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83%가 생계형.. 4곳중 1곳만 생존

2014. 7. 28. 2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베이비부머세대들.. 실패땐 취약계층 전락 우려직종도 밥집 등 단순 서비스업.. 10년간 휴·폐업률 80% 육박

#1.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에서 부장으로 일한 송모(50)씨. 그는 지난해 말 회사가 부도나면서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아무 준비 없이 직장을 잃은 송씨는 당황스럽기만 했다. 뭔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가 지난 3월 급하게 뛰어든 것은 분식집 창업. 하지만, 현실은 송씨를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다. 오픈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가게는 늘 텅텅 비어 있다. 송씨는 "가게를 볼 때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이러다 투자금만 날리는 것은 아닌지 문득문득 불안한 마음만 든다"고 울상을 지었다.

#2. 대기업 퇴직 후 올해로 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현재 개인파산 위기에 처했다. 명문대학을 나와 이름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을 다니던 김씨는 퇴직 후 뭐든지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당업에 손을 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경기불황 여파로 외식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손님이 크게 줄었다. 김씨는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3년 만에 투자금 3억원을 모두 날렸다"며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이 되레 빚만 늘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장에서 밀려난 베이비붐 세대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휴·폐업률이 80%에 육박해 실패 확률이 높은 것이 현실의 벽이다. 문제는 대부분 생계형 창업이라는 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어쩔 수 없이 내몰려 창업에 나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자는 직장인처럼 노동에 따른 복지혜택이 없기 때문에 폐업할 경우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창업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것은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급한 마음에 막무가내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올 초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만49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준비 기간이 평균 8.6개월로 짧고 창업분야도 밥집·찻집·노래방 등 단순 서비스업종 위주로 나타났다. 또 창업 사업주의 평균 연령도 50세로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창업동기는 '생계유지'가 82.6%에 달했다.

금감원, 국세청, KB국민카드 등이 지난 10여년간(2002∼2011년) KB국민카드 가맹점 204만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의 휴·폐업률은 75.4%에 달했다. 지난 10년 동안 100명이 창업해 25명 정도만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자영업자들은 대부분 생계형이어서 폐업하면 가계 부실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베이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창업 실패는 노후 자산 소진으로 '신빈곤층'을 양산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따라서 세대별, 업종별 창업지원 프로그램과 고령자나 은퇴자를 위한 창업교육을 활성화하고 자금지원은 물론 창업분야 다양화에도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기청 관계자는 "고령화 및 생계형 창업에 따른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창업교육 및 자금지원과 소상공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공동사업 등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 실패는 부채문제로 이어져 중산층이 대거 저소득층으로 내몰릴 우려를 낳는다"며 "시간선택제 등 재취업할 일자리를 늘리고 창업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