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졸·연봉 2500만원 이상·정규직 '3포세대' 연애의 3조건

문수정 기자 2014. 7. 28.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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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미혼남녀 이성교제 조사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훈석(가명·27)씨는 이른바 '모태 솔로'다. 중고생 때는 입시 준비로, 대학에선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에 열중하다 보니 연애는 생각도 못했다. 몇 번의 '썸'(연인도 친구도 아닌 모호한 관계)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연애는 늘 '현실'에 가로막혔다. 김씨는 "아르바이트하면서 학비 보태고 취업 준비까지 해야 한다. 연애할 시간도, 돈도 없었다"며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고들 하는데 꿈꿔본 적이 없어서 포기한 적도 없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

김씨의 이런 푸념이 근거 없는 게 아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월간 보건복지포럼 7월호에 실은 '최근 미혼 인구의 특성과 동향:이성교제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연애 스펙'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25∼29세, 대졸, 연봉은 2500만∼3500만원, 정규직'. 남녀 모두 이 정도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연애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사연은 지난해 11∼12월 18∼49세 미혼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결혼과 출산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남성의 33.8%, 여성의 35.6%만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통상 결혼적령기라고 부르는 25∼29세(남성 45.5% 여성 43.1%), 30∼34세(남성 38.7%, 여성 38.0%)는 이성교제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었다. 그래봐야 10명 중 4명 정도만 '연애 중'인 셈이다.

이성교제는 소득에 좌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득별로 보면 연간 2500만∼3500만원을 버는 경우(남성 43.2%, 여성 52.8%)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성교제 비율이 가장 낮은 건 남녀 모두 연소득이 1500만원 미만인 경우였다(남성 27.3%, 여성 28.1%).

근무시간이 길어지면 이성교제 비율은 떨어졌다. 만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당 51시간 이상 일하는 남성은 32.9%만 이성교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시간이 너무 짧아도 연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근무시간이 짧다는 것(주당 40시간 미만)은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여성은 주당 40시간 미만 근무하는 집단의 이성교제 비율(27.7%)이 가장 낮았다.

현재 이성친구가 없는 미혼 10명 중 5∼6명은 '연애하고 싶다'고 응답했다(남성 64.9%, 여성 56.5%). 하지만 연애를 '꿈꾸는 것'도 소득의 영향을 받았다. 돈을 버는 남성은 69.6%가 '연애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돈을 벌지 못하는 남성은 57.9%만 연애를 꿈꿨다. 남성은 연봉 3500만원 이상인 경우 이성교제를 희망하는 비율(75.5%)이 가장 높았다.

보사연 조성호 부연구위원은 "미혼 인구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성교제가 소득과 고용의 질에 좌우되는 만큼 젊은층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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