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으로 간 셰프들

신도희기자 입력 2014. 7. 29. 04:08 수정 2014. 7.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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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싹 틔운 '건강한 식탁'

한때 손님들이 요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이 유행처럼 번진 때가 있었다. 이제 요리 과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식재료가 어디서 오는지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매장 한쪽에 텃밭을 일구고 신선한 채소를 직접 수확해 요리하는 곳. 그곳의 중심에 지연친화적인 먹거리를 추구하는 '깐깐한' 셰프가 있다.

● '하베스트 남산' 임성균 셰프 - 바로 수확했을 때 영양소 가장 풍부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 '하베스트 남산'의 옥상. 시원한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잠시, 옥상 한쪽에 자리잡은 텃밭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로즈민트·플랫 파슬리·바질 등 허브류를 비롯해 미니 캐럿·머루·블루베리·배·사과까지 자라고 있는 이 텃밭은 임성균 셰프의 보물창고다.

 임 셰프는 프랑스 요리에 각종 한식의 맛을 접목해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하는 오너 셰프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임 셰프는 지난해 '하베스트 남산'의 헤드셰프 제안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이곳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텃밭'이었다. '직접 키운 식재료야말로 건강한 음식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채소 외에 직접 키우지 못하는 식재료들은 안정성이 보증된 판매처를 선별해 공급받는다. 특히 쇠고기는 반드시 자연 방사해 목초를 먹여 키운 것만 쓴다.

맛과 건강한 식재료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임 셰프가 이렇게 식재료에 대해 깐깐한 기준을 갖게 된 것은 딸이 생기고 나서부터다. "내 가족, 내 아이에게는 농약·항생제가 없는 것, 유기농으로 키운 것만 먹이면서 손님에게는 모른 척하고 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다"는 그는 "셰프는 레시피만 개발하는 사람이 아니라 식재료에 대해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셰프가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들은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때문에 "굳이 직접 키워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듣기도 한다. 임 셰프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바로 따서 먹느냐, 수확하고 3~4일 후에 먹느냐에 따라 식감과 영양이 크게 차이가 난다. 섬유질·엽록소와 같은 영양소는 바로 수확했을 때 가장 풍부하다"고 설명했다.

 가장 선호하는 식재료는 자연농법으로 기른 것이다. 자연농법은 오로지 물과 햇빛으로만 키우는 것을 말한다. 유기비료를 쓰고 해충을 위해 천적을 이용하는 유기농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료와 천적도 쓰지 않는, 자연친화적 농법이다. 임 셰프는 건강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직접 텃밭을 가꾸는 것 외에 약선요리·사찰요리를 연구해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요리할 때마다 'Good food is good for you(좋은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라는 말을 되새긴다는 임성균 셰프. 그의 텃밭은 맛과 건강, 치유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 '르 끌로' 최연정 셰프 - 농사 짓는 셰프도, 먹는 손님도 힐링

"식재료는 요리의 기본이에요. 레스토랑 옆에 있는 공터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럽게 텃밭을 가꾸게 됐죠."

 프랑스 가정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르 끌로(Le Clos)' 최연정 셰프의 말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서 공부한 후 한국으로 돌아와 2011년 홍대에 터를 잡았다. 막다른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가정집을 개조해 아담한 레스토랑을 열었다. 담장과 지붕, 외벽을 그대로 살렸고 바로 옆에 있던 화단엔 허브와 각종 채소를 심어 텃밭으로 가꿨다.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 최상의 가치라고 생각하던 최 셰프는 요리에 사용할 식재료를 키우면서 서서히 '자연주의 셰프'가 됐다.

 프랑스 레스토랑이지만 르 끌로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소박하다. 가지·파프리카·완두콩·아스파라거스같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대부분이다. '수프-샐러드-메인 요리'로 구성된 프랑스 스타일의 자연주의 집밥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자연의 이치 따라 키운 식재료가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최 셰프는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텃밭을 둘러보며 물을 주는 것"이라며 "손바닥만 한 텃밭이지만 직접 키우고 수확하면서 농사의 어려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했다. 텃밭에서 기른 채소나 허브는 샐러드를 만들거나 고기를 재울 때 바로 수확해 사용한다. 채소로 만든 요리도 더 감사한 마음으로 먹게 됐다.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정직한 식당'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다.

 텃밭을 가꾸며 '무엇이든 자연의 이치대로 돼야 한다'는 원칙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아직 날이 추운데 '좀 더 빨리 채소를 기르겠다'는 생각으로 씨를 뿌리면 오히려 싹이 트지 않는다.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져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주변도 천천히 둘러보게 됐다. 요즘처럼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텃밭 채소들이 견디지 못한다. '괜찮겠지' 하고 내버려두면 그 다음 날 시들시들해져 죽어버린다. 경험을 통해 텃밭 가꾸는 방법을 하나씩 익히다 보니 한 해 한 해 수확량이 늘어 간다. 최 셰프는 "전문 농사꾼은 아니지만 소소하게 작물을 키우면서 텃밭을 가꾸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스스로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텃밭을 보기 위해 일부러 찾는 단골도 생겼다. 최 셰프는 "신선한 텃밭 채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셰프가 추천하는 텃밭 채소 요리

◆ 하베스트 (생 채소를 순두부크뢰메에 찍어 먹는 샐러드)

"쉽게 키울 수 있고 활용도가 높은 것은 허브류예요. 허브는 고추장과 궁합이 잘 맞죠. 제육볶음을 할 때 타임·로즈마리를 넣으면 잡내를 잡아줘 풍미가 살아납니다. 허브 비빔밥도 추천해요. 바질·루콜라 등의 허브와 한련화(식용 꽃)를 바로 따서 고추장에 비벼 먹으면 웰빙 식사로 손색이 없습니다." - 임성균 셰프

재료 : 오이, 당근, 파프리카, 아스파라거스, 래디시, 알타리무, 순두부크뢰메(순두부·키리크림치즈 각 200g, 파슬리 다진 것 1작은스푼)

만드는 법

① 적당량의 채소를 준비해 깨끗이 씻는다.

② 각 채소를 한입 크기로 먹기 좋게 썬다.

③ 순두부와 키리크림치즈를 1:1로 섞은 후 다진 파슬리를 넣어 순두부크뢰메를 만든다. 기호에 따라 깻잎이나 바질을 다져 넣어도 좋다.

◆ 꼬꼿뜨 드 레귐 (프랑스식 야채 스튜)

"식재료 각각의 장점을 살려 요리하려면 맛과 영양, 식감 세 가지 모두를 고려해야 합니다. 채소를 삶거나 익히면 날로 먹을 때보다 식감이 좋아져 전혀 다른 요리가 되거든요. 가지·파프리카같이 알록달록한 색을 가진 채소에는 식물영양소인 파이토 케미컬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최연정 셰프

재료 : 가지, 파프리카, 완두콩, 껍질콩, 아스파라거스, 양송이, 토마토 소스 1국자, 그뤼에르 치즈·에멘탈 치즈 적당량

만드는 법

① 채소를 잘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②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채소를 넣고 충분히 익을 때까지 볶는다.

③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그릇에 옮겨 담고 토마토 소스와 그뤼에르 치즈와 에멘탈 치즈를 얹어 오븐에 2~3분 정도 조리한다.

<글=신도희·권선미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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