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려는 이용수 기술위원장, 이유는?

김태석 2014. 7. 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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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신문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조속히 처리하되 서두르지 않는다.

말이 쉽지 중심을 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오는 9월 초 A매치 일정과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릴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용수 신임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위원장은 길게 보고 있다. 특유의 합리적 시각으로 접근해 신임 감독이 지도 역량을 뽐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 확고해 보였다.

이 위원장은 2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기술위원장 부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맛본 참패를 수습하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구축해야 한다는 소임을 떠맡은 이 위원장은 가장 뜨거운 화두인 A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대해 사견을 전제로 꽤나 구체적으로 향후 계획을 밝혔다. 오는 30일 경기도 파주 NFC(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소집해 봐야 보다 구체적 기준이 나올 예정인데, 이에 앞서 이 위원장은 A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불필요하게 서둘러 향후 4년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신임 A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말 중 주목해야 할 대목은 총 네 가지다. 첫 번째로 30일 첫 회의를 통해 내·외국인을 망라한 감독 후보 리스트를 추리겠다는 점, 두 번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 최대한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점, 세 번째는 개최국으로 준비했던 2002 한·일 월드컵과 상황이 다른 만큼 협회 예산을 기준으로 최대한 좋은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점, 네 번째는 당면한 일정(2014년 내 예정된 A매치 및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점이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네 번째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와 우루과이를 상대하게 될 9월 A매치 일정 이전에 감독이 선임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이 9월 A매치를 순탄하게 치르기 위해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재빨리 A대표팀 사령탑에 선임하면서 이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다른 견해다. 물론 내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에는 충분히 벤치에 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30일 첫 기술위원회 소집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가닥을 잡을 경우 무리하게 9월 A매치 일정에 맞춰 벤치에 앉히겠다는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실상 계약을 매듭지은 상황에서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체크할 기회를 줄 생각이다. 선수들의 기량 파악 작업을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할 외국인 감독의 처지를 감안해 이에 대한 기회를 주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는 2002 월드컵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사례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1월 기술위원장에 선임된 이 위원장은 부임한 지 한 달 만에 히딩크 감독과 접촉해 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지휘봉을 맡긴 건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은 그해 12월 20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한·일전 때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하는 것으로 감독 업무를 시작했다. 차근차근 한국 축구의 수준과 선수들의 경기력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대표팀 정상화를 꾀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9월 A매치를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당면한 A매치에 쫓겨 해당 경기에 신임 감독을 억지로 내세우려는 무리한 선임 작업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새 감독이 선수들을 파악하고 팀을 재정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목표점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인 만큼 2015 호주 아시안컵 결과 여부로 감독을 흔드는 일은 없다고 공언했다. 사실 월드컵에서 맛본 참패 직후 벌어지는 대회라 A대표팀은 엄청난 부담에 직면해 있다. 선수들은 물론이며 갓 지휘봉을 잡을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은 그 부담을 자신을 비롯한 기술위원회가 짊어지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최대한 감독의 임기를 보장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자세다. 여론에 휘둘려 대표팀이 파행으로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점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게 이 위원장이 내린 진단이다.

이 위원장은 조영증 K리그 기술위원장, 김학범 전 강원 감독, 김남표·최영준 KFA 전임 강사, 최인철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감독, 신재흠 KFA 기술위원, 정태석 분당베스트 병원 SPRC 센터장을 기술위원으로 선임하며 공식 행보에 들어갔다. 30일 후 개략적으로 후보 리스트를 추려 새 감독 선임 작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아직은 백지 상태라는 점을 강조하긴 했어도 어느 정도 기준이 선 듯한 모습이라 기대가 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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