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고려대 주변 원룸촌 수백명 졸지에 '난민'된 사연

정부경 임지훈 기자 2014. 7. 29.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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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에서 안전점검을 위해 실시하는 소방단속을 피하려고 서울 고려대 주변의 원룸 건물주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다. 단속에 걸리지 않기 위해 불법 개조했던 싱크대 등을 갑자기 뜯어내는 통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자취생 수백명이 졸지에 집에서 밥도 못 해먹는 처지가 됐다.

서울 성북소방서는 지난달부터 성북구 일대 건물에 대한 소방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불법 개조 시설이 밀집한 고려대 후문 원룸촌에는 비상이 걸렸다. 많은 건물주들이 건물 용도를 고시원으로 신고한 뒤 생활주택(원룸)으로 개조해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생활주택은 일정 비율 이상의 주차 공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고시원으로 신고하면 주차장 만들 공간에 방을 늘려 더 많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 고시원은 공동 취사시설만 설치할 수 있는데 이런 건물은 대부분 개별 취사시설을 불법으로 설치한 뒤 원룸으로 광고해 임차인을 끌어모은다.

건물주들은 각 방에 설치된 싱크대와 가스·전기레인지 등 불법 시설을 부랴부랴 철거해 일단 점검만 통과한 뒤 다시 설치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얄팍한 꼼수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철거공사 기간에 이런 원룸 거주 학생 수백명이 지낼 곳을 찾아 전전하고 있다.

고려대 공과대 3학년 김모(23·여)씨는 "집주인이 싱크대와 전기레인지를 떼어내야 하니 공사가 끝날 때까지 방을 비우라고 했다"면서 "싱크대 뗄 때 나온 석면가루를 청소하는 것도 내 몫"이라고 불평했다. 김씨는 당분간 친구 집 신세를 지기로 했다. 사범대 4학년 이모(24)씨는 "공사 기간에 물이 안 나와 씻을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방에 있는 소지품들이 망가지는 것도 걱정"이라며 "월세라도 일부 돌려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 학기 벌어지는 '원룸 전쟁'을 생각하면 집주인에게 마음대로 항의하기도 어렵다. 공과대 4학년 김모(26)씨는 "학교 주변은 방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 데다 월세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주인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거절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정부경 임지훈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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