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이야기가 있는 강철 땅콩집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2014. 7. 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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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땅콩집_ 젊은 감각의 스틸하우스

건축주•설계자•시공사의 즐거운 회합, 그리고 결과물로 탄생한 주택이 대전 유성구에 들어섰다. 서로 다른 컬러를 지닌 두 가족이 만들어내는 이 시대 땅콩집의 하모니에 귀 기울여보자.

각자의 이유를 안고 집을 짓기로 마음먹지만, 처음 마음을 끝까지 안고 가는 건축주는 그리 많지 않다. 땅 구입부터 설계•시공자 선정, 인테리어까지 집 한 채가 탄생하기까지 많은 이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과정 속에서 손발이 맞지 않아 공정이 한없이 연기되거나 멈춰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명의 건축주가 집 한 채를 짓는데도 그러할 진데, 두 건축주가 한 필지에 함께 짓는 땅콩집은 오죽 힘들까.

땅콩집이라 불리는 듀플렉스 하우스는 자금 사정이 빤한 젊은 건축주들이 마당 있는 집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이다. 한때 세대 간 소음문제나 재산권 문제로 말도 많았지만, 이제는 아파트의 '합리적인 대안'으로 정착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학하동에 들어선 택지에 집을 지은 두 가족 또한 이런 해법을 찾아 듀플렉스를 택한 젊은 건축주들이다.

비슷한 연령대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조동현, 심민경 씨 부부와 신주철, 강희재 씨 부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났다. 아파트에 딸린 자그마한 옥상에도 행복해하는 두 딸을 보고 마당 있는 집을 꿈꾸기 시작한 희재 씨. 그녀의 글에 민경 씨가 공감을 표시하며 쪽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되었다. 아이들은 자그마한 초등학교에서 맘껏 뛰어놀게 하겠다는 교육관까지 통했던 두 가족은 도시 인근 한 필지에 두 채의 집을 함께 짓기로 했다.

하지만, 건축에 관해 모든 것이 궁금한 이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설계자나 시공사를 찾기가 힘들었다. 20여 개가 넘는 업체를 찾아 미팅도 하고, 오픈 하우스를 여는 집마다 구경하며 집을 지어줄 회사를 찾아 헤맸다. 마음이 지쳐갈 때쯤 스틸하우스 전문업체인 포스홈 박영규 대표를 만났다. 40대 나이의 젊은 대표는 첫 미팅 때부터 건축주가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조곤조곤 답변해주는 열의을 보였다. 그 진심이 건축주들의 마음을 움직여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됐다.

집은 개발제한구역에 면한 남쪽에 마당을 두고 북쪽 도로를 따라 하나의 매스를 설정한 후, 가운데를 도려내는 방식으로 분절했다. 두 집 사이 각도를 예각으로 주어 상대방의 실내가 보이지 않게끔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삼각형 모양의 필지이지만, 적절한 디자인을 통해 오히려 강점으로 소화한 재기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함께 공유하는 마당 앞 부지 또한 앞으로 5년간 개발될 염려가 없어 큰 숲이 있는 마당이 됐고, 이로써 안팎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북측면 진입로는 1층의 일부를 절개해 공동의 포치를 만들고 각 세대로 진입하는 현관을 냈다. 이렇게 도려낸 부분은 목재로 마감해 외벽인 스터코와 구분되도록 디자인했다.

두 집 모두 거실같은 공용 공간은 마당과 연결되는 남측면에 배치하고, 부속공간은 도로 쪽으로 두었다. 제한된 면적 안에서 공간을 밀도있게 나누는 것이 내부 설계의 핵심이었다. 얼핏 보면 같은 평면이라고 오해할 만큼 데칼코마니 같은 외형이지만, 내부는 각 세대의 개성이 잘 반영됐다.

은솔•예솔이가 살아 '솔솔이네'로 불리는 주철•희재 씨 집은 1층을 카페처럼 아늑하게 연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옆집과 맞닿은 현관 근처에 욕실과 세면대를 설치해 혹여 발생할지 모를 벽간 소음을 한 번 더 완충했으며, 스크린 하단에 홈시어터 장비를 수납할 수 있도록 거실 벽면에 책꽂이를 짜 넣었다. 화이트톤에 파스텔톤 블루를 포인트 컬러로 사용해 청량감이 느껴지도록 한 것은 희재 씨 아이디어다. 방은 모두 2층에 배치했는데, 다락은 프라이빗하게 안방 너머로 숨겨 희재 씨가 작업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동현•민경 씨 가족이 사는 '별이네'는 계단 밑, 주방 옆의 데드스페이스마다 수납공간을 두어 살림살이를 정리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거실과 주방을 하나로 연결해 넓어 보이는 효과를 냈으며, 2층 계단실의 자투리 공간에는 책상을 짜 넣어 남편의 서재로 활용하도록 했다. 다락으로 오르면 그곳은 아들 윤호의 놀이터다. 장난감과 잡동사니를 수납할 수 있도록 다락의 높이가 낮은 부분에는 문을 달아 공간을 분리했다.

시공사인 포스홈에서는 두 집이 맞닿는 부분에 약간의 간격을 두고 각자의 스터드를 세워 벽체를 구성했다. 외벽 마감재 외에는 두 집이 연결된 부위가 없게 해 벽간 소음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단열에 대한 두 건축주의 거듭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그라스울 충진과 외단열 EPS보드 부착, 열반사단열재로 복사열을 또 한 번 차단하는 등 최대한 단열에 신경을 기울였으며, 지붕에는 유로징크패널을 적용해 R30의 그라스울과 함께 삼중으로 단열을 적용했다. 북쪽의 창을 최소화해 열의 낭비에도 신경 썼다. 공사가 끝나면 매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사일지를 올려 건축주들에게 그날의 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시공사의 작은 배려였다.

"집 짓는 일이 정말 행복했고, 참 즐거운 과정이었어요." 집짓기의 즐거움이 막을 내리고 주택은 이제 두 가족의 보금자리로 자리잡았다. 앞으로 네 아이가 뛰놀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집.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자라면 공간 역시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건축주들이 집 짓는 과정에서 보여준 현명함은 그때도 여지없이 발휘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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