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시즌 최다 실점' 한화, 프로구단의 자존심은 어디로?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2014. 7. 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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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NC전 23점 허용, 8회초 수비 실책 전염병처럼 퍼지다

[스포츠한국미디어 대전=박대웅 기자] 홈팬들의 '티켓 값'도 '프로'라는 수식어도 아까운 경기였다. 한화 선수단이 '동네 야구'에 가까운 어이없는 경기력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화는 24일 대전 NC전에서 9-23으로 완패를 당했다. 올시즌 한 경기 최다 실점과 함께 50패(29승1무)째를 떠안으며 8위 SK와의 승차가 3.5경기까지 벌어지게 됐다.

4회까지는 양팀 모두 폭발적인 화력을 과시하며 대등한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5회초 NC의 공격부터 승부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더니 8회초에는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든 장면들이 연달아 쏟아졌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고, 민망한 경기력에 머리를 감싸 쥐거나 모든 것을 달관한 듯한 웃음을 짓는 한화 팬들도 다수 있었다. 심지어 9회말 한화의 마지막 공격에서는 "대충 치고 집에 가자"라는 자조 섞인 외침까지 흘러나왔다.

한화는 9-15로 뒤진 문제의 8회초 수비에서 소위 '정신줄을 놓는' 실책을 연거푸 쏟아내며 자멸했다. 선두타자 모창민의 유격수 방면 타구를 처리하던 조정원의 실책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한화는 다음타자 손시헌에게 곧바로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전의를 상실한 한화 야수들의 수비 실책은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1사 1루에서 2루수 이학준이 박민우의 병살타 코스의 타구를 유격수 조정원에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키를 한참이나 넘기는 송구를 범했고, 이닝이 종료될 수 있던 상황은 1사 2, 3루 최악의 위기로 이어졌다. 결국 김종호의 2타점 적시타를 통해 NC의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이학준은 다음타자 나성범의 3루수 땅볼 때에도 이양기의 2루 송구를 제대로 받아내지 못해 다시 한 번 뼈아픈 실책을 기록했다. 2사 1, 2루에서는 대타 오정복의 타구가 내야에 높이 떴지만 1루수 김태완이 뒤늦게 낙구 지점으로 달려오면서 공을 놓치고 말았다. 내야 안타로 기록됐지만 사실상 실책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공을 놓친 직후 허탈한 마음에 대(大)자 형태로 누워버린 김태완의 모습에서 한화 선수들의 참담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경의 한화 선수들은 물론 계속된 맹타에도 기뻐하지 못한 채 상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NC 선수들까지 서로에게 민망한 분위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무엇보다 비가 내린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경기장을 지킨 팬들이 가장 애처로웠다.

경기 직후 김응용 감독은 총평 한 마디조차 남기지 않은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할 말이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는데 할 말이 있을 리 만무하다. 팬들 역시 굵은 빗방울로도 씻어내릴 수 없는 충격을 떠안은 채 김 감독의 침묵만큼이나 무거운 발걸음을 경기장 밖으로 옮겨야 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yuksam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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