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만 쏙 빼고 42개국 순방.. 아베의 '도넛 외교'

도쿄 2014. 7.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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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브라질 등 중남미 5개국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5일 출국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문으로 취임 이후 6개 대륙을 모두 방문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취임 직후 "지구의를 보듯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외교를 펼쳐야 한다"면서 이른바 '지구의(地球儀) 외교'를 주창했다. 그는 실제 한 달에 1.15회꼴로 출국,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1년 7개월간 42개국을 방문했다. 역대 총리 중 가장 뛰어난 외교력을 발휘했다는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5년간 28개국)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외교를 '중국 포위망 외교'라고 부른다. 최근 아베 총리와 시진핑 중국 주석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순방 외교를 펼치는 모양새다. 아베 총리가 찾는 중남미는 시진핑 주석이 15∼23일에 이미 방문했다. 시 주석이 중남미 방문 때 경제 지원을 약속한 것을 의식해, 아베 총리도 차관 제공과 자원 개발 투자 등 '선물 보따리'를 풀기로 했다. 아베 총리의 중남미 방문에는 도요타·미쓰비시 중공업 등 재계 인사 70여명도 동행한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말 유럽 4개국을 방문하자, 아베 총리는 4월 말에 유럽 6개국을 찾았다. 아베 총리가 1월에 방문했던 아프리카는 시진핑 주석이 작년 3월 먼저 찾았다.

아베 총리는 외국 방문에서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 강연에서 "외국 방문과 초청 외교를 통해 200회 이상 정상회담을 가졌다"면서 "나는 회담에서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해 설명했고 정상들은 모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의미한다. 아베 총리는 6월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도 적극적 평화주의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집단적 자위권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든다"는 일본 내 반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교황까지 이용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전통적 대미 중시 외교에서 벗어나, '독자 외교'도 펼치고 있다. 최근 아베 총리가 가장 공을 들이는 외교 상대는 러시아다. 취임 이후 아베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지만, 아베 총리는 여전히 푸틴 대통령의 방일을 추진 중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푸틴 대통령과 오히려 개인적인 친분이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이 '대북 공조 이탈'에 대해 경고했지만, 일본인 납치 피해자 해결을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아베 총리가 전 세계를 방문해서 외교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정작 이웃 나라인 한국과 중국과는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이웃 나라만 쏙 빼놓고 방문한다고 해서 '도넛 외교'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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