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장하준 "경제 어려우니 나중에 하자? 문제 많다"

오제일 2014. 7. 28. 15: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전 미국 대통령 트루먼은 "어디, 외팔이 경제학자(one-handed economist)는 없나"라고 참모들에게 짜증 섞인 농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치 아픈 경제의 해법을 경제학자들에게 장황하게 듣다가 수긍할 때쯤 되면 '다른 한편으로는'(on the other hand)이라며 역기능과 부작용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통해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 '신화'의 '다른 손'(on the other hand) 역할을 해온 장하준(51)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다. 정성을 들였다"는 신간 '경제학 강의'를 들고서다.

"'어떻게 하면 경제학이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걸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책을 썼어요. 부담 없이 재밌으면서도 독자를 진지하게 대하는 책을 쓰자고 생각했습니다. 경제학 입문서나 개론서를 보면 철학적, 역사적 배경 등을 빼고 '이것만 알면 된다' '10가지만 알아라'는 식으로 단순화시키는데, 이건 독자를 깔보는 거에요. 독자를 깔보지 말고 어려운 이야기, 껄끄러운 이야기를 다 하자고 생각했죠. 자본주의 역사, 경제학 정의, 경제 학파 간 있었던 논쟁 등 복잡하고 껄끄러운 이야기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장하준은 그동안 저서를 통해 세계에 획일적으로 강요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경제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라마다 사회 구조와 발전 단계에 맞는 경제 정책이 따로 있었음을 입증하거나('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주류 경제학의 주장에 어떤 허점들이 있는지 논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일각에서 장하준을 주류 경제학을 이끌고 있는 '신고전파 비판의 최전방 공격수'로 보는 이유다.

"흔히들 제가 신고전파는 틀렸다고 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실 그게 아닙니다. 책에서도 설명했지만, 신고전파는 자유시장주의가 아닙니다. 신고전파 안에도 '시장 실패론'이 있어요. 신고전파의 이론으로도 규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거죠. 지난 30여년 동안 신고전파 내에서 시카고 학파가 득세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신고전파와 자유시장주의를 같다고 생각하는데, 사실과 달라요."

책에는 각 경제학파를 소개하고 장단점을 함께 실었다. '외팔이 경제학자'는 있을 수 있어도 '외팔이 경제학'은 없다는 역설이다. "이게 답이라는 것보다는 이런 논쟁, 사실, 견해들이 있는데, 그걸 알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습니다. 영어로는 '왓 투 싱크(what to think)'가 아니라 '하우 투 싱크(how to think)'로 말할 수 있겠네요."

장하준은 각 현안에 대해서도 '다른 손'의 입장으로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 세계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 등이다.

"박근혜 정부가 초반에 양극화 해소나 복지에 대해 약속한 것을 어긴 게 많아요. 물론 일을 하다 보면 경제사정 등 외부요인이 변해서 못 지키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 약속을 가볍게 깨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정책을 바꾸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고 설명한 게 아니라 '경제가 어려우니까 나중에 하자'고 한 거니까, 그 부분에 문제가 많았다고 봅니다."

특히 정부가 최근 기업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제시한 배당소득 증대 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업이 이윤을 내서 투자하고 임금을 올리면 봐주겠다는 취지는 좋은데 거기 왜 배당이 끼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배당을 하면 세제혜택을 준다는 건 정책의 의도와 맞지 않은 거 같다. 배당의 경우에는 가게보다 기관투자자로 돈이 들어가는데 그렇게 한다고 시장에 돈이 잘 돌지 모르겠다. 가뜩이나 외국 투자자 중심으로 배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걸 더 장려하면 우리 경제에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미국 주식시장이 유례 없는 거품"이라며 2008년 세계를 강타했던 금융위기가 재현될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규제를 단단히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과도한 외부 자본의 유출입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 규제 도입이 필요하겠죠. 내부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기를 살려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금융충격이 와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무분별한 규제 완화, 그나마 있는 규제마저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생긴 문제"로 봤다.

"물리적 안전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안전도 중요해요. 금융 안정 등 다른 경제 문제에 대해 규제가 너무 풀린 곳은 없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 20여년 동안 무조건 규제는 풀면 좋은 걸로 생각해온 게 아닌가 싶어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그런 것들도 고쳤으면 합니다."

kafk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