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민란의 시대', '민란'보다 '강동원'이 돋보인 참 '애매한' 영화

윤지혜 2014. 7. 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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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의 영화뒤집기] '민란'이란 소재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찮게 짓밟히던 이들이 힘을 모아 난을 일으킨다. 게다가 상대는 여태 그래왔듯 쉽사리 쓰러지지 않을 막강한 적이다. 이 과정에서 탄생되는 낡은 옷을 입은 영웅들의 사연도 볼만 하고, 어쩔 수 없이 가미될 비극적인 느낌도 '민란'을 더욱 농염하게 만드는 요소다.

영화 '군도 : 민란의 시대' (이하 '군도')가 개봉 상영 중이다. 굳이 '민란'이란 소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하정우와 강동원 등 휘황찬란한 배우들의 배치에 개봉 전부터 기대감으로 시끌벅적했던 작품이다.

특히, 하정우의 '군도' 포스터는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마음에 소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정우가 맡아 연기할 '도치'라는 인물이 가져올 압도적인 매력이, 포스터 한 장만으로 충분히 전해졌던 탓이다. 또한 민란의 중심이 될 '도치'와 '조윤(강동원)'의 대결, 즉, 상반되는 점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가진 두 배우의 대결이, 작품의 주제와 이룰 멋진 합에도 애정 어린 호기심이 잔뜩 일었었다.

하지만 이게 웬 걸, '도치'는 그저 포스터에서 느낀 감탄이 전부였고 '민란'이 가져올 주제의식은 영화가 지은 애매한 태도에 의해 애매모호하게 되어버렸다.

영화 초반, 각 캐릭터들의 등장까진 흥미진진했다. 하정우와 강동원은 물론이고,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윤지혜 등 연기력에 일가견 있는 배우들의 선명한 눈빛은 자리 잡은 지 얼마 안 된 관객들의 마음을 순식간에 홀렸으니까.

문제는 선악구도에 선 두 주인공의 대등하지 못한 배치에 있었다. 하정우와 강동원, 캐릭터의 완성도에서 '도치'는 '조윤'에게 완벽하게 밀렸다. 포스터와 달리 영화 내내 관객들의 뇌리를 지배한 것은 '도치'가 아니라 '조윤'이었다. 배우의 연기력이 문제였을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하정우였기에 그만큼의 '도치'라도 존재할 수 있었다.

물론, 영웅에 맞서는 악인은 매력적일수록 좋은데, 이건 어디까지나 영웅의 캐릭터가 잘 만들어졌을 때의 이야기다. 그 캐릭터가 설득력을 잃는다면, 상대가 매력적인 게 도리어 폐가 되고 만다. 포커스가 악인에 맞춰지니, 영웅이 이끌고 갈 영화의 주제가 애매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조윤'은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악인이다. '조윤'이 영화 내내 지속적으로 욕망했던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닌,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아이를 밴 제수를 죽이려 사람을 보내고 백성들을 속여 전답을 다 빼앗은 것도 오로지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조윤'의 발버둥이었다. 아무리 많은 이가 죽어도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그가, 유독 제수의 아이가 아들이란 사실에만 감정의 동요를 보였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조윤'이 잔악한 양반의 전형으로 '도치'와 대척점에 놓이게 된 저변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강동원은 눈빛과 표정으로 이를 제대로 소화했고, 그 결과 관객들의 공감을 얻으며 매혹적인 악역을 만들어냈다.

'도치'에겐 이 '사정'이 미약했다. 아니, 허술했다. '조윤'만 편애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가 '조윤'에게 원수를 지게 된 계기 자체는 확실한데, 지리산 도적떼 '추설'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의 행보가 그리 매끄럽지 않다. 상당히 작위적이었다고 할까. 개연성이 떨어지니 자연스레 이입되는 감정의 폭도 적어졌다. 이러니 안 그래도 홀리기 딱 좋은 캐릭터인 '조윤'에게 입지를 빼앗길 수밖에.

이 애매한 상황은 영화의 주제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민란'을 소재로 다룬 영화답게, 영화는 시종일관 '뭉치면 백성, 흩어지면 도적'이란 말을 내놓았다. 하지만 자꾸 전체적인 스토리로 보여주어야 할 주제를, 몇 마디 대사로 표현해보려 하는 억지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도치'가 주인공으로서 굳건히 서지 못한 까닭이다.

여러 가지 의미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그만큼 기대했었고. 군소릴 하나 더 붙이자면, 아마도 '군도'는 서부극 혹은 활극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민란'이 가져오는 비극성을 조금은 유쾌하게 다룰 요량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기엔 흥겨움마저 덜했다. 그나마 '도치'가 다연발 기관단총을 가지고 '조윤'과 벌인 대결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소재인 데다가 배우다운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고 감독 또한 저력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이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아쉬움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형편없진 않았다. 단지 기대가 컸을 뿐. 저력 있는 요소들이 얽혀 있기에, 중간 이상의 결과는 냈다. 하지만 재미있다고, 재미없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영화다. 재료가 너무 좋았던 탓일까.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악역 하난 볼만 했단 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군도' 홈페이지]

강동원

| 군도|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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