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가 계륵이라면 이별도 중요하다

한동훈 2014. 7.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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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는 이번 '김동주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필요 없는 선수를 내치는 것은 구단의 자유지만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큰 실수다.

구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팬 때문이다. 구단이 팬을 끌어 모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방법은 바로 '스타 플레이어' 배출이다. 구단을 상징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스타'라 불리며 팬 심을 결집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는 프로 스포츠의 꽃이다. 두산은 그런 스타를 한 순간에 갈 곳 없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시켜버렸다.

김동주는 1998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OB 베어스였던 시절에 입단했다. 그 후 17년간 두산 유니폼을 입고 1,625경기에 출장해 5,540타수 1,710안타 통산 타율 0.309, 273홈런 1,097타점을 기록했다.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 3년 연속 20홈런,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현재까지 유일한 '잠실에서 장외홈런을 친' 선수다.

물론 다 예전 이야기다. 냉정하게 지금은 두산에 김동주의 자리는 없다. 송일수 감독 역시 "현재로써는 필요하지 않다"고 분명히 말했다. 성적을 내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연봉만 많이 차지하고 즉시 전력이 되지 않는 선수는 계륵이다. 더구나 두산은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구단으로 유명하다. 이미 지난겨울에도 두산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이종욱과 손시헌를 FA로 잡지 않았다. 어찌 보면 김동주와의 이별도 사실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김동주와 팬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김동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부활을 다짐하며 절치부심, 2군 전지훈련까지 따라가며 몸을 만들었다. 송일수 감독은 취임 후 2014년 시무식 당시에 "김동주를 1군이 아니라 2군 전지훈련에 보낸 이유는 감독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훈련하라는 배려"라 말했다. 마치 2군에서 몸을 확실히 만들면 불러주겠다는 뉘앙스였다.

겨우내 훈련의 성과가 있었는지, 2군에서 확실한 성적을 냈다. 4월 한 달간 21경기에 나서 52타수 23안타 타율 0.442로 맹타를 휘둘렀다. 5월 말까지 4할의 고타율을 유지했지만 1군에서는 전혀 불러주지 않았다. 부르려고 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애초에 두산의 시즌 구상에 김동주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김동주에게 선수로써 명예 회복을 할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면 미리 이야기를 해줬어야 했다. 필요하면 부르겠다고 해놓고 2군에 가둬놓은 꼴 밖에 안 된다. 적어도 김동주는 명예롭게 은퇴할 자격이 있다. 스스로 방망이를 놓아야겠다고 납득할 때 내려놓을 권리가 있다.

팬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장 1군으로 불러서 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회는 줬어야 했다. 두산에서 김동주가 필요하지 않았다면 놓아줄 수 있는 배포를 보였어야 했다. 일단은 '잔류'로 가닥이 잡혔지만 양 측 모두 여론에 등 떠밀려 결정한 듯한 모양새다. 은퇴를 하던 이적을 하던 시즌이 끝나고 결정이 나겠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이별이다.

[사진. 뉴시스]

한동훈 기자 / sports@onst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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