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2] 26살짜리 리더, 커쇼 이야기

스페셜 2014. 7. 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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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스페셜9 제휴] 잔정 많은 슈퍼스타

오늘 얘기는 아주 사소한 장면에서 시작된다. 지난 일요일(한국시간 7월21일 월요일) 게임이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등판했던 LA 다저스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 3회초였다. 선두타자였던 커쇼는 볼넷을 얻어 공짜로 1루에 나갔다. 다음 타자 고든 타석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상대 배터리가 눈길 한번 주지 않자, 커쇼는 보란듯이 2루를 훔친다. 때마침 포수가 공을 놓쳐 안착. 기록상은 엄연히 ML 데뷔 7년만에 첫번째 도루였다. 에이스가 도루라니? 보통의 시각으로 보면 미친 짓이다. 슬라이딩 하다가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구라다>를 감동시킨 것은 용감무쌍한 도루가 아니었다. 그 다음 장면이었다. 2루에 있던 그는 2사 후 맷 켐프의 적시타 때 홈에 전력 질주해 득점을 성공시켰다. 2-1로 역전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그의 심정을 어땠을까. '앗싸, 첫 도루에, 득점까지… 기분 쵝오!!!' '에휴, 힘들어. 너무 달렸나? 다리 풀리네' '투 아웃이니까 빨리 쉬고, 다음 수비 준비해야겠네' 등등 아닐까. 아무튼 극적인 득점에 들뜨고, 다음 이닝 준비에 마음이 바빠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커쇼의 다음 플레이는 의외였다. 그는 홈을 밟고 덕아웃에 들어오기전 길목에 놓여 있던 배트를 주워 묵묵히 다음 타자(안드레 이디어)에게 건네주고 있었다.

이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앞선 상황에 대한 '야구적 해석'이 필요하다. 다음 타자 이디어는 왜 배트를 땅바닥에 내려 놓고 있었을까? 그건 커쇼 때문이다. 홈으로 쇄도하는 3루 주자 커쇼를 위해서 이디어는 포수 뒤편에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즉 '수비의 송구가 어떻게 오고 있다. 슬라이딩을 어느 쪽으로 해라' 아니면 '슬라이딩이 필요 없다' 같은 사인을 주는 안내역이다. 적절한 주루 플레이를 위해서, 그리고 주자의 안전을 위해서 하는 플레이다.

그러니까 커쇼가 방망이를 집어준 것은 고마움의 표시다. 얼핏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이런 잔정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잘난 척, 센 척 하는 선수들은 그런 거 안하고도 별 일 없이 넘어간다. 더구나 커쇼 쯤 되는 팀의 간판 선수가, 그것도 빨리 다음 이닝을 준비해야 하는 투수인데, 무시하고 그냥 들어가버려도 누가 뭐랄 사람 없다. 그런데 그는 그걸 했다. 순간 느꼈다. '역시 커쇼는 다르다.'

강할 때는 강하게

그 경기에서 커쇼는 화제가 된 사구를 던진다.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 '의리의 보복구'로 불리는 그 사구 말이다. 물론 타자의 몸을 맞히는 행위를 정당화 시켜야 하는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그가 맷 할러데이를 맞히는 장면에서는 왠지 모를 위엄과 품격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는 끝나고 이렇게 말했다. "머리 쪽 사구는 용서될 수 없다"고. 리그의 불문율을 어긴 행위에 대한 응징은 허벅지를 향한 정확하고 강력한 패스트볼이었다. 팀의 에이스로서 (그들끼리의)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원칙적인 방법으로 상대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유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다음 날 경기(류현진이 11승을 올린) 덕아웃의 커쇼 바로 옆 자리에는 라미레스가 다정스럽게 딱 붙어앉아 있었다. 그리곤 알콩달콩 얘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두 번이나(작년 가을부터치면 세 번이나) 자기를 못 살게 군 상대에게 통쾌한 복수를 해준 동료가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위험을 무릎쓰고 자기 편이 돼 줬으니 말이다.

항상 덕아웃을 지키는 이유

커쇼는 텍사스 댈러스에서 태어났다. 10살 때 부모가 이혼했고,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는 클리오 어워드(Clio Award)를 수상할만큼 재능있는 음악가였다. 이혼 후 다른 여자와 재혼했으나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레인저스의 광팬이엇다. 특히 1루수 윌 클라크가 멘토였다. 지금의 등번호 22번도 클라크의 번호다. 그의 고교 시절은 쩌는 이력으로 유명하다. 댈러스 하일랜드 파크 고교의 에이스로 3학년 때인 2006년 기록이 13승 무패, ERA가 0.77이었다. 64이닝 동안 탈삼진이 무려 139개(이닝당 2.17개).

이때 세계 야구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다. 모든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퍼펙트 게임을 달성한 것이다. 아쉽게도 5이닝 경기였다(아마도 콜드게임이었던듯). 지역 플레이오프 때 저스틴 노스웨스트 고교를 상대로 이런 으리으리한 기록을 이뤄냈다. 말 그대로 '완벽한' 경기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고교 3년 평점(GPA)은 4점 만점에 3.7로 꽤 우수했다.

커쇼는 그 해 드래프트 1번(전체 7번)으로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1년간의 마이너 생활을 거쳐 2008년에 콜업돼 승승장구, 오늘날의 자리까지 올랐다. ▶고교 때 첫사랑과 8년 연애 끝에 결혼한 순정남 ▶독실한 감리교 신자로 잠비아의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오프시즌 때마다 부부가 함께 봉사 여행을 떠나는 점 등등 그의 '바른생활'을 수식할 말들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고졸 선수가 롱런하는 것을 예외적인 경우로 본다. 초반 성공에 취해 금새 망가지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대졸 선수를 찾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커쇼는 예외적인 케이스의 대표일 것이다. 이유는 성실함이다. 그의 지독한 훈련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나 가장 먼저 구장에 출근해서, 달리고, 던지고를 반복한다. 허니컷 투수코치는 늘 '오버워크'를 걱정한다. '네게 필요한 것은 오직 휴식'이라는 루키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다.

다저스 중계를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왜 다른 투수들은 안보이는데, 커쇼는 늘 덕아웃에 함께 있을까'. 아마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럴 것이다. 그건 바로 그가 그곳의 '리더'이기 때문이라고.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사진 = 게티이미지 및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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