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베트남산 커피 즐기는 한국인..대한민국 커피 이야기

조정 기자 2014. 7. 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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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이었던가,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고 비판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백승우 전 통합진보당 사무총장은 당원 게시판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유시민, 심상정)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썼다. 여기에 대해 유 전 대표는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런 소소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다면 좀 슬프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덧붙여 "아메리카노는 이름이 그래서 그렇지 미국하고는 별 관계가 없는 싱거운 물커피"라고도 했다. 커피는 진보 진영 정치인 뿐만 아니라 노동자, 농민까지 즐기는 대한민국 첫째 기호식품이 됐다. 우리 국민은 무슨 커피를, 어디서,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하며 원산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다만 취향에 따라 아메리카노를 마실 것인지, 카페라떼나 에스프레소를 선택할 것인지만 생각할 뿐이다. 커피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수입되는 커피가 회자되고 선택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베트남산 생두가 지난해 우리나라 커피 수입의 3분의 1(32.4%)을 차지했다. 브라질이 19.2%, 콜롬비아가 12.7%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의 커피 제조업체가 값싼 생두를 수입해 원두커피와 조제품으로 가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상당수가 베트남산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장 비싼 커피(생두)는 코스타리카산이다. 평균 단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코스타리카 원두는 가격이 146.6에 이른다. 이디오피아가 거의 비슷한 수준인 145이고, 과테말라,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커피가 비싼 축에 들어간다. 우리 국민이 제일 많이 소비하는 베트남산은 가장 싼 커피로 가격 수준이 68.5에 그쳤다. 최대 원두 수입국은 미국인데 FTA 체결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1,415톤을 수입해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만들어진 커피 조제품의 수입은 브라질이 가장 많았다. 675톤을 기록해 2위 말레이지아(249톤)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특이한 것은 기성 제품의 경우 독일산이 제일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셔온 나는 독일산 커피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전체 수입량을 보면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올해 5월까지 수입량은 5만 4천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나 증가했다.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생두의 국제 가격이 떨어져 그나마 커피를 수입하는데 쓴 돈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를 10그램으로 쳐서 계산하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1인당 298잔의 커피를 마신 것으로 나타난다. 하루 한잔씩은 마신 셈이다.

커피 소비의 증가는 늘어나는 커피 전문점 숫자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커피를 찾는 고객보다 빠른 속도로 전문점이 생기고 있는 추세다. 한 커피 전문점 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으로 가장 많은 가맹점을 거느린 브랜드는 '이디야'로 나타났다. 1,000개 가맹점을 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2위, 3위가 혼전을 벌이고 있는데 카페베네와 엔제리너스다. 둘 다 가맹점이 872개로 조사됐다. 숫자상 그 다음으로 매장이 많은 브랜드가 스타벅스(654개), 투썸플레이스(493개), 할리스(455개), 파스쿠찌(366개), 커피빈(219개), 드롭탑(172개)인데,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모두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특징이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가맹점주와 마찰을 빚는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 집 건너 커피 전문점이 있으니 살아 남기가 어렵다. 이렇게 커피 전문점들이 주도해 키운 한국 커피 시장 규모는 한해가 다르게 확장되고 있다. 커피 전문점 수를 보면 2009년 706개이던 것이 지난해 2,315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병 커피 시장은 2009년 5,160억원 규모에서 9,970억원으로 성장했고, 인스턴트 커피는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2009년 1조 1,310억원에서 1조 2,790억원으로 소폭 신장했다.

오히려 2012년에 1조 3,220억으로 정점을 찍은 뒤 시장이 작아지는 추세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무실에서 뜨거운 물 끓여 인스턴트 커피 타 마시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는 풍경이 되고, 코스처럼 점심식사를 마치면 커피 전문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들고 사무실로 향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파리 특파원 시절 처음 접한 본고장의 에스프레소는 걸쭉한 보약과 같았다. 이렇게 진하고, 무겁고, 쓰고, 양도 적은 커피를 왜 마실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나는 에스프레소 애호가로 변해 있었다. 내 관점으로는 커피는 습관이다. 과하지 않게 즐기는 습관을 잘 들이면 그만큼 좋은 친구도 없다.

그러나 절제하지 못하고 식탐 난 듯 커피를 들이켜면 건강에도 썩 좋을리 없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절주절 커피 얘기를 늘어놓으니 커피 생각이 또 난다.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몸을 생각해 저녁이 오기 전에 아메리카노 한잔 마셔야 겠다. (끝)조정 기자 parisc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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