장마철보다 낮습니다.

장마가 끝났다는 말은 곧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는 말입니다.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운 시기가 시작된 것인데요. 이번 주 후반에는 서울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오르내리겠고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 걱정입니다.공항진 기자 zer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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