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가서 딸에게 사랑 받는 법, 이겁니다

입력 2014. 7. 26. 16:57 수정 2014. 7. 2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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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현호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 sxc

캠핑을 나서게 되면 사람들은 전에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걸 먹고 싶어 한다. 매일같이 집에서 먹는 밥, 나가서까지 먹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긴 하다. 그런데 어쩐다. 전에 먹었던 음식 빼고, 집에서 늘 먹던 거 빼고, 내가 못하는 요리 빼면, 메뉴가 너무 앙상하다.

그렇다고 만날 라면 국물에 의지해 끼니를 해결할 수도 없고, 캠핑장 근처에 유명한 먹을 거리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식당과 배달의 협조를 받기 어려우니 캠핑장의 메뉴는 난제 중의 난제가 되기 일쑤다.

'색다를 것, 손쉬울 것, 질리지 않을 것.' 이 셋을 만족시키는 캠핑장 메뉴는 없는 걸까? 있다. 바로 밥이다. 밥이 질리지 않는 음식이라는 데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밥보다 빵의 시대라지만 빵에 물렸다는 사람은 봤어도 밥에 물렸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밥상의 맏형이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제자리를 지켜가며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는 대신 제자리를 뺏기지 않고 있는 믿음직스러운 음식이다.

그런데 색다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달걀 프라이, 소시지, 케첩만 먹는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밥에서 새로움을 찾기는 어려울 텐데? 아니다. 전기압력밥솥으로 후다닥 지어버리고 몇 날 며칠 보온으로 놔두다 보니 누렇게 변해버린 그런 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불 앞에서 지키고 앉아 온 신경을 집중해 정성과 땀을 쏟아가며 지은 냄비밥이다. 일상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집에서는 도통 손대기 어려운 갓 지은 밥을 말하는 거다.

냄비밥은 전기압력밥솥 밥과 맛, 향, 모양 모두가 다르다. 거기엔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냄비밥은 버튼 한 번 누르면 끝이 아니다. 불 앞에서 공을 들여야 한다. 뭐든 제 손으로 공 들여 하면 더 맛나고 귀중한 법이다.

냄비밥은 갓 지은 밥이다. 야외에서는 밥을 보관하기가 녹록지 않다. 귀찮더라도 그 끼니에 먹을 양만 해서 바로 먹는 게 좋다. 갓 지은 밥은 누렇고 딱딱한 밥과 비교불가다. 냄비밥은 우리 식구만을 위한 레시피로 만든 밥이다. 인공지능 밥솥이 척척 디지털식으로 만들어낸 계량화된 밥이 아니다. 우리 식구의 입맛에 맞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물을 따르고 불을 피워 만든 우리 식구만을 위한 밥이기에 특별하다.

▲ 28시간 방치된 밥

전기압력밥솥의 과학이 밥을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늘 묵은 밥을 먹게 된다. 늘 시간이 부족한 생활 ?문이다.

ⓒ 강현호

냄비밥은 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밥 짓는 기술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공유와 공감의 어려움이다. 아빠가 애써 불 앞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밥 지어 상 차렸더니 어린 딸은 '밥은 됐고 라면이나 끓여달라'고 할지 모른다. 옆에 앉은 아들은 한 술 더 떠 '피자 시켜주면 안 되냐'고 떼를 쓸지도 모른다. 이럴 때 아내라도 도와주면 좋으련만 '남은 밥은 어쩔거냐'고 '괜히 일만 벌렸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밥을 짓는 도전은 해볼 만하다. 가족의 생계를 꾸리고 집안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공이 들어가는 일인지 서로 알게 되는 과정은 언제나 소중하다. 그게 공유고 공감의 시작이다.

어른들은 돈 벌어 학원 골라주고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맹목적 역할분담에서 벗어나는 일은 꽤나 험난한 일이다. 가족 간 공유와 공감이 서툴다면 아무래도 크고 거대한 일보다는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상적이고 사소한 일을 같이 하고 나누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색다를 것, 손쉬울 것, 질리지 않을 것' 모두 만족시키는 메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으니 식구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 냄비밥 짓는 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 한국음식의 조리과학 > 참고). 냄비밥 짓기는 쌀씻기, 불리기, 안치기, 익히기의 과정을 거친다.

1. 쌀씻기

: 왜 쌀을 씻는가? 쌀에 묻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맞다. 쌀을 2~3회 씻으면서 이물질과, 식감을 방해할 불순물을 제거해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잡내라 할 수 있을 쌀겨의 냄새가 제거된다. 이때 중요한 건? 스피드! 쌀겨의 냄새가 쌀 속에 남지 않게 빠르게 헹궈낸다. 단, 서두르다보면 괜한 쌀알을 흘려보낼 수 있으니 헹굴 때 체를 사용하면 빠르고 손실 없는 쌀씻기가 가능하다.

2. 불리기

: 묵은쌀보다 햅쌀이 맛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쌀알 속의 수분 잔량 때문이다. 도정을 하고 난 이후로 쌀에서는 지속적으로 수분이 날아간다. 바짝 마른 장작은 잘 타지만 바짝 마른 쌀은 맛이 떨어진다.

