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 참사 100일] 김진명 前 단원고 교장 첫 인터뷰 "아이들에 케이크 쏜다고 약속했는데.."

김동우 기자 2014. 7. 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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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틀 전인 지난 4월 14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의 교장실. 2학년 1반 여학생 5명이 청소를 하러 교장실에 왔다. 수학여행을 앞둔 학생들이 당시 김진명(59·사진) 교장선생님에게 호두파이를 선물했다. 김 교장과 아이들은 호두파이를 나눠 먹었다. 한 여학생이 "저, 이런 파이 처음 먹어 봐요"라며 즐거워했다.

김 교장은 23일 "수학여행 다녀오면 더 맛있는 케이크를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 친구들이 살아 돌아왔는지 차마 확인할 엄두가 안 난다. 호두파이 하나 못 사줘 마음이 아프다. 그 친구들을 생각하면…" 하며 울먹였다.

지난달 17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된 김 전 교장은 100일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제가 차라리 인솔 책임자로 갔으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까, 이제 예순이나 되는 내가 아이 한 명과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장은 지난해 9월 정년을 4년 앞두고 단원고 교장으로 발령받았다. 교장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 학교였다. 그는 "단원고 학생들은 깜짝 놀랄 만큼 착했다"며 "인사성도 밝고 사건·사고도 없어서 내가 참 좋은 학교에 와서 근무하는구나 생각하며 감사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 학교니까 선생님은 근무하고 싶은 학교, 학생들은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학교로 만들자고 생각했다"며 "아이들이 지각하거나 머리가 길더라도 잔소리를 적게 하자. 스스로 공부하는 건 도와주지만 강제로 공부시키지는 말자고 얘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모든 게 끝나고 말았다. 김 전 교장은 "지금은 유족들에게 어떤 말씀도 건네기가 죄스럽다"며 "사고가 마무리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학부모들에게 "힘들어하실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며 "동참하고 싶지만 직위해제되어 있는 상태고 죄인이라 나설 수가 없어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장은 며칠 전 홀로 진도를 다녀왔다. 예전에는 마주치기조차 어려웠던 실종자 가족들도 김 전 교장을 조금씩 반가워해주고 건강에 대한 안부도 건넸다고 한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의 건강이 걱정된다. 그분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지금 1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음의 짐만 가득하다"고 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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