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웹진] 역대 최고의 재능? 박지수, 어느 정도의 선수인가?

곽현 기자 2014. 7. 2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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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여자농구에 새로운 기록이 하나 나왔다. 바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의 탄생이다. 주인공은 바로 분당경영고 1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수(16, 195cm, 센터)다. 세계선수권에 참가하는 성인대표팀에 발탁된 박지수는 종전 같은 나이에 국가대표에 선발된 박찬숙(55), 정은순(43)보다 1~2개월이 빨라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선수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지난 해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한 나이로 국가대표팀 훈련명단에 선발된 박지수. 일찌감치 여자농구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는 박지수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많은 선수다. 과연 박지수는 어느 정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까?

▲15세 7개월로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등극

1998년 12월 6일생인 박지수는 만 15세 7개월에 성인대표팀에 발탁이 됐다. 종전 기록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여자농구 레전드인 박찬숙은 1975년 3월에 대표팀에 선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대표팀 훈련을 위해 선수촌으로 들어간 게 4월 7일이었다고 한다. 박찬숙 씨는 "1975년 4월 7일에 선수촌에 들어갔다. 지금도 정확히 날짜를 기억한다.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가 9월에 콜롬비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이었다"고 말했다. 1959년 6월생인 박찬숙 씨는 만 15세 9개월째에 대표팀에 선발된 게 된다.

정은순 KBS N스포츠 해설위원은 1971년 7월생으로 1987년 3월에 첫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다. 만 15세 8개월이 되는 해였다. 박지수는 정 위원보다 한 달이 더 빠르다.

박찬숙과 정은순 모두 여자농구의 한 획을 그은 센터 플레이어다. 박찬숙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정위원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였다.

대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은 박지수. 앞으로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를 모으는 것이 당연하다. 선배들은 박지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여자농구가 요즘 인기가 많이 떨어졌잖아요. 스타플레이어도 없어지고요. 지수를 보면 예전 제 생각이 나요. 저도 뭐 키가 크다는 이유로 뽑혔죠.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 20명을 뽑았는데, 그 때 들어갔었어요. 1975년 4월 7일에 선수촌에 들어갔죠. 지금도 정확히 날짜를 기억해요. 어릴 때부터 저에게 언론이나 여러분들께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줬기에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지수도 주위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줄수록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요즘 여자농구를 보면 참 아쉬워요. 저 때는 세계대회에서도 항상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못 했을 때가 5등이었어요. 우리 후배들이 선배들의 뒤를 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박찬숙 씨의 말이다.

정은순 위원은 지난 해 점프볼에서 기획한 기술전수를 통해 박지수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기도 했다. 박지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정 위원이다.

※정 위원과 박지수의 기술전수 영상( http://news.jumpball.co.kr/news/view/cd/62/seq/75.html)

"지수는 앞으로 더 잘 할 거에요. 가르쳐보니까 유연성이 좋더라고요. 지수는 지도자를 잘 만나야 돼요. 아직 어리니까 기본기가 중요하거든요. 기본기를 잘 닦고 올라가야 좋은 기술을 가질 수 있어요."

물론 박지수가 선발된 세계선수권 대표팀은 정예대표팀은 아니다. 정예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그렇다고 해도 고등학교 1학년 선수가 프로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박지수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세계무대에서 증명한 박지수의 실력

박지수는 벌써 3차례나 세계대회에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출전하는 대회마다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보통 국내에서는 잘 하다가도 세계대회에 나가서는 주눅이 드는 선수들이 많은데, 박지수는 달랐다.

박지수가 처음으로 출전한 세계대회는 2012년 열린 U17세계여자농구선수권이다. 당시 박지수는 겨우 중학교 2학년(만 14세)의 나이로 출전했다. 고등학교 1, 2학년이 주축이 된 팀에서 박지수는 2~3살이 많은 언니들 틈에서도 가장 빛났다.

박지수는 경기당 평균 9점 8.1리바운드 3.9블록을 기록했는데, 리바운드와 블록슛은 팀 내 1위였고, 블록슛은 참가선수 중 전체 1위였다. 세계최고의 유망주들, 그것도 자신보다 2~3살이 많은 선수들을 상대로 거둔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2013년 박지수는 19세 이하 대표팀에도 선발됐다. 때 박지수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번에도 자신보다 3~4살이 많은 언니들과 뛰었다. 현재 프로에서 활약 중인 김이슬, 신지현 등과 같이 뛴 것.