윤기도 떨어질 뿐 아니라 익히는 과정에서 열전도율도 떨어지므로 제대로 익지 않아 찰기도 떨어진다. 쌀을 불리면 인위적으로 쌀 속의 수분량을 조절해주는 셈이 된다. 여름에는 30분 내외로만 불리는 게 좋다. 그 이상 불리면 쌀씻기로 기껏 제거한 잡내가 생겨나고 영양분을 잃게 된다.

3. 안치기

:

물과 쌀의 양을 조절하는 단계다. 기술적인 면에서 가장 핵심이랄 수 있는데 아직도 손등이니 손가락이니 하며 거기에 물을 맞추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떠돈다. 밥짓기 경력 40년 이상의 고수들은 들으면 척하고 알겠지만 초보에게는 호그와트 마법 주문 같은 말씀이다. 게다가 사람마다 손등의 두께가 다르고 냄비의 크기며 재질, 쌀의 양이 다를 텐데 손등 하나만 믿고 밥을 할 수는 없다.

대체로 불린 쌀(백미)은 1:1 부피로 물 양을 맞추면 된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이 정도면 실패는 하지 않을 테지만 그럴 거였으면 즉석 포장밥을 먹는 게 더 나았다. 가족이 좋아하는 최적의 밥맛을 찾기 위해서는 반복과 감이 필요하다. 같은 냄비에 같은 화력의 불을 이용해 자꾸 밥을 해보면서 우리 가족만의 비율을 찾아 가는 게 왕도다.

4. 익히기

: 이 과정 역시 평균율이 있다. 센 불로 안정화, 중불로 익히고 약불로 뜸들이기. 시간은 10분, 5분 10분. 하지만 역시 시간은 밥 양이나 잡곡이냐 현미냐에 따라 달라져야한다. 무엇보다. 뭐가 센 불이고 뭐가 약불인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미세한 불조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 불 조절이 가능한 버너를 이용해서 반복적으로 경험해 보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 갓 지은 냄비밥

경험 없이 레시피 몇 줄로 우리 가족의 입맛에 맞는 밥을 뚝딱 만들 수는 없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의 밥짓기는 남의 공이 아닌 내 공을 들여야 완성된다.

ⓒ 강현호

고슬고슬한 밥이 완성되면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아진다. 김밥, 주먹밥, 볶음밥, 비빔밥,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초밥, 거기에 각종 덮밥까지. 이 모든 게 맛있는 밥이 없이는 불가능한 메뉴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캠핑고수가 되고 싶어 캠핑 서적을 탐독하고 몇 날 며칠 검색을 해봐도 하루 나가 텐트 쳐보고 들살이 하고 온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냄비밥 짓기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마트에서 파는 포장밥으로 대체 가능한 비효율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데 공감한다면, 열심히 검색을 하는 것보다 당장 직접 내 손으로 쌀을 정성스레 씻어보는 일이 급하다.

한솥밥 먹는 식구로 오래 살다보면 남도 정이 생겨 가족이 된다는데, 애초에 가족인 사람들이 한솥밥의 가치를 체험해갈 때 생기는 정은 오죽하랴.

캠핑 냄비밥 더 맛깔나게 먹는 방법 세 가지

입맛을 살리자! - 호박잎쌈밥

여름엔 입맛을 잃기 쉬운데 그 입맛을 돌아오게 하는 건 기름지고 화려한 식재료가 아니다. 쓰고 투박한 음식이 입맛을 되살린다. 호박잎 쌈밥이 그렇다. 줄기 부분의 껍질을 벗겨낸 뒤 쪄먹는 호박잎. 쌉싸름하고 거친 식감이 더위에 짓눌린 입맛을 새록새록 불러일으킨다. 두부와 애호박 등을 넣고 끓인 강된장을 곁들여 먹어도 좋고 막된장 그대로 싸먹어도 언제나 일품이다.

더위를 날리자! - 열무김치말이밥

잘 익은 아삭한 열무김치가 쿨러(아이스박스) 깊숙이 고이 모셔져 있다면 이보다 시원한 한 끼 재료는 없을 터. 김치국물만으로는 싱거울 수 있으니 멸치와 다시마로 맛국물을 내어 김치국물에 첨가하고, 식힌 밥 넣고 얼음 동동 띄우자. 여름 최고의 인기음식인 열무국수를 울게 할 '열무김치말이밥'이다. 여기에 넣는 밥은 씹는 식감을 위해 평소보다 되게 짓는 게 좋겠다. 캠핑장에서 웬 얼음이냐고? 진부한 말씀이다. 요즘에는 텐트 안에서도 제빙기로 각 얼음을 만들어 즉석 팥빙수도 해먹는 시대다.

재미나게 먹자! - 수제 삼각김밥

잊고 살고 있지만 중학교 이하의 어린이들은 무조건 놀아야 한다. 그게 애들의 임무다. 밥도 놀이처럼 만들어 먹게 해보자. 제 손으로 조물조물 음식을 만드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아이와 함께 삼각김밥을 만들어보자.

도구 필요없다. 모두 수제다. 고슬고슬 지은 밥을 소금 뿌린 손에 얹어 모양을 만들고 속은 뷔페식으로 고른다. 통조림 연어, 캔 참치, 물기 짜낸 오이, 날치알, 소금기 빼낸 잔멸치, 명랏젓 등이 맛있다. 굳이 편의점을 따라가려면 마요네즈가 필요하겠지만 안 넣으면 더 깔끔한 맛이 난다.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이려면 배가 잔뜩 고플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덧붙이는 글 |

아날로그캠핑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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