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기 끊은 유가족 "단지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을 뿐"

이원광 기자 2014. 7. 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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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일]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 "정치인에 맡기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질 것"

[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세월호 100일]단식중인 세월호 유가족 "정치인에 맡기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질 것"]

22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9일째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가족들이 쓴 추모의 문구 등이 적힌 노란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제공

"부모니까…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만 알고 싶은 건데… 그러려면 수사권, 기소권이 필요하고. 그것도 안 되나."

21일 오후 4시30분쯤 서울 세종로 광화문 광장. 세월호 유가족 3명은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들은 10m, 세로 5m 가량의 천막과 비닐 바람막이에 의지한 채 거리에서 밤을 보냈다. 물과 소금, 천막 내 스티로폼 소재 깔개, 여름용 담요. 그야말로 '생존'하고 있었다.

단식 중인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수척해진 얼굴로 시민들을 맞았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얘기하는 그의 눈빛은 또렷했다.

"여든 야든 양쪽 다 못 믿겠어요. 한쪽은 보상만 얘기하지, 다른 쪽은 뜬금없이 의사자를 언급하고. 유가족들은 의사자 얘기를 한 적이 없어. 사람들이 오해하는 거예요."

그는 일각에서 세월호 유족들이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입학과 의사자 지정을 요구한다고 오해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이 제시한 특별법안에는 단원고 학생들의 특례입학이나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의사자' 지정요구는 없었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건 오로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었다. 김 위원장은 "정부나 정치권에 맡기면 이전 참사들처럼 밑에 사람 몇 명이 옷 벗고 진실은 영원히 사라져요"라며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지, 누구 책임인지 밝힐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기네들끼리 '수사권이 되면 기소권이 안된다', '기소권이 되면 청문회는 안된다' 식으로 말한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거래하자는 건지. 그래서 결국 해결된 게 무엇인가"라며 고개를 떨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마음은 다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흰색, 녹색, 검은색 등 반별로 티셔츠를 맞춰 입은 유가족 30여명은 시민들을 향해 아이들의 얼굴과 '가족 참여 특별법 제정' 등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었다.

고 이민우 학생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보상부터 제시하는 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씨는 "무슨 얘기만 하면 보상 운운하며 돈만 따지고… 돈을 떠나 재벌 회장이나 아이들 목숨이나 소중한 건 매한가지 아닌가"라며 "보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자식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 것을 알고 싶다는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어 "민우 생각은 처음보단 덜 난다"면서도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나. 한번 생각나면 돌아버릴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이 커져. 너무 아파."라며 대화 중 눈시울이 붉어지다 깊은 한숨을 쉬고 말을 잇기를 반복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특별법 제정과 진실규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9일째 이어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제공

22일 오전 7시30분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만난 이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벽 5시쯤 일어났다는 이씨는 "그래도 오늘은 많이 잤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기가 팽목항보다 더 힘들어. 거기는 춥기만 했는데"라며 "여긴 덥고 시끄럽고 모기까지 말썽이야.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아파. 공해 때문인지…"라며 마른 기침을 했다.

이씨는 지난 새벽 유병언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는 데에 "판이 짜여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병언 죽었으니 돈 받은 높은 분들은 자리보전하겠지. 아랫사람 몇 명이 다치고. 그리고 이런 일이 또 반복되고. 그러다 보상금이나 몇 푼 쥐어주고 끝내겠지. 보상금이 먼저가 아닌데…"라며 씁쓸해했다.

단식 중인 김 위원장은 혈압계를 팔에 차고 누워 있었다. 그는 동부시립병원 의료진에 연신 "아직 기운이 남아있다",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김 위원장은 수척한 얼굴로 오전 내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낮 12시쯤 김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고 거리 대행진을 알리는 국회 앞 기자회견을 위해 몸을 일으켰다. 김 위원장은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도 다른 유가족들을 걱정했다. 김 위원장은 "다들 힘들텐데… 건강 생각하면 대행진 안 했으면 좋겠는데 오죽하면 하겠어요"라며 "언제까지 해야할지"라고 말했다.

오후 12시 40분쯤 국회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농성 중인 다른 유가족들에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국회 본관 정문 앞은 햇살과 습기를 피할 천막조차 없어 더 열악해 보였다. 고 이준오 학생의 아버지 이수하씨는 "식사 땐데 이거라도…"라며 구운 소금을 건넸다. 이곳 단식 유가족들도 며칠째 소금에만 의지한 채 농성을 이어갔다.

오후 1시 동행 취재 막바지.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이름이 '지성이 아빠'가 됐다는 한 유가족은 이 말만 꼭 국민들에게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이 특별법을 약속하고 김한길, 안철수도 다 왔다 갔어. 그럼 뭘 하나. 여야 국회의원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세월호 특별법은 통과가 안돼. 국민들은 '대통령이 약속했는데 왜 농성하나', '결국 원하는 건 보상금 아니냐'라고 해. 이미 다 된 줄 알아. 그러나 100일이 다 돼 가는데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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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원광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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