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씨 장남 잡았지만..'계륵' 되나

박준호 입력 2014. 7. 26. 16:16 수정 2014. 7.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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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박준호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중 장남이 검거되면서 큰 진척이 없었던 검찰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3개월 넘게 속을 태운 유씨 일가의 비리 수사에 검찰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유씨 일가는 횡령, 배임, 탈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수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주로 상표권료, 고문료, 경영자문료(컨설팅비), 사진대금 또는 사진사업 출자 명목 등으로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에 파악됐다.이런 수법으로 유 전 회장이 가장 많은 1291억원의 이득을 얻은 것을 비롯해 대균씨가 56억원, 차남 유혁기(42)씨와 장녀 유섬나(48)가 각각 559억원, 49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검찰 안팎에서는 대균씨가 유 전 회장의 장남이라는 상징성을 감안, 일가의 불법 재산을 증식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거나 비중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균씨는 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최대주주이자 다판다, 트라이곤코리아, 한국제약의 대주주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유 전 회장을 놓친 대신 대균씨에게 무게를 두고 유 전 회장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쪽으로 수사 전략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유 전 회장의 범죄 액수는 횡령 218억원, 배임 1071억원, 탈세 101억원 등으로 모두 1390억원에 달한다.

예컨대 유 전 회장은 지난 1997년 부도 처리된 ㈜세모를 되찾아오는 과정에서 '천해지'나 '세무리' 등의 계열사를 내세워 세모의 자산을 담보로 598억원을 빌린 뒤 이를 다시 세모를 인수하기 위한 자금으로 썼다.

계열사 중 하나인 국제영상의 주식을 다른 계열사들에 비싼 가격에 팔아 27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를 통해 상표권 수수료 98억원, 컨설팅 비용 120억원을 챙겼다.

유 전 회장은 2011년부터 자신이 찍은 사진을 계열사에 비싼 값에 팔아 치워 446억원의 이득을 남기고 이를 해외에 있는 1인 주주회사로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사진 사업과 관련해 101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상표권 사용료를 빙자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실제로는 경영 자문이나 컨설팅 행위가 없었음에도 이를 대가로 계열사 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균씨의 범죄 수법과도 상당수 일치한다.

만약 대균씨가 아버지의 지시를 받아 계열사 횡령 등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수천억원대 범죄에 가담한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행 특경가법상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벌할 수있다.

한편에서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재산이나 불법·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와 측근들의 횡령, 배임 범죄액수를 토대로 총 2398억원의 재산을 우선적으로 추징보전 대상으로 산정했다.

대균씨가 계열사 임원이나 구원파 신도, 영농조합 등의 명의로 보유한 금융재산과 부동산 등을 검찰에 실토할 경우, 세월호 참사 배상금을 유족에게 선지급한 후 일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려한 정부의 스케줄을 좀 더 앞당길 수도 있다.

반면 대균씨가 유씨 일가나 계열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 대균씨는 유 전 회장의 계열사 경영보다는 오히려 미술계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편이다.

중·고교 시절 한때 유도부 선수로 활동했으나 경북대 조소과에 진학하며 진로를 틀었다. 이후 촉망받는 조각가로 활동하며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는 등 예술 방면에 더 관심을 보였다.

대균씨는 2000년대 초반까지 개인전을 여러 번 가졌으며 자신이 강남에 소유한 고급 레스토랑 '몬테 크리스토(Monte Cristo)'에서 전시회, 연주회 등을 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유 전 회장이 '경영 후계자'로 차남 혁기씨를 지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균씨가 계열사에 얼마나 '입김'을 냈을지도 의문이다.대균씨와 혁기씨가 취득한 부당이득만 놓고 봐도 큰 차이가 있다.

혁기씨의 범죄수익은 유 전 회장(1291억원)에 이어 일가 중 두 번째로 많은 559억원에 이른다. 대균씨가 56억원에 것에 비해 10배 정도 많은 편이다.이런 점에 미뤄볼 때 검찰이 대균씨를 상대로 유 전 회장 일가의 범죄사실을 밝혀내는 데에는 어느정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대균씨는 자칫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장남을 잡아들였지만 장녀와 차남을 더 목 빠지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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