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건설사들의 '미분양 털기'

차완용 기자 2014. 7. 26.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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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미분양 때문에 그런 거예요, 미분양 때문에…. 요즘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내 집 사려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미 우린 아파트를 덜렁 지어놨어. 어떻게 합니까? 못 팔면 망하는데…."

최근 취재차 만난 한 건설사 간부의 변명이자 탄식이다.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상황에서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했다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처럼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지자 편법을 동원하고 심지어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허위·과장광고는 예사고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불법 현수막'광고와 일명 '깜깜이 분양'까지 일삼는다.

/사진=류승희 기자

◆ "과태료 그까짓 거"… '불법 현수막' 기승

요즘 수도권·지방을 불문하고 현수막으로 부동산 마케팅을 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들은 현수막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한된 인원으로 메뚜기 떼처럼 확산되고 있는 현수막 마케팅을 단속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 현수막은 지역 내에 지정한 게시대를 통해 설치할 수 있고, 이외의 장소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현수막은 도시미관 저해는 물론 운전자 및 보행자의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불법 광고물 단속 대상이다.

이에 따라 관할기관은 이 같은 문제를 일으키는 불법 광고 현수막 게시를 막기 위해 2~3명 단위로 단속팀을 운영, 1일 3회 이상 지속적인 정비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광고 주체인 분양 대행사에게 최소 30만~5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관할기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건설사와 분양 대행사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광고효과를 볼 수 있는 현수막을 분양 관련 각종 혜택을 홍보하고자 도심 곳곳에 마구잡이로 걸고 있다.

불법 현수막 마케팅은 부동산경기가 꺾이면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TV광고 등과 같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마케팅이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6년간 부동산경기가 하락한 끝에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이 대목을 맞이하면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아파트 분양 물량은 26만1000여가구로 2000년대 들어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년간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속에서 오직 생존만을 위해 고군분투해 온 건설 및 분양대행업계가 갑자기 돈을 물 쓰듯 하던 옛 마케팅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더욱이 아직 분양이 잘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편법 분양광고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옛날에는 분양광고가 메이저 방송이나 신문을 타면 '콜수'(분양대행사로 오는 문의전화량)가 상당했는데 요즘은 몇건 안 된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인터넷, TV 등의 발달로 방송광고는 건너 뛰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프라인 신문을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며 "그래서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이나 직접 직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는 마케팅에 치중한다. 그렇게 하는 경우 콜수도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건설사들은 현수막 마케팅을 보다 조직화·전문화하고 있다. 옛날에는 현수막이 적발되면 마케팅 직원이 그 벌금을 물었지만, 지금은 분양대행사를 내세워 아예 시작부터 '벌금 지원'을 전제로 현수막 마케팅에 들어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솔직히 거리에 설치하는 현수막 광고가 불법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객 유치를 위한 홍보효과가 가장 뛰어나 과태료를 각오하면서 현수막 제작업체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요즘 부동산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하나라도 더 분양하려다 보니 건설사 분양 대행사들이 노출 빈도가 높은 현수막광고를 선택, 서로 경쟁하듯 게시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 시장 검증 회피 '깜깜이 분양' 성행

최근에는 불법은 아니지만 수요자들의 알 권리를 빼앗는 일명 '깜깜이 분양'도 성행하고 있다. 수년 전 부동산시장에 등장해 어느새 업자들 사이에 널리 퍼진 용어로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부동산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다시 성행하기 시작했다.

깜깜이 분양은 건설업체가 청약자들에게 분양소식을 숨긴 채 모델하우스도 없이 은근슬쩍 공식 청약일정을 진행해 의도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만든 뒤 선착순 분양에 주력하는 편법 분양이다. 분양업계에선 이를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청약을 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뒤에서 분양을 하는 게 무슨 마케팅 전략이냐"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깜깜이 분양은 업체가 분양할 아파트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할 때 주로 사용한다. 어차피 미분양이 확실한 경우 모델하우스 건설 등 법정 청약기간에 투입해야 할 각종 비용도 줄이고, 자칫 대규모 미분양이란 소문이 퍼져 이후 청약자를 추가 모집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차라리 전체 물량을 고의로 미분양을 내고, 이후 실수요 타킷층을 집중 공략해 미분양이란 불명예 꼬리표를 숨긴 채 계약률을 높이겠다는 고육지책인 것.

깜깜이 분양은 법규정상 분양공고를 내고 청약일정을 마련하는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청약통장 가입 수요자들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로열층 등 동·호수를 지정해 사전계약하는 경우도 많아 일반인이 청약하면 계약 파기를 우려해 대놓고 청약을 만류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계악자들이다. 건설사로서는 집 팔기가 쉬워질 수 있지만 시장의 검증절차를 회피한 매물이기 때문에 입주 희망자들은 계약할 아파트가 시장이 외면한 애물단지인지 또는 청약을 해도 손해 보지 않을 곳인지 파악할 판단기준을 제공받을 수 없다. 또 미분양 사실이 감춰진 만큼 미분양 물량에 따라붙기 마련인 계약조건 완화 같은 혜택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제 입주하고자 하는 아파트가 어떤 집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어떻게 분양하고 있는 아파트인가도 꼼꼼히 확인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부동산경기가 어려워 건설사들이 힘겨워하고 있다지만 '불법 현수막 마케팅'이나 수요자들의 알 권리를 빼앗는 '깜깜이 분양'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

www.moneyweek.co.kr

)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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