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균 영장 청구] 7평 내부엔 생수·이불·옷가지.. 장기 은신 흔적 역력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그의 호위무사 박수경(34·여)씨는 지난 4월 21일부터 경기도 용인시 상현동의 오피스텔에서 은둔했다. 오피스텔은 19㎡(5.8평) 규모의 복층 구조로 실평수는 7.2평 정도다. 대균씨와 박씨는 이곳에서 TV와 휴대전화도 없이 조력자들이 가져다준 음식물로 석 달을 지냈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대균씨는 검찰 조사에서 석 달 내내 오피스텔에서 두문불출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130㎏으로 추정됐던 대균씨의 몸무게는 은둔생활 동안 20㎏이 빠졌다고 한다.
지난 26일 두 사람이 체포돼 떠난 빈 오피스텔에는 장기 은신의 흔적이 역력했다. 현관 입구에는 2ℓ 생수 묶음이 쌓여 있었고, 탁자 밑바닥에는 이불과 옷가지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주방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든 봉투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전신거울 뒤쪽에는 미처 버리지 못한 빈 페트병이 여러 개 있었다. 방이 좁아서인지 침대나 매트리스 없이 분홍색 커버를 씌운 요가 깔려 있었다.
오피스텔 내 높이 2m의 대형 냉장고 안에는 냉동식품뿐 아니라 육포, 계란, 소시지 등 음식물이 가득했다. 냉장고 문 한켠에는 초콜릿 음료와 버터가, 하단에선 멸치·검은콩 봉지가 발견됐다. '6월 11일' 포장 바코드가 찍힌 새우·된장·고추장 등도 나왔다. 오피스텔 출입문 안쪽에는 중국집과 치킨집 등 배달음식 광고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음식은 주로 대균씨 측근 여동생인 하모씨가 가져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책장에는 유 전 회장의 옥중 자서전 '꿈같은 사랑', 플루트 연주법과 악보 등이 꽂혀 있었다. 구원파 계열사가 만든 캡슐형 스쿠알렌도 눈에 띄었다.
신발장 밑에는 액상 녹차 제품으로 다판다에서 판매되는 '유기 아해티 앤 그린티' 상자 3개가 있었다. 상자 안에는 30㎖짜리 빈병이 10개씩 들어 있었다. 국내 매장에서 약 90만원에 판매되는 영국 명품 '처치스' 구두도 발견됐다. 오피스텔에는 박씨 소유의 노트북이 있었지만 접속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26일 감식반을 오피스텔에 보내 정밀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인천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관계자는 "DNA나 지문을 채취해 오피스텔을 출입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균씨가 검거된 25일 정오부터 검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균씨와 같은 층에 살았던 한 주민은 "25일 점심 때 먹을거리를 사러 나가는데 경찰 2명이 왔다갔다했다"며 "오후 3시쯤엔 경찰이 5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이 별일 아니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길래 사기꾼 잡으러 왔나 보다 생각했지 유대균이 거기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도 "오후 2시쯤 경찰이 찾아와 '건물 밖에서 볼 때 ○○○호의 위치가 어디냐'고 묻더라"고 했다. 투신이나 추락에 대비한 에어매트를 설치하기 위한 것이었다.
용인=글·사진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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