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사이영상' 투수 슈어저 "추신수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워"

2014. 7. 2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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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맥스 슈어저.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지난해 사이영상(Cy young award)을 수상하는 등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 반열에 오른 맥스 슈어저(30·디트로이트)가 올시즌에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슈어저는 지난해 정규시즌 21승 3패 평균자책점 2.90의 빼어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다승부문 타이틀과 함께 사이영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슈어저는 올시즌에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24일(한국시간) 현재 총 20경기에 선발 등판한 슈어저는 11승 3패 평균자책점 3.34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슈어저는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1번)에서 애리조나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고 그 후 단 2년 만인 2008년 4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빅리그 첫 해에 승리 없이 4패만 기록하며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슈어저는 이듬해인 2009년 9승 11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그 해 시즌이 끝난 뒤 삼각트레이드를 통해 슈어저를 디트로이트로 보냈다.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슈어저는 2010년 시즌 12승 11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더니 그 후 15승(2011년)-16승(2012년)-21승(2013년)을 올리며 사이영상까지 수상한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슈어저의 트레이드는 빅리그 역대 최악의 트레이드 중 하나로 거론된 것은 물론 애리조나는 팬들로부터 '참을성 없는 어리석은 구단'이란 원성을 듣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별탈 없이 승승장구 하는 것처럼 보이는 슈어저에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슈어저는 '홍채 이색증'을 안고 태어났다. 그의 오른쪽 안구는 파란색인데 왼쪽은 갈색이다. 이 때문에 어렸을 때 놀림을 많이 당했다. 디트로이트 구단은 이런 슈어저를 위해 2011년 그의 버블헤드 인형을 처음 선보일 때 인형 안구의 홍채 색을 동일하게 해 제작했다. 슈어저를 위한 배려였다.

슈어저의 아픔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유일한 형제이자 동생인 알렉스가 2012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

알렉스는 생전에 '세이버매트릭스(Sabermetrics)'로 불리는 야구 데이터 분석에 일가견이 있었고 형 슈어저는 이를 적극 이용해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동생이 자살했을 때 느낀 슈어저의 상실감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

슈어저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번 등판할 때마다 동생 알렉스를 위해 던진다"고 말할 만큼 떠나간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각별하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슈어저를 지난 22일 애리조나 체이스필드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맥스 슈어저. 동아닷컴DB

다음은 슈어저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나는 투수이기 때문에 특히 팔과 어깨 상태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현재 아프거나 신경 쓰이는 부위도 없이 아주 좋다. 매우 만족한다."

-지난해 사이영상 수상자로서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선 지난해 보다 더 나은 투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다. 이는 평균자책점이나 승수 등 표면적인 결과물에 기준을 둔 게 아니라 내가 작년에 비해 얼마나 더 타자들을 상대로 공격적이고 효과적인 투구를 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올 시즌 상반기 자료들을 보면 내가 지난해에 비해 더 나아진 것도 있지만 부족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부족한 면을 보완해 시즌이 끝났을 때 내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유년기를 세인트루이스에서 보냈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야구장에 가서 아이작 스미스의 플레이, 특히 그의 화려한 수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롤모델은 부모님이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내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신 분들이다."

-지난해 사이영상을 수상하는 등 빅리그 데뷔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빅리그에서 뛰는 타자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다. 그래서 평소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지만 내가 마운드에 오를 때에는 '항상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투구를 하는데 그런 점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3개나 던질 수 있는 구종의 다양화를 꾀한 것도 도움이 된 것 같다. 특히 구종의 다양화는 타자들을 상대로 투수인 내가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변화구로 언제든지 원하는 곳에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있다."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지난해 오클랜드를 상대로 치른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4차전 경기가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당시 내가 ALDS 1차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한 뒤 4차전 경기에는 7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내가 점수를 내줘 오클랜드가 앞서 갔지만 7회말 우리 팀이 역전했다. 그리고 8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3타자를 삼진과 외야플라이로 잡아내며 위기를 모면했고 결국 그 경기도 우리가 승리했다. 당시 무사 만루 상황에서, 그 것도 포스트시즌에서 실점 없이 위기를 모면했을 때의 기분은 그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는 최고의 짜릿함이었다."

-반대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나?

"야구 자체가 쉽지 않은 경기이다 보니 힘든 시간은 항상 찾아 오는 것 같다. 특히 성적이 안 좋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투구가 되지 않을 때 힘들다. 게다가 야구의 매력 중 하나는 그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해도 시즌 중 한 두 번쯤은 상대 타자들에게 호되게 당한다는 것이다. (웃으며)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럴 때 특히 힘들다."

-빅리그 타자 중 개인적으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는 누구인가?

"(주저 없이) 추신수다. 그가 메이저리그 타자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렵다. 추신수를 제압하기 위해 볼배합을 달리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봤지만 매번 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추신수는 직구는 물론 다양한 변화구도 모두 다 잘 친다. 그를 제어할 방법이 없다."

*추신수와 슈어저의 상대전적은 21타수 12안타 타율 0.571 2홈런 5타점 2도루.

맥스 슈어저. 동아닷컴DB

-시즌 중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우선은 슬럼프를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슬럼프라고 인정하고 거기에 연연하면 더 나빠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안 좋아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 좋았을 때의 투구폼 등을 상기하면서 평소보다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해야 한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시즌 중 쉬는 날에는 무조건 잔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 경기도 많고 이동거리도 멀다. 게다가 야간경기와 주간경기가 겹치고 시차도 발생하기 때문에 쉬는 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만 긴 시즌을 부상 없이 건강하게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휴식을 취한 후 저녁 시간에는 초밥 등 저녁을 사먹기 위해 외출하는데 시즌 중에는 대개 이런 식으로 휴일 시간을 보낸다."

-그렇다면 오프시즌 중에는 어떤가?

"오프시즌에는 평소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골프도 좋아하고 스쿠버다이빙도 즐기는 등 레저활동을 많이 한다. 물론,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휴가도 떠난다. 그렇게 일정기간 휴식을 취한 후에는 애리조나로 돌아와 다음 시즌을 위해 몸 만들기에 주력한다."

-사이영상 수상자인 당신도 별명이 있는지 궁금하다.

"달갑진 않지만 동료들이 나를 '매드 맥스(Mad Max)'라고 부른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마운드 위에서 잘 웃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내 표정을 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슈어저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야구는 우선 대중적인 스포츠이다. 야구선수이기 이전에 나 또한 모든 스포츠를 다 좋아한다. 그래서 야구뿐만 아니라 스포츠는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 리틀리그에서 야구를 시작해 현재 빅리그까지 나는 항상 야구를 사랑했고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더 열심히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누구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면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런 나에게 있어 야구선수는 최고의 직업이다."

-당신처럼 훗날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은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야구를 하는 동안은 항상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발전속도나 양은 중요하지 않다. 미세하더라도 항상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수가 되야 한다. 그런 과정들이 모여 발전할 수 있고 결국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팬들의 성원과 응원에 늘 깊이 감사한다. 특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팬들의 관심과 응원은 늘 나에게 큰 힘이 됐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더 그런 팬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하고 싶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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