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일-르포] 여객선 확 달라진 승객·화물 관리.. 진작 이랬더라면

백상진 기자 2014. 7. 2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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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제주∼목포 선박 타보니

"인원이 1명 비는데, 혹시 배에 탑승하셨어요?"

부산항 운항관리자인 김모(51)씨가 지난 19일 다급한 목소리로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여객터미널 게이트에서 확인된 인원보다 실제 배에 탑승한 인원이 1명 많았기 때문이었다. 여객선 운항 실태를 취재하던 기자가 터미널 게이트를 통하지 않고 곧바로 배 입구에서 탑승하자, 인원 집계에 오류가 생겼고, 이것이 곧바로 운항관리자에게 통보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확한 탑승인원조차 파악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승객 관리가 한층 정확해졌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 100일'을 앞두고 지난 19∼20일, 부산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서경아일랜드호와 제주에서 목포로 출발하는 씨스타크루즈호에 탑승했다. 승객 안전과 화물 적재 등이 한층 엄격하게 관리되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내 집기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는 등 허점도 눈에 띄었다.

◇달라진 선박 운항 관리=세월호 참사 이후 강도 높은 안전점검을 받아서인지 서경아일랜드호 선박 운항 관리는 탑승 과정부터 한층 꼼꼼하게 진행됐다. 배에 탑승하는 승객은 모두 세 번의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매표소에서 표를 살 때, 여객터미널 게이트를 통과할 때, 직접 배에 오를 때다. 매표소에는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는 여권과 영문 이름을 정확히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화물 과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인천 항로가 폐쇄된 이후 화물들이 다 부산으로 몰리고 있지만 실을 공간도 없고 만재흘수선(선박이 화물을 적재하고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최대한계선)을 지켜야 하니 화물을 다 싣지 못한다"고 말했다. 점검보고서에는 일반 화물 604t을 포함해 화물차 15대와 승용차 49대 등 총 914t이 실린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재원인 5223t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육안으로 확인한 만재흘수선은 10㎝ 이상 여유가 있었다.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배를 이용하는 승객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기도 하다. 이날 배에 오른 승객은 116명. 정원(880명)의 20%에도 못 미쳤다. 김정태 서경카페리 사무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로 예약률이 종전의 20∼30%로 줄었다"며 "예전에는 휴가철이 되면 예약률이 100%를 넘었지만 요즘은 배를 타고 가는 승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출항 후 10분이 지나자 기내에 구명조끼 위치 및 착용요령을 확인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후 직원이 직접 선내를 돌아다니며 구명조끼 착용법을 알려주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선내 집기 고박은 여전히 불안=세월호 참사를 겪고서도 적재화물과 집기를 고정시키는 '고박'은 여전히 문제가 많아 보였다. 지난 20일 오후 4시30분 제주에서 목포로 가는 씨스타크루즈호 6층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고박돼 있지 않았다. 배가 조금이라도 기울면 한쪽으로 우르르 쏠릴 것 같았다. 운항 도중에도 테이블이 덜덜 떨려 노트북을 마음 놓고 쓸 수 없을 정도였다.

선박운항규정상 선내의 모든 집기는 움직이지 않도록 고박돼 있어야 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지난 5월 세월호 침몰의 주요 원인으로 컨테이너 고정장치가 설치되지 않는 등 적재화물을 고정하는 고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시행된 선박 긴급안전점검에서도 집기의 고정 여부는 주요 체크 항목이었다. 제주도로 갈 때 이용했던 서경아일랜드호 역시 긴급안전점검에서 지적을 받은 뒤에야 선내 모든 집기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상태였다.

서경아일랜드호와 씨스타크루즈호 모두 화물과 차량 고박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고 있었다. 차량 앞뒤 4곳에 쇠사슬을 걸고 선체 바닥에 있는 D링과 연결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했다. 씨스타크루즈호에 4.5t짜리 화물트럭을 실은 화물기사 김두식(38)씨는 "큰 차량의 경우에는 차량 옆쪽까지 6∼8곳을 고박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긴장하면서도 참사 이후 진행된 안전점검을 믿어보자는 의견이 많았다. 서경아일랜드호 승객 대학생 정성진(25)씨는 "배를 타면서 세월호 생각을 하긴 했다"면서도 "이후에는 안전을 더 생각해서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배를 타고 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주에서 중학교 영어교사로 일하는 칼렙 애드킨스(28)씨도 "지금은 오히려 안전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가 그전보다는 안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부산·제주·목포=글·사진 양민철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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