박지수는 또 한 차례 성장을 했다. 대회 기록은 경이적이었다. 매 경기 더블더블을 펼친 활약 끝에 평균 12.2점 13,2리바운드 3.7어시스트 1.8블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팀 내에서 출전시간, 리바운드, 블록슛은 1위, 득점, 어시스트는 2위를 기록하는 등 팀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지수는 전체 선수 중 리바운드 1위를 거머쥐었다. 2위(10.6) 선수와 차이가 상당했다. 블록슛은 전체 4위였다.

올 해 박지수는 다시 한 번 U17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이번에야 비로소 자신의 나이 대에 맞는 대회를 출전하게 된 것. 이번에도 박지수는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은 16개국 중 9위를 차지했는데, 박지수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적이었다.

박지수는 7경기에서 평균 18.6점 13.4리바운드 2.1어시스트 2스틸 4블록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센터지만 거의 모든 부문에서 활약한 박지수다.

이처럼 박지수는 어릴 때부터 또래들과는 다른 독보적인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오히려 자기 나이대보다 높은 레벨의 선수들과 붙어서도 더 나은 경쟁력을 발휘했다. 어린 나이지만, 좋은 신체조건은 물론, 경기 감각과 센스 또한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감독을 맡은 청주여중 조현일 코치는 박지수에 대해 "신체조건이 정말 좋다. 키도 크고 팔도 길고, 개인기도 좋은데다 점프력도 있다. 대표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줬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리바운드도 잘 잡아줬고, 득점 등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선수들이 한국선수들에 비해서는 빨리 성장하고 몸도 만들어져 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고3 정도가 돼야 힘이 붙는다. 아무래도 상대선수와 웨이트에서 차이가 났는데, 힘만 좀 더 기르면 좋을 것 같다. 몸만 되면 2m 선수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지수는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유연하다. 힘이 센 편이 아니어도 높이와 스텝을 이용한 득점 기술이 좋다. 중거리슛의 정확도도 높은 편이다.

또 하나 박지수의 장점이 바로 피딩 능력이다. 하이포스트, 혹은 페인트존에서 연결해주는 패스 능력이 일품이다. 혼자만 잘 하는 선수가 아닌 동료를 달려주는 선수라는 점에서 팀 전력을 극대화시켜 준다.

▲역대 최고선수가 될 자질

박지수는 현재 프로필에 195cm로 표기되고 있다. 박지수는 정확한 신장에 대해 "맨발로 193cm"라고 말했다. 박지수의 모친인 이수경 씨는 "가장 최근에 키를 잰 게 몇 달 전인데 193.몇 센티가 나왔다. 성장판 검사를 해보니, 이제는 거의 닫혔다고 하더라. 예전엔 많이 열려 있었는데, 이제 많이 커야 1~2cm 정도 더 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동안 여자농구에선 190cm 이상 되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박지수는 오랜만에 출현한 장신 유망주다. 박지수는 키뿐만 아니라 팔도 긴 편이다. 지난 해 점프볼에서 박지수의 윙스팬(양 팔 길이)을 쟀을 때 195cm가 나왔다.

박지수는 키에 예민하다. 키 얘기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혹여나 자신의 원래 키보다 크게 기사가 나올 때면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농구선수로서는 좋을지 몰라도, 사춘기를 겪고 있는 지금으로선 너무 크는 것은 싫다는 것이 박지수의 설명이다. 본인은 이제 그만 컸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한국농구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커줬으면 하는 게 많은 이들의 바람이다.

역대 최연소 대표선수 타이틀.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등 박지수는 여자농구 역대 최고선수가 될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큰 무리 없이 성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번의 세계대회에서 대표팀 단장을 맡은 정미라 중고연맹 부회장은 박지수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박찬숙, 조문주, 정은순 등이 여자농구 센터계보를 잇고 있는데, 박지수는 역대 최고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키도 크지만, 유연성도 좋고, 점프력도 가지고 있다. 체격적으로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초등학교 때 가드 역할도 하면서 드리블이나 패스도 좋다. 보통 센터들은 가지지 못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도 국가대표 A팀에 들어가야 할 선수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지수가 잘 클 수 있도록 만들고 도와줘야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과대평가가 아니다. 지수가 세계대회를 몇 번 경험하더니 올 해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더라. 느낀 게 많을 것이다. 기술적으로 흠 잡을 데가 없다. 체력과 힘만 좀 더 키운다면 정말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며 극찬했다.

