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선실 캐비닛이 에어포켓 역할 .. 숨 쉴 수 있었다

최경호 2014. 7. 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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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단원고 학생들 가만히 있으라"반복된 선내 방송 증언 땐 법정 탄식구조 뒤 "배에 친구들 많이 있다"해경에 말했지만 별 반응 안 보여

28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 하얀색 블라우스와 검은색 치마의 교복 차림 여학생 6명이 왔다. 친구 또는 교사의 손을 잡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토끼인형을 가슴에 안고 온 학생도 있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다. 이들은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다. 모두 사고 당시 세월호 4층 선미 좌현 쪽 같은 객실(SP1)을 쓴 같은 반 학생이다. 일부는 손목에 '리멤버(remember) 0416'이 적힌 노란 팔찌를 차고 있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문구였다.

 학생들은 법정에서 비공개로 증인선서를 했다. 5명은 "세월호의 배치도를 보면서 증언하는 것이 더 편하고 정확하다"는 재판부의 권유에 따라 법정에서 증언했다. 나머지 한 명은 법정 옆 화상진술실에서 진술했다. 학부모 6명도 재판을 지켜봤다.

 학생들은 긴장한 표정이었다. 침몰 당시 상황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말하는 순간에도 친구의 손을 놓지 못했다. '사고 당시가 떠올라 괴로운가'라는 물음엔 고개만 끄덕였다. 재판장은 서기에게 "검사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록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 움직이지 말고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이 반복해 나왔다는 증언이 이어지자 탄식했다. 학생들은 캐비닛 안에 형성된 에어포켓이 생명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캐비닛 안에 몸을 숨겼는데 배에 물이 많이 차면서 그게 뒤집혔다. 뒤집힌 캐비닛 윗부분에 공기가 차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구조된 뒤 해경에 친구들이 배에 많이 남아 있다고 알렸지만 움직임이 없었다고도 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승무원들을 엄벌해 달라"고 했지만 P양은 "친구들이 왜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검사와 학생들의 주요 문답.

 - 배에 탔을 때 구명동의 입는 요령 등 안전교육을 받았나요.

 "아예 없었어요."

 - 침몰 중 선원들의 상황 설명이 있었나요.

 "아니요."

 - 배 안에서 위험한 상황 발생 시 비상벨이 7번 울리면 탈출하라는 등 그런 문구 본 적 없나요.

 "없어요."

 - 비상벨이 울렸다면 많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었을까요.

 "네. (물이 찼지만) 부서진 캐비닛을 밟고 올라서는 등의 방법으로 탈출할 수 있었을 거예요."

 - 구명조끼는 누가 입으라고 했나요.

 "우선 반장이 입으라고 했어요. 친구들도 창문 밖으로 기운 정도가 제대로 다시 돌아올(복원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입자고 했어요."

 -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계속 나왔는데 왜 탈출했나요.

 "더 이상 기다리면 위험할 것 같았어요. 친구들끼리 구명조끼를 입었으니 물에 뜰 거니까 밖으로 빠져나가자고 말했어요."

 - 어떻게 선미까지 나왔나요.

 "배가 기울어지니까 옆 벽을 바닥처럼 밟고 걸어서 나왔어요. 비교적 쉽게 선미까지 갔어요."

 - 심적으로 힘든가요.

 "가끔 (희생된) 친구나 선생님들 생각이 많이 나고 꿈 같은 것을 꿔요."

 한편 이날 오후 증인으로 나선 필리핀 가수 알렉스(여)는 "선장을 포함해 선원들이 승객을 구할 생각조차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승객을 구할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조타실에만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알렉스 부부는 "배가 기울어 본능적으로 출입문이 있는 조타실로 갔는데 선장 등 선원 6명이 그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진술했다. 알렉스 부부는 선원들과 함께 구조됐다.

최경호 기자, 안산=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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