지난 해 U19대표팀에서 박지수를 지도한 노완기 감독도 "여자농구에서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렇듯 농구인들이 박지수에게 거는 기대, 평가는 굉장히 후하다. 또 좋은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늘 겸손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세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유학, 포기 안 했다

박지수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삼성에서 농구를 한 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이고, 어머니는 배구 청소년대표로 활약한 이수경 씨다. 아버지가 200cm, 어머니가 180cm로 좋은 신체조건을 물려받았다고 할 수 있다.

박상관 전 감독은 시간이 날 때마다 박지수의 경기를 관전하곤 한다. 어린 나이에 힘든 운동을 하고,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딸이 자랑스럽고 애처롭기만 하다.

"지수가 힘들 텐데 불평 없이 잘 해줘서 정말 고맙다. 대표팀에도 가고 소속팀 훈련도 하고 힘들 텐데, 다른 것보다 다치지 않고 성실하게 했으면 좋겠다."

사실 박지수는 올 해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부터는 미국의 고등학교에 입학해 선진농구를 배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꼭 한 번 미국농구에 도전하고 싶다는 박지수의 의욕이 컸다.

하지만 현재 박지수는 미국 유학 계획을 접은 상태다. 우선 지난 해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재활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박지수는 지난 해 10월 U16대표팀 훈련 도중 발목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 정도는 꽤나 심했고, 지난 달 U17대회에 참가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재활을 해야만 했다.

박상관 감독은 "작년에 다치면서 운동을 많이 못 했고, 지수가 자신감도 좀 잃었다. 미국에선 수업도 다 들어야 하고, 학교를 다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도 안통하고…. 지금보다는 다음 기회를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박지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무래도 다친 게 가장 큰 이유에요. 한국에서 할 일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포기를 한 건 아니에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도전하면 되는 거니까요. 잠시 접어두는 걸로 해주세요." 아직 포기는 아니라는 박지수의 말이 인상 깊었다.

박지수에게 미국 유학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분명 있다. 현재 고등학교 무대에서 박지수는 적수가 없다. 190은커녕 180이 넘는 선수도 흔치 않은 환경이다. 이미 성인대표팀에 뽑힌 박지수다. 따라서 국내선수들과의 경쟁은 박지수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 못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보다 큰 무대, 수준 높은 리그,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한다면 박지수가 한 단계 더 성장하리라는 기대감을 전해준다. 과거 정선민이 여자선수 최초로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진출한바 있는데, 박지수는 그 뒤를 이을만한 자질이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 미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교 농구를 경험하고 간다면 그 가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다.

박지수는 현재 상주에서 진행 중인 종별선수권에 참가 중이다. 선수 등록을 늦게 하는 바람에 박지수는 올 한 해 중고연맹 주최 대회에서는 출전을 하지 못 한다. 이번 종별선수권은 박지수의 고등학교 첫 데뷔전이 된 셈이다.

박지수는 고등학교 무대 적응에 대해서는 "중학교 때랑 똑같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대회가 처음이라 애들이랑 손발이 좀 안 맞는 부분도 있는데, 괜찮아요. 편해요"라고 말했다.

박지수는 종별선수권이 끝나고 28일이면 진천선수촌에 입소해 세계선수권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야 한다.

박지수는 지난 해 아시안게임 대표팀 훈련명단에 포함됐지만, 중도 탈락한바 있다. 일단 몸싸움에서 프로선배들과 훈련이 되지 않았고, 선수촌 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

신체적으로나 기량에선 또래보다 앞선 박지수였지만, 아직은 어린 소녀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배들과의 생활에 녹아드는 것 역시 큰 숙제다.

이번 대표팀도 그러진 않을까 걱정됐지만, 박지수는 의외로 담담했다. "대표팀이요? 괜찮아요. 걱정은 없어요. 어차피 제가 주축으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발목 상태도 이제 100%에요!"

박지수는 이번 U17선수권을 치르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전했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재작년에 갔을 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했는데, 올 해는 많이 느낀 것 같아요. 힘에서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갔다 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지수에게 농구선수로서의 목표가 뭐냐고 물었다. 박지수는 "잘 모르겠어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최고의 선수요? 그건 당연하죠.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아직은 마냥 농구가 좋은 여고생 박지수. 하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박지수가 하루하루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농구 팬들에겐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여자농구 역대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받는 박지수. 우선 오는 9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그녀의 활약을 지켜보자. 성인무대에서 활약할 박지수의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 - 문복주, 한필상 기자, FIBA

저작권자 ⓒ 점프볼.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7-25 곽현 기자( rocker@